![지난달 26일 부산 에서 팬사인회를 진행한 펭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중 만 18~34세가 70%를 차지할 만큼 청년층에게 더 인기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06/f801cec3-2474-48a4-9d78-97d5b5f18988.jpg)
지난달 26일 부산 에서 팬사인회를 진행한 펭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중 만 18~34세가 70%를 차지할 만큼 청년층에게 더 인기다. [연합뉴스]
초고속 스타 된 EBS 연습생
위아래 안 가리는 파격 언행
탈권위주의 세대 열광적 호응
MBC·SBS까지 출연해 활약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막 나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선량함을 지키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친구는 없고 경쟁자만 있던 2030에게 내 주변에 이런 친구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며 펭수의 인간적인 매력에 주목했다. 이어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은 옛말이다. 이젠 자유롭게 말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게 덕목인 시대, 단정한 모범생의 시대가 아니라 단순한 모험생(연습생)의 시대”라며 펭수가 인기인 배경을 짚었다.
거침없는 언행은 펭수의 가장 큰 특징이다. 선배인 뚝딱이가 충고를 하려하자 “저는 알아서 하겠습니다, 잔소리 하지 말아주세요”라며 당돌하게 맞서고, “참치는 비싸, 비싸면 못 먹어, 못 먹을 땐 김명중”이라면서 EBS 사장 이름 ‘김명중’도 스스럼없이 부른다. 김선영 TV 평론가는 “주로 반말을 사용하며 위·아래 구별 없이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는 펭수의 탈권위주의 모습이 틀을 깨는 파격을 좋아하는 2030의 감성에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또 “무례하고 욕심 많고 실수 잦은 펭수의 특징은 기존 EBS 캐릭터와 다르다”며 “이런 새로움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남극에서 헤엄쳐 와서 EBS 연습생이 된 펭수.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06/c381391e-22d7-46d4-97eb-1068b3994ae5.jpg)
남극에서 헤엄쳐 와서 EBS 연습생이 된 펭수. [연합뉴스]
펭수의 출발은 초등생용이었지만 열광적인 반응은 2030에서 나왔다. 이 PD는 “펭수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중 만 18∼34세 비율이 70% 정도”라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어렵게 취업을 해서도 수직적인 위계 구조에 눌려 어깨 펴고 살기 힘든 2030들이 쫄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의사표현을 하는 펭수에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청층 변화에 따라 방송 시간도 바뀌었다. EBS는 올 가을개편에서 원래 오후 6시대 ‘보니하니’의 한 코너로 방송됐던 ‘자이언트 펭TV’를 별도 프로그램으로 독립시켜 금요일 오후 8시30분에 편성했다.
‘온라인 탑골공원’처럼 유튜브를 통해 옛날 방송 콘텐트가 새삼 주목받는 복고 바람도 펭수의 부상에 한몫했다. 4월 론칭한 펭수 캐릭터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인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9월 방송된 ‘이육대(EBS 아이돌 육상 대회)’다. MBC의 명절용 예능 ‘아육대( 아이돌 육상 선수권대회)’를 패러디한 프로그램으로, 펭수는 뽀로로·뿡뿡이·짜잔형·번개맨·뚝딱이 등 2030들이 어렸을 때 EBS에서 접했던 추억의 캐릭터들과 함께 등장해 복고 감성을 자극했다. 1, 2부로 나눠 올라온 ‘이육대’ 유튜브 동영상의 총 조회수는 200만 회를 넘어섰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펭수가 “뭔가 좀 조악하고 허술해보여 주류는 아닐 것 같은 ‘B급 캐릭터’”라는 점을 인기 비결로 꼽았다. “유희 자체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놀만한 거리’를 제공해준 셈이 됐다”는 것이다. 김헌식 평론가도 “펭수 속에 사람이 있는 것을 모두 ‘알면서 모르는 척’하면서 캐릭터 자체로 소비하며 즐기고 있다”며 “무대본·무연출의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재미를 더한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