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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 시위 핑계로 친중파 불리한 지방선거 연기 검토"

중앙일보 2019.11.05 13:57
지난 8월 홍콩 취안완 지역에서 홍콩 경찰과 대치 중인 홍콩 시위대의 모습. 한동안 평화적으로 전개됐던 홍콩 시위가 거칠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월 홍콩 취안완 지역에서 홍콩 경찰과 대치 중인 홍콩 시위대의 모습. 한동안 평화적으로 전개됐던 홍콩 시위가 거칠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오는 25일로 예정된 홍콩 구의원 선거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홍콩 정부는 폭력 시위로 인한 유권자 안전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송환법 반대 시위 등의 영향으로 이번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패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폭력 시위는 핑계라는 지적이다.    
 
오는 25일 시행하는 홍콩 구의원 선거는 18개 선거구에서 452명의 구의원을 선출한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정부 소식통은 "주말마다 폭력 시위가 되풀이된다면 선거를 연기해야 할 것"이라며 시위 규모와 강도, 지하철 정상 운행 가능 여부 등이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날 투표자들이 시위로 인해 투표하러 올 수 없거나 일부 후보가 유세 기간 괴롭힘을 당한다면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초 평화 시위로 시작한 홍콩 시위는 경찰과의 대치 과정을 겪으며 거칠어졌다. 최근에는 친중파 진영에 속한 입법회 의원이나 구의원 사무실을 공격하기도 했다. 일부 친중파 후보들은 선거 현수막이나 포스터가 뜯겨나가는 일도 일어났다. 
 
결국 일부 후보들은 선거관리 위원회의 개입을 촉구했고, 홍콩 정부는 선관위 위원장이 이끄는 위기 대응위원회를 구성해 선거 연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지난 9월 친중파 의원들과 회동에서 홍콩 정부가 선거 연기 또는 투표소 시위가 발생한 선거구의 선거를 취소하는 방안 등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법규에 따르면 구의원 선거를 최대 14일 연기할 수 있으며, 입법회 심의를 거쳐 재선거 날짜를 결정한다. 다만 선거 연기가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박탈한다는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선거 당일 폭력 시위 발생 여부에 따라 선거 취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홍콩 정부가 선거 연기를 위해 홍콩 경찰이 일부러 폭력 시위를 유도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중파 의원들의 패배가 예상되자 폭력 시위를 이유로 선거를 연기하려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우치와이(胡志偉) 홍콩 민주당 주석은 "지난 3일 시위에서 홍콩 경찰이 시티플라자 쇼핑몰에 진입하지 않았다면 당시의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국은 선거 연기를 위한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3일 타이쿠 지역 시티플라자 쇼핑몰에서는 중국 본토 출신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홍콩은 중국 땅이다"를 외치며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4명을 다치게 하고 민주당 구의원 앤드루 치우(趙家賢)의 귀를 물어뜯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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