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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캐리람에 "흔들리지 말라"…옆엔 공안부장 앉혔다

중앙일보 2019.11.05 13:35
시진핑 주석(오른쪽)이 4일 오후 상하이에서 캐리람(왼쪽) 홍콩 행정장관을 접견하고 최근 홍콩 사태의 해법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

시진핑 주석(오른쪽)이 4일 오후 상하이에서 캐리람(왼쪽) 홍콩 행정장관을 접견하고 최근 홍콩 사태의 해법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밤 상하이에서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 “흔들리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시진핑 주석의 캐리람 장관 접견은 범죄인 송환법 개정이 촉발한 홍콩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이뤄졌다. 시 주석은 “홍콩의 ‘법률개정 풍파’가 이미 5개월간 계속됐다”며 “당신(캐리람)이 이끄는 특구 정부가 임무에 힘쓰며 많은 고생을 했다”고 격려했다. 이어 “중앙은 당신을 고도로 신임하며 행정부처의 업무처리를 충분히 긍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 시위에 대한 ‘지침’을 직접 내렸다.

시 주석 “고도 신임”…캐리 람 경질설 불식
시 직계 공안부장 홍콩소조 부조장 임명
공안부 홍콩 안보·집행 관여 강화될 전망

시 주석은 “법에 따라 폭력활동을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은 홍콩의 광대한 민중의 복지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조금도 흔들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또 “사회 각계와 대화해 민생 개선 업무를 잘 처리하라”며 “홍콩 사회 각계 인사가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방침과 기본법을 정확하게 관철하고 한마음으로 협력해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수호하길 바란다”고 덧붙다. 홍콩 시위에 엄정하게 대응하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상하이에서 가진 시진핑 주석의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 접견에 자오커즈(오른쪽) 중국 공안부장이 왕이(왼쪽) 외교부장과 함께 배석해 시 주석의 발언을 받아적고 있다. [CC-TV 캡처]

4일 상하이에서 가진 시진핑 주석의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 접견에 자오커즈(오른쪽) 중국 공안부장이 왕이(왼쪽) 외교부장과 함께 배석해 시 주석의 발언을 받아적고 있다. [CC-TV 캡처]

이날 회견에는 자오커즈(趙克志) 중국 공안부장이 이례적으로 배석했다. 중국 공안 부문이 홍콩 사태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공식 신호나 다름없다. 4일 중국중앙방송(CC-TV)은 시 주석과 람 장관의 회견을 보도하며 공산당 당무를 총괄하는 딩쉐샹(丁薛祥) 중공 중앙판공청 주임, 외교를 총괄하는 양제츠(楊潔篪) 중앙외사 공작위원회판공실 주임과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함께 자오커즈 공안부장이 시 주석의 발언을 받아 적는 장면을 클로즈업했다. 지난해 12월 17일 베이징 중난하이에서의 연례 홍콩 업무 보고 자리에는 자오 부장은 배석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12월 17일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열린 홍콩 업무 연례 보고회. 시진핑 주석의 오른쪽에는 한정 부총리, 딩쉐상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 중앙외사위원회판공실 주임, 유취안

지난 2018년 12월 17일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열린 홍콩 업무 연례 보고회. 시진핑 주석의 오른쪽에는 한정 부총리, 딩쉐상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 중앙외사위원회판공실 주임, 유취안

자오 공안부장은 이미 지난 8월부터 홍콩 사태에 관여해왔다.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26일 자오 부장은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을 시찰했다. 그는 당시 “국가 정치 안정의 ‘남대문’을 확고하게 수호하라”며 홍콩 사태를 정치 안보와 연계시켰다. 9월 13일에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가 자오 부장이 중앙 홍콩·마카오공작협조 소조 부조장에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치안과 사법을 총괄하는 정법위의 부서기를 겸하는 자오 부장은 기업가 출신의 궈성쿤(郭聲琨) 중앙정법위 서기를 대신해 사실상의 정법위 일인자로 평가받는 시진핑 직계의 정치인이다.
공안부장의 등장이 지난주 열린 중국 공산당 제19차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홍콩) 특구 행정구에 국가안보를 수호할 법률제도와 집행 기제를 건립하라”고 결정한 이후여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같은 홍콩·마카오 소조 부조장인 유취안(尤權) 중앙 통일전선부 부장, 장샤오밍(張曉明)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주임 대신 공안부문이 홍콩의 안보와 치안 집행에 존재감을 발휘할 전망이다.
홍콩·마카오 소조 조장인 한정(韓正) 부총리의 역할은 줄어들 전망이다. 한정 부총리는 6일 오전 베이징에서 람 장관을 접견한 뒤 오후에 ‘웨강아오대만구(粵港澳大灣區, 광둥성·홍콩·마카오 빅베이) 건설 영도 소조’ 전체회의를 주재한다. 홍콩 사태의 해결을 위한 외곽 경제적 지원으로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중국의 직접 개입이 ‘외로운 늑대식’ 테러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홍콩 명보는 5일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시위가 잦아지면 도리어 최근 칼로 경찰의 목을 공격한 사건과 같이 ‘외로운 늑대식’ 습격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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