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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자’가 등돌렸던 민주당 깜짝카드 27세 유튜버 황희두

중앙일보 2019.11.05 13:34 종합 8면 지면보기
5일 오전 10시 30분 열린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 회의. 한 청년을 향한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프로게이머 출신’ ‘유튜버’ ‘27세’ 황희두씨였다. 일부 의원들도 “나만 모른 채 이미 언론에 도배가 된 상태”(5일 황희 의원 페이스북)라고 할 만큼 깜짝 인사다. 그에게는 ‘조국 대전’ 이후 바닥을 맴돌고 있는 민주당의 20대 지지율 회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중책이 맡겨졌다. 황씨는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청년층과 민주당 사이에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총선기획단 합류한 전직 게이머
“MB·박정희 존경했지만 바뀌었다
가짜뉴스 막기 위해 유튜버 활동
총선 출마할 생각은 전혀 없다”

더불어민주당 제1회 총선기획단 회의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황희두 위원이 다른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제1회 총선기획단 회의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황희두 위원이 다른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대지만 그의 이력서는 길다. 2009년 프로게이머로 데뷔했지만 1년여 만에 은퇴했다. 그 사이에 얻은 별명은 ‘임요환의 제물’ ‘제물 테란’ 등이었다. 2010년 77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스타크래프트2’ 대회에서 임씨에게 완패하면서 얻은 별명이다. 군대에 다녀온 뒤로는 사회운동가로 변신했다. 2015년 수필가인 아버지 황태영씨와 함께 시작한 ‘북레터365’가 첫 활동이었다. 2016년에는 청년문화포럼을 설립해 서울시 청년수당 지지 활동 등을 폈고 지난해에는 ‘템플턴대 가짜 학위 장사 사건’을 고발하기도 했다. 올해 초 연 ‘알리미 황희두’라는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13만명에 달한다. 자신의 관점에서 각종 시사 이슈를 풀어내는 채널이다. 사회운동가 황희두의 키워드는 쭉 ‘소통’이었다.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유튜버 활동을 하면서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에 많은 오해가 있다고 느꼈다. 한번 풀어보고 싶다.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과 자리를 마련해 보고 싶다.
 
유튜버 활동으로 보면 상당히 진보적 성향이다.
원래는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했다. 서서히 바뀌어 갔다. 주변의 여러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공부를 해가면서 그동안 왜곡된 정보들을 많이 믿고 있었구나 깨닫게 됐다. 그러면서 또래들에게도 좀 더 정확한 정보가 전달돼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그래서 시작한 활동이다.
 
정치적 성향이 뚜렷해 20대 전체의 목소리를 반영하긴 어려워 보인다.
진보·보수도 낡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나의 정체성의 일부가 드러나는 것인데 그걸 진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다. 여전히 보수적인 측면도 있다. 과거의 나랑 요즘의 나를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생각을 해보는 편이다.
 
게임과 정치는 어떤 관계가 있나.
바둑이랑 정치를 비교하는 것처럼 스타크래프트도 비슷한 측면이 많다. 많은 머리싸움과 전략이 동원되는 활동이다.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나. 그런 활동들을 추측하고 알아보고 하는 과정에서 게임이랑 비슷한 게 많다고 생각했다. 강연요청이 있으면 정치를 게임에 비교해 전달하기도 하는데 일단 정치 자체에 관심을 갖게 하는데 좋은 수단이 된다.
 
출마도 생각하나.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내용으로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며 사는 게 좋다. 현실 정치에 뛰어들면 그게 어려워질 것 같다. 총선기획단이 끝나면 예전처럼 살 생각이다.
 
민주당에는 조국 전 장관 사퇴를 주장했던 일부 20대의 목소리를 ‘보수화’라고 보는 시선이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리는 이슈다. (조 전 장관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던 친구들도 서서히 ‘가족 인질극’ 식으로 번지는 수사를 보면서 두려움을 많이 느끼게 됐다고 생각한다. 현직 장관도 저렇게까지 하는데 우리 같은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어떻게 할까, 그런 두려움을 느끼게 되면서 입장을 바꾸는 친구들이 많다.
 
386 세대 교체론에 대한 생각은.
조심스러운 문제다. 어떻게 보면 저도 청년으로서 눈에 보이게 어떤 성과도 나왔으면 좋겠고 더 길도 터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지금은 당이 좀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시기라는 데 공감하는 편이다. 여러 가지 개혁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때까지는 조금 더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방송통신대에 뒤늦게 진학한 이유는.
대학을 무조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고민만 했다. 그러다가 템플턴대 사건 때 제가 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자꾸 법적으로 협박을 당했다. 그 때 법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법학과로 진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문화교양학과로 전과했다.
 
‘제물테란’이라는 별명으로 괴로웠나.
그 별명에 대해서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웃음) 사실 임요환 선수의 팬이다. 롤모델로 삼을 정도로 존경했다.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할 때도 임 선수의 유명세 덕을 봤다. 스타크래프트2 데뷔전이자 은퇴전을 임 선수와 해서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었다. 프로게이머를 빨리 그만두게 된 건 막상 프로가 되니까 눈에 보이는 화려한 모습보다는 되게 허무해서였다. 하루에 40~50게임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총선기획단 회의에 황희두(왼쪽), 강선우(오른쪽) 총선기획단 위원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총선기획단 회의에 황희두(왼쪽), 강선우(오른쪽) 총선기획단 위원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황씨는 인터뷰 말미에 “게임은 임요환 선배나 저나 아마추어나 다 똑같이 시작해서 나중에 달라지는데, 사실 정치는 시작점이 다 똑같다고 보지 않는다”라며 “사람마다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다 똑같이 맞출 순 없겠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 기회라도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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