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유정, 전남편 살해후 아들에게 "엄마, 물감놀이 하고 왔어"

중앙일보 2019.11.05 05:00

시신 치우면서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

경찰에 의해 신상공개가 된 고유정(왼쪽)과 고유정이 범행 도구를 구입하는 모습. [중앙포토]

경찰에 의해 신상공개가 된 고유정(왼쪽)과 고유정이 범행 도구를 구입하는 모습. [중앙포토]

4일 오후 제주지법 201호 법정.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의 전화통화 음성이 흘러나오자 법정 안이 술렁였다. 고유정이 지난 5월 25일 전남편(36)을 살해한 제주도의 펜션 주인과 범행 전 주고받은 통화 내용이었다.
 

6차공판서 펜션 주인과 통화 공개…유족·방청객 분노
"시신 못찾게 한 살인마, 사형시켜달라"
결심공판은 18일 오후 2시…제주지법서

당시 고유정은 예약 날짜를 묻는 주인에게 “저희 가족만 쓸 수 있는 거죠”라고 되물었다. “아이가 몇살이냐”는 물음에는 “지금 남편이랑, 저랑 애기랑 갈 거고요. 애기는 지금 여섯 살”이라고 답했다. 방청객 정모(61)씨는 “(고유정의 목소리가) 나긋나긋하고 애교스러워서 깜짝 놀랐다”며 “며칠 후 끔찍한 범행을 계획한 사람이 ‘우리만 쓸 수 있냐’고 묻는 데서는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고유정에 대한 재판이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검찰과 고유정 측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검찰 측은 이날 고유정의 계획범죄를 증명하기 위해 전화 녹취 및 범행 관련 영상들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무인펜션을 예약하면서도 주인이 펜션에 방문하는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유정은 이날 주인에게 “저희만 쓸 수 있느냐”고 물은 뒤에도 “주인분이나 사장님들이 왔다 갔다 하시는 그런 건 아니에요?”라고 재차 물었다.
 
고유정이 전남편을 살해할 당시에도 펜션 주인과 태연하게 통화한 내용도 공개됐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범행 추정시각(오후 8시10분~9시50분)에만 3차례에 걸쳐 주인과 통화했다. 당시 고유정은 펜션을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을 설명하는 주인의 말에 웃으면서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등 시종일관 밝게 통화를 했다. 
 
고유정이 지난 6월 1일 경찰에 체포될 당시 모습. [중앙포토]

고유정이 지난 6월 1일 경찰에 체포될 당시 모습. [중앙포토]

"저희가족만 쓸 수 있지요" 재차 확인

검찰은 범행 추정시간대인 오후 9시 50분에 고유정이 "엄마(가) 물감 놀이를 하고 왔어"라며 아들에게 둘러내는 내용이 주인과의 통화에 남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흉기 살해를 '물감놀이'라고 표현한 시간대를 감안하면 최소 9시 50분 이전에는 피해자가 변을 당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범행 직후인 오후 10시50분께 이뤄진 통화 내용을 들으면서는 방청석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아들이 펜션 주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바꿔주자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고 말해서다. 검찰은 당시가 고유정이 살해한 전남편을 욕실로 옮긴 뒤 흔적을 지우고 있었던 때로 보고 있다.
 
검사는 "성폭행당할 뻔했던 피고인이, 이렇게 태연하게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울러 검찰 측은 "범행 당일 펜션에서 최소 15회 이상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우발적 범행 주장도 반박했다. 이에 고유정측은 지난 9월 2일 2차 공판 당시 요청했던 펜션 내 현장검증을 스스로 철회했다.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다. [뉴시스]

전남편 동생, "형님, 변태성욕자 아니다" 

방청객들은 이날 유족들의 진술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살해된 강씨의 친동생은 “저희 형님은 변태성욕자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유정이 지난 4차 공판 당시 강씨를 ‘변태성욕자’로 지목한 데 대한 반론이었다. 앞서 고유정은 지난 9월 30일 공판 때 “전남편의 성폭행 시도를 막기 위한 범행”이라는 점을 직접 증언한 바 있다.
 
이에 강씨는 “(4차 공판 당시) 형님을 살해한 장본인이 이제는 형님의 명예까지 가져가려는 데 경악했다”며 “(내가) 법정에서 처음으로 소리를 질렀는데, 고유정은 웃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또 숨진 전남편과 고유정의 이혼소송 서류를 손에 들고는 “온통 거짓으로 쓰여진 소장에서조차 변태, 혹은 성과 관련된 단어는 하나도 없었다”며 “형님이 성폭행하거나 위력을 행사했다는 것도 모두 거짓”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고유정에 대한 사형 선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강씨의 동생은 이날 “형님의 시신이 완도, 김포에서 훼손되어 낱낱이 유기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형님의 시신을 찾아) 하천, 들을 돌아다니며 맨손으로 땅을 파헤쳤다”고 말했다.
 
고유정과 주변인 관계도. [중앙포토]

고유정과 주변인 관계도. [중앙포토]

"시신 감춘 살인마에게 사형을…"

강씨의 어머니는 “(범행 후) 속죄는커녕 내 아들의 시신 일부조차 찾지 못하게 입을 닫은 살인마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또 “지금 이 순간 내 아들을 죽인 저 살인마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참담하고 가슴이 끊어질 것 같다”며 “자식을 먼저 앞세우고 시신도 못 찾는 부모의 마음을 누가 알겠느냐”라며 오열했다.
 
한편, 고유정의 의붓아들 A군(5)의 사망 사건은 이번 재판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검찰이 이번 주 내로 A군을 살해한 혐의로 고유정을 추가 기소할 것으로 보여서다. 고유정은 지난 3월 2일 수면제를 넣은 음식 등을 먹여 잠든 사이 A군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유정의 전남편 살해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은 오는 18일 오후 2시 제주지법에서 열린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