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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밍·총공도 배웠어요” 송가인 향한 5060 팬심

중앙일보 2019.11.05 00:03 종합 23면 지면보기
데뷔 8년 차에 첫 단독 콘서트를 연 송가인은 ’얼마나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렇게 힘들까 생각하며 무명 시절을 버텼다“고 말했다. [사진 포켓돌스튜디오]

데뷔 8년 차에 첫 단독 콘서트를 연 송가인은 ’얼마나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렇게 힘들까 생각하며 무명 시절을 버텼다“고 말했다. [사진 포켓돌스튜디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2019년, 가수 인생 새 막이 시작되는 오늘입니다. 데뷔 8년 차에 처음 해보는 게 너무 많네요.”
 

정통 트로트로 아이돌급 인기
첫 단독 콘서트 중장년 팬물결
핑크색 입고 응원봉에 어깨춤
공연 후 ‘가인로드’까지 환호

3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첫 단독 콘서트 ‘가인이어라’ 무대에 오른 송가인(33)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5월 TV조선 오디션 프로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이렇게 큰 무대에서 단독 공연을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4200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이쁘다” “잘한다” 등 추임새를 넣으며 박수를 보냈다.
 
4일 첫 정규 앨범 ‘가인(歌人)’ 발매를 앞둔 송가인은 이날 공연에서 수록곡 13곡을 아낌없이 공개했다. 2012년 본명 조은심으로 데뷔한 이후 홍보용 앨범은 3장 정도 발표했지만, 정식 유통되는 앨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그램 종영 이후 나날이 높아지는 인기 덕에 170곡을 받아 선별한 그는 아나운서 조우종과 배우 조승희의 진행에 따라 신곡 6곡을 한 곡씩 소개했다.
 
더블 타이틀곡 ‘엄마 아리랑’과 ‘이별의 영동선’ 모두 국악 창법이 돋보이는 정통 트로트다. 국가 무형문화재 72호인 진도씻김굿 전수조교인 어머니 송순단씨 덕에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판소리를 배운 송가인의 구성진 창법이 돋보인다. 송가인은 “어르신들이 제가 옛날 노래 부르는 것을 너무 즐거워하셔서 우리 것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것이 더해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부모님을 향한 마음을 많이 담았다”고 밝혔다. 오빠 조성제씨가 소속된 국악패 바라지와의 협연도 분위기를 한층 뜨겁게 달궜다.
 
‘미스트롯’에서도 예선전 손인호 원곡의 ‘한많은 대동강’(1959)으로 시작해 결승 2라운드 이해연 원곡의 ‘단장의 미아리 고개’(1956)까지 50년대 곡을 주로 선보인 그의 감성은 ‘서울의 달’ 같은 곡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서울살이 타향살이 고달픈 날에 울엄마가 생각이 난다(…)겁도 없이 떠나온 머나먼 길에 보고 싶은 내 고향 눈에 밟힌다” 등 복고풍의 노랫말이 심금을 울렸다.
 
객석 반응은 그의 이름에서 딴 ‘가인이어라’가 가장 뜨거웠다. “송가인이어라”라는 유행어 덕에 따라 부르기도 쉽고 “운명 같은 사람이어라” “내 인생의 귀인이어라” 등 귀에 쏙쏙 박히는 가사 덕분이다. 핑크색 모자와 점퍼를 갖춰 입은 팬클럽 ‘어게인’의 손길은 가락에 맞춰 손뼉 치랴, 플래카드 흔들랴, 응원봉 들랴 바빴다. 여타 아이돌 팬클럽처럼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아니지만 이들의 몸짓은 전염성이 강해 하나둘 일어나 춤추게 만들었다.
 
3일 공연 직후 송가인이 '퇴근길'에 배웅 나온 팬들에게 인삿말을 하고 있다. 민경원 기자

3일 공연 직후 송가인이 '퇴근길'에 배웅 나온 팬들에게 인삿말을 하고 있다. 민경원 기자

가족 단위 관람객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광주광역시에서 온 최종거(53)씨는 “처음엔 나 혼자 ‘미스트롯’을 보기 시작해서 아내와 두 딸 모두 송가인씨 팬이 됐다”며 “가족이 다 같이 콘서트를 보는 건 처음인데 여행 온 것처럼 신난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서 온 이모(15)양은 “엄마가 티켓팅을 부탁해서 함께 왔는데 가인 언니 매력에 푹 빠져 쿠션 굿즈도 샀다”며 “덕분에 전혀 모르던 옛날 노래도 많이 알게 되고 함께 스트레스를 푸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식 굿즈 중에서는 돋보기나 소주잔 세트, 거창유기 수저세트 등 어르신 취향의 품목도 눈에 띄었다.
 
5시부터 시작한 140분간의 공연이 끝났지만 팬들은 공연장 앞을 떠날 줄을 몰랐다. ‘가인로드’를 만들어 송가인의 퇴근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경기 시흥에서 온 김도현(68)씨는 “7월부터 깃발을 제작해 가인로드에 참여하고 있다”며 “가인씨가 나이는 딸뻘이지만 인성도 착하고 배울 점이 너무 많다. 부모에 대한 효심도 극진해 오늘 신곡도 엄마에 관한 곡이 많지 않았냐”고 말했다. 그는 “딸과 사위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법도 배우고 음원사이트에서 ‘스밍(스트리밍)’ 하는 방법도 배웠다”며 “차트 상위권 진입을 위해 ‘총공(총공격)’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후 8시쯤 ‘퇴근길’에 나타난 송가인은 확성기를 들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팬분들이 저를 믿고 응원해주셨기에 오늘날의 제가 있다. 정말 공기 같은 존재”라고 거듭 강조했다. 피처링에 참여한 MC몽의 ‘인기’로 음원 차트 정상을 달리고 있는 송가인은 “제 신곡이 1위를 하면 명동에서 프리 허그를 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오프라인 지역 거점화는 송가인 팬들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상룡(53)씨는 “지역 행사가 많기 때문에 현장 답사나 주차 지원도 틈틈이 나가고 다른 지역 공연을 갈 때면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며 “오늘도 부울경(부산·울산·경남) 회원 50명이 버스를 대절해 함께 왔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세충(대전·세종·충청) 이쪽으로 오세요” 등 지역별 인원을 체크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한국대중가요연구소 최규성 대표는 “장윤정·박현빈·홍진영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세미 트로트 바람이 일었을 때는 자신들의 문화라 여기지 않던 장년층이 정통 트로트가 부활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공연은 오는 10일 오후 6시 30분 MBC에서 방송된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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