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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존·탱탱볼·돔구장…달라진 환경이 ‘약’ 되나

중앙일보 2019.11.05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김광현·이영하·조상우(앞줄 왼쪽부터) 등 한국 야구대표팀 투수들이 프리미어12를 앞두고 4일 서울 고척돔에서 훈련하고 있다. [뉴스1]

김광현·이영하·조상우(앞줄 왼쪽부터) 등 한국 야구대표팀 투수들이 프리미어12를 앞두고 4일 서울 고척돔에서 훈련하고 있다. [뉴스1]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가 막을 올렸다. 한국은 6일 호주전을 시작으로, 7일 캐나다전, 8일 쿠바전 등 서울 라운드(C조 예선) 3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1, 2일 B조에 속한 푸에르토리코와 두 차례 평가전을 했다. 이 경기를 통해 선수들은 KBO리그와 프리미어12의 차이점을 경험했다. 서울 라운드를 통과할 경우, 한국은 11일 일본에서 시작하는 수퍼라운드에 진출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마주할 변수는 어떤 게 있을까.
 

프리미어12 서울 라운드 변수들
천장이 흰색에 가까운 스카이돔
낯선 외국팀 적응에 시간 걸릴 듯
내일 호주전, 7일 캐나다와 격돌

가장 눈에 띈 건 넓은 스트라이크 존이다. 바깥쪽으로 빠진 공, 스트라이크 존 네 모서리 부근에 온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된 경우가 많았다. 평가전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뿐이다. 조별 라운드에서는 WBSC 소속 제3국 심판들이 마스크를 쓴다. 평가전은 KBO리그 심판진이 판정했다. 그런데도 스트라이크 존이 확대된 느낌이었다. 포수 양의지(32·NC)는 “국제대회 스트라이크 존은 확실히 넓다. 그걸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투수에게는 유리한 요소다.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매우 좁은 편이다. KBO리그에서 코너워크가 뛰어난 양현종(31·KIA)과 차우찬(32·LG) 등에게 프리미어12의 스트라이크 존은 ‘태평양(아주 넓다는 의미)’이다. 두 선수는 1일 평가전에서 2이닝씩 던져 무실점을 기록했다.
 
반발력 높은 공은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다. 프리미어12 공인구는 KBO리그 공인구 제조사인 스카이라인이 만든다. KBO리그가 올해 사용한 공인구(반발계수 0.4034~0.4234)보다 반발력이 좋다. 이승엽 해설위원은 “타자들이 공이 잘 나간다고 한다”고 전했다. 타자들이 곧바로 체감할 정도면 작은 차이가 아니다. 1일 대표팀 중심타자 김재환(31·두산)은 투런포(비거리 125m)를 날렸다. 외야 벽 상단을 때리는 큰 타구였다. 김재환은 “아직 많이 쳐본 건 아니지만, 이번(프리미어12) 공인구가 더 멀리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일에는 9번 타자 민병헌(32·롯데)도 홈런을 쳤다. 민병헌은 “(타격 훈련 때부터) 넘어가지 않을 듯한 타구가 홈런이 됐다. 큰 차이는 아니겠지만 (KBO리그 공인구보다) 더 잘 나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KBO리그는 유례없는 타고투저(打高投低) 시즌을 보냈다. 20홈런 타자가 35명에 이르렀다. 반발력 높은 공인구(0.4134~0.4374) 탓이다. 이 공에 익숙했던 타자들이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빈타에 시달렸다. 아시안게임 공인구는 KBO리그 공보다 덜 나갔다. 이른바 ‘탱탱볼’ 공인구가 KBO리그를 왜곡한다는 비판까지 일었다. KBO는 올해 공의 반발력을 낮췄다. 올 시즌 20홈런 이상 기록한 타자는 11명에 불과했다. 그간 반발력 낮은 공을 사용했던 타자들인 만큼, 프리미어12에서 장타력 상승을 기대한다.
 
넓은 스트라이크 존이 타자에게 불리하지만, 반발력 큰 공은 투수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두 차례 평가전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은 이 두 가지 변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타자는 적극적인 스윙으로 투수를 압박했다. 투수는 한 수 위인 구위와 제구로  인플레이 타구를 줄였다. 한국은 1일은 4-0, 2일은 5-0으로 이겼다.
 
또 하나의 변수는 서울 라운드가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한국 선수들은 키움 홈구장인 고척돔에 익숙하다. 수비할 때 전혀 문제가 없다. 반면 푸에르토리코 외야수들은 높이 뜬 공을 잡을 때 주춤거렸다. 구장 천장이 흰색에 가까워 자칫 공을 놓칠 수 있다. 또 고척돔에 깔린 인조잔디도 다른 나라 내야수에겐 낯설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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