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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가 바로 우리"…홍콩·칠레 시위현장마다 나타난 '조커'

중앙일보 2019.11.04 17:06
영화 '조커'. [AP=연합뉴스]

영화 '조커'. [AP=연합뉴스]

영화 '조커' 주인공 분장이 세계 시위 현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조커는 불평등과 부조리에 분노해 악당이 된 대표적인 캐릭터다.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열연한 영화 조커는 악당을 미화했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현실 속 시위자들은 조커를 옹호하고 있다. 
 
미국 CNN은 3일(현지시간) 홍콩과 칠레를 비롯해 레바논·이라크·스페인 등의 젊은이들이 새하얀 얼굴에 새빨간 입술을 칠한 조커 분장으로 시위에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세계 시위 현장으로 나온 젊은이들은 조커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봤다"며 각국 시위자들이 조커에 동질감을 느낀 이유를 분석했다. 이들은 각각 자유민주주의 위협, 빈부 격차, 긴축정책 추진 등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해있다. 하지만 특권층과 정부를 향한 불만을 지니고 이를 바꿔보겠다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다.
레바논 시위자들. [AFP=연합뉴스]

레바논 시위자들. [AFP=연합뉴스]

 
실제 레바논의 거리 예술가 무함마드 카바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조커는 바로 우리"이라며 "영화 '조커'에서 부유한 엘리트 계층과 보통 사람들 간에 펼쳐지는 권력 투쟁이 레바논 시위자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레바논 사회는 지금 약자와 극도로 좌절한 억압받는 자들로 가득 차 있으며, 그들은 희망의 창을 찾고 있다"면서 조커를 시위자들의 상징으로 표현했다.
 
조커 분장을 한 채 칠레 시위에 참석한 심리학자 발렌티나 알바레스도 조커에 연민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조커는 오해받는 인물이다. 연약하고 버려졌다"며 "사회의 특권층에 포함되지 않은, 대다수의 칠레인이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조커 분장을 한 칠레 시위자. [EPA=연합뉴스]

조커 분장을 한 칠레 시위자. [EPA=연합뉴스]

 
CNN은 "영화 '조커'는 태만한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이 무너진 과정을 보여주며 주인공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고 평가했다.
 
과거 조커 가면을 착용한 시위 참가자에 관한 글을 쓴 독일 할레-비텐베르크 마르틴루터 대학의 안드레 비어 연구원은 "시위 참가자들이 조커 분장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는 지금 가장 밑바닥에 있지만 권력자들은 앞으로 하려는 일에 조심해야 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특히 영화 '조커'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덕에 시위자들이 주목받는데도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홍콩 시위자들. [EPA=연합뉴스]

홍콩 시위자들. [EPA=연합뉴스]

반면 조커를 상징화한 시위자들이 폭력과 방화, 파괴주의와 약탈을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이에 레바논의 카나비 같은 시위자들은 자신들이 조커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카나비는 "내가 '거리를 접수하겠다'고 말한 것은 폭력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레바논에서 우리의 저항과 시위는 모두 평화와 조화에 관한 것이다. 말이 총보다 훨씬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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