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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오락가락'…정경두 “안보 도움되면 유지 입장”

중앙일보 2019.11.04 16:55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과 관련 “우리 안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런 것들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직후엔 지소미아의 군사적 효용 가치가 그리 높지 않다는 데 무게를 두다가 지소미아 종료(23일)를 19일 앞두고 꺼낸 얘기다. 지소미아 유지를 요구할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내놓은 발언이기도 하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전, "도움되니 검토하는 것"
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효용가치 높지 않다"
종료 시한 19일 앞두곤 이제 와서 "유지" 거론

정경두 국방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정경두 국방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스틸웰 차관보 방한 전날 밝혀

정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분명한 것은 나도 지소미아의 중요성에 대해선 몇 번에 걸쳐 국회 답변 과정에서 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심층적으로 모든 부분을 다 검토하고 치열한 논의과정도 거쳤다”며 “그런 차원에서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다만 일본에서 안보상의 문제로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이런 것들이 있으니 같이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앞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 하루 전인 지난 8월 21일 국회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 (지소미아 종료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취지였다. 정 장관은 당시 “도움이 안 되면 바로 파기하면 된다. 과거 핵실험을 했을 경우 등 우리가 캐치 못 하는 정보를 받은 적도 있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종료 결정 이후인 8월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소미아는 한·일 간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측면에 있어서 그렇게 효용 가치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경두 장관의 지소미아 관련 발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경두 장관의 지소미아 관련 발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 9월 5일에는 왔다갔다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 장관은 그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소미아의 실시간 군사적 효용 가치는 없다”며 “지소미아에 따른 한·일 간 정보교류는 어떠한 군사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나중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랬다가 이후 ‘지소미아 종료로 제일 기뻐하고 박수칠 나라는 어디냐’는 질의에 “북한이나 중국이나 러시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소미아의 효용성이 없다는 답변과 맥락상 상치된다.
 
정 장관의 이날 ‘안보에 도움되면 지소미아 유지’ 발언을 놓고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걸 전제로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군 당국의 입장은 일관돼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장관 답변대로라면 ‘지소미아가 안보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지금이 아니라 종료 여부를 결정할 때 내렸어야 하는 판단’이라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다. 지소미아의 주무 장관 중 한 명인 국방장관의 발언이 오락가락하는 데 대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청와대서 주도한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는 내심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었는데 청와대가 종료 결정을 내리자 뒤늦게 이를 따라가면서 장관의 답변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 장관의 이날 답변을 놓고 군 안팎에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라는 미국의 압력이 거세지자 ‘지소미아 결정 회군’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떠 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바꾸려면 안보적 측면을 우선시하는 군이 앞장 서는 게 명분이 있는 만큼 군이 먼저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익명을 요구한 전직 군 인사는 “정 장관 발언의 속내가 무엇이건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다가오면서 정부가 출구 전략을 고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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