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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만원 쓰고 손목 골병…핵심 김장족도 '김포족' 돌아섰다

중앙일보 2019.11.04 11:51

올해 주부 54.9% 김장 포기

 
1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9 서울김장문화제가 취소된 가운데 행사관계자가 마스크를 쓰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원]

1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9 서울김장문화제가 취소된 가운데 행사관계자가 마스크를 쓰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원]

 
11월부터 본격 김장철이 도래했지만 김장을 포기하고 포장김치를 구매하는 이른바 ‘김포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배추·열무 등 폭등하는 채솟값과 노동 강도가 주된 이유로 꼽혔다.
 
대상 종가집은 10월 14일부터 20일까지 7일 동안 3115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올해 김장 계획’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결과 ‘김장한다(45.1%)’는 주부보다 ‘김장 안한다(54.9%)’는 주부가 더 많았다. 지난 2017년 최초로 ‘김포족’ 비율이 과반을 초과한 이후 3년 연속 절반 이상의 주부가 올해 김장을 담그지 않는다.
 
특히 김장의 주류 계층으로 꼽히는 핵심 김장층인 50대·60대도 김포족에 속속 합류하는 추세다. 같은 조사에서 50대 이상 김포족 비율은 45%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33%)과 비교하면 1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핵심 김장층까지 대열 이탈

 
최근 4년간 ‘김포족’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최근 4년간 ‘김포족’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김장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 강도다. 주로 정신적스트레스(13%)보다 육체적스트레스(58.7%)가 원인이었다. 특히 이른바 ‘앉아서 쏴’ 자세가 가장 힘들었다. 응답자는 김장 과정에서 가장 힘든 과정 1순위로 ‘김장속·배추를 버무리며 오래 앉아 있을 때(25.1%)’를 꼽았다. ‘배추절임·무 썰기 등 재료 손질(23.7%)’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이들에 따르면, 김장에 최대 18시간(20%)~24시간(21%)이 소요된다.
 
김장에 필요한 노동의 강도가 과중하면서 주부 4명 중 1명(24.8%)은 김장 후유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김장을 마치고 나면 허리(44.4%)·손목(23.3%)·어깨(15.8%)·무릎(15.5%) 등에 주로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공행진하는 농산물 가격. [연합뉴스]

고공행진하는 농산물 가격. [연합뉴스]

 
물가상승도 김포족 증가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에서 배춧값은 전년동월 대비 66.0% 폭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1포기 소매가격(5027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3271원) 대비 150% 수준이다(1일 기준). 잦은 태풍과 가을장마로 배추 작황이 악화하면서다. 배추뿐만 아니라 열무(88.6%)·오이(25.3%) 등 채솟값 상승률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이로 인해 김포족은 올해 김장을 하면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실제로 이들은 올해 김장 비용으로 31만~40만원(23%)을 가장 많이 예상했다. 21만~30만원(22.1%), 11만~20만원(17.2%) 순이었다.
 

김포족→포김족, 20%p 늘어  

 
주요 김장 계층까지 김장 대열 이탈. 그래픽=차준홍 기자.

주요 김장 계층까지 김장 대열 이탈. 그래픽=차준홍 기자.

 
김장 포기 사유로 ‘고된 노동’을 꼽은 응답자(50.6%)는 모든 연령대에서 1순위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40대 주부가 49%, 40대·50대 주부는 51%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설문조사에서 ‘고된 노동’을 1순위로 꼽은 응답자(38.0%)와 비교하면 12.6%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때문에 올해 ‘포김족’으로 갈아탄 김포족이 많았다. 포김족은 직접 김장을 담그는 대신 포장김치 구입하는 사람이다. 올해 김장 대신 포장김치를 구입하겠다는 응답자(58%)는 2016년(38%) 대비 20%포인트 상승했다.
 
김장배추를 수확하는 농민들. [연합뉴스]

김장배추를 수확하는 농민들. [연합뉴스]

 
특히 50대 이상 김포족 중에서 ‘포장김치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자(76%)가 지난해(61%) 대비 15%포인트 늘었다. 포장김치가 께름칙해서 힘들어도 직접 김장을 담그던 핵심 김장층조차 김장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의미다.
 

포장김치 일시품절 사태도

 
포김족으로 갈아타는 김포족. 그래픽=차준홍 기자.

포김족으로 갈아타는 김포족. 그래픽=차준홍 기자.

 
김포족이 포김족으로 돌아선 건 작년 김장부터(3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1~3년 미만(26%) 응답자까지 합치면 절반 이상이 최근 3년 이내에 포김족으로 돌아섰다.
 
직접 김장을 담그는 걸 고수하는 ‘김장족’도 일부 김장 프로세스는 간소화하는 추세다. 김장족에게 올해 김장 방식을 조사한 결과, ‘절임배추 구입 후 양념 속만 직접 만든다’는 답변이 과반이었다(50.7%). 또 ‘절임배추와 양념 속 모두 구입한다’는 답변은 11.9%를 차지했다. 과거처럼 전면 김장 체제는 실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 포장김치 코너 모습. [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 포장김치 코너 모습. [연합뉴스]

 
대신 직접 김장을 하는 주부는 ‘소량 김장(20포기 이하·56%)’만 진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7%) 대비 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10포기 이하 ‘초소량 김장족’도 증가세다(18%→25%).
 
포김족이 증가하면서 포장김치 제조사는 배추 공급에 난항 겪기도 한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는 일시 품절 사태를 겪었다. 포장김치 브랜드 ‘종가집’ 제조사 대상은 “9월부터 꾸준히 포장김치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농가에서 수급하는 배추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대형마트에 공급하는 종가집 포장김치도 어느 정도 물량 제한을 두는 등의 방식으로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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