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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중국식 민주’…신화사, 시진핑의 ‘민주’ 발언 빠뜨려

중앙일보 2019.11.04 11:50
지난 2일 상하이 시찰에서 중국식 민주의 우월성을 강조한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소개한 신화사의 공식 SNS ‘신화시점’. 시 주석의 이 발언은 이날 오후 3300자에 이르는 신화사의 공식 보도문에서는 생략됐다. [웨이보 캡처]

지난 2일 상하이 시찰에서 중국식 민주의 우월성을 강조한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소개한 신화사의 공식 SNS ‘신화시점’. 시 주석의 이 발언은 이날 오후 3300자에 이르는 신화사의 공식 보도문에서는 생략됐다. [웨이보 캡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3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상하이 시찰을 보도하면서 ‘중국식 민주’를 강조한 시 주석의 주요 발언을 빠뜨렸다고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가 4일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은 5일 개막하는 제2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를 앞두고 상하이 곳곳을 시찰했다. 시 주석의 시찰 소식은 신화사의 공식 SNS ‘신화시점’이 거의 실시간으로 전했다. 3일 낮 ‘신화시점’은 전날 시 주석이 상하이 창닝구훙차오가도의구베이 시민센터를 방문해 법률 초안에 대해 시민의 의견과 건의를 청취하는 모임을 직접 참관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정치 발전의 길을 걷는다. 인민 민주는 일종의 전과정(全過程)의 민주”라며 “모든 중요한 입법과 정책은 절차에 따라 민주적인 예비토론을 거치는 과학적이며 민주적인 정책 결정을 통해 탄생한다”고 발언했다. 아울러 “여러분들이 더욱 분발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민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공헌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이른바 ‘중국식 민주’의 핵심 내용이다.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는 13가지 국가 통치 항목을 결의하면서 “인민이 주인이 되는 제도를 견지하고 완성함으로써 사회주의 민주정치를 발전시킨다”는 ‘중국식 민주’를 세 번째 항목으로 채택했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중국식 민주의 우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적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시 주석의 발언은 3일 오후 3300자에 이르는 신화사의 공식 보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신화사는 대신 “인민대표대회 제도는 중국의 근본 정치제도다. 잘 지키고, 튼튼히 하고, 발전시켜 민의를 반영하는 경로를 넓히고, 민주의 형식을 풍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만 짧게 전했다. “인민 민주는 모든 과정의 민주”라며 중국식 민주를 과시하려는 시 주석의 발언이 삭제된 데 대해 중화권 매체는 의구심을 표시했다.
둬웨이는 최근 중국에서 좌·우파 논쟁은 기본적으로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더딘 민주화에 대한 불만을 고려한 것으로 삭제 이유를 풀이했다. 즉 중국 공산당이 집권 정당성으로 경제적 성취를 내세우지만, 민주화 방면에서는 설득력이 여전히 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민주화가 정착된 서구 국가에서도 포퓰리즘과 극단주의가 성행하면서 “민주=선거, 선거=투표”라는 전통 서구식 민주주의 이론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서구식 민주화를 철저히 거부하는 중국 공산당이 여전히 매력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곤경이 이번 삭제 보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는 풀이다.
지난 1일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주최한 4중전회 기자 설명회에서 한 관리는 “중국 공산당이 없다면 중국은 반드시 사분오열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중공이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는 ‘일당독재’를 ‘중국식 민주’와 등치 시키는 이유지만 대외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데 중국의 고민이 크다.
150일 넘게 지속하는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도 ‘민주’ 발언 삭제의 또 다른 이유로 거론된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홍콩의 범죄인 송환법이 시민의 압력에 밀려 폐기된 상황에서 입법 과정의 민주를 자랑하기에는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풀이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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