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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22화. 눈의 여왕

중앙일보 2019.11.04 10:49
눈처럼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 되돌릴 특효약은
인간의 마음으로 겨울의 힘을 몰아내는 것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눈의 여왕’ 안데르센이 ‘눈의 여왕’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바람을 잘 보여준다.

인간의 마음으로 겨울의 힘을 몰아내는 것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눈의 여왕’ 안데르센이 ‘눈의 여왕’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바람을 잘 보여준다.

먼 옛날 한 소년과 소녀가 살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함께했던 둘은 누가 봐도 가족처럼 사이가 좋았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소년이 돌변해 버렸습니다. 차가운 마음과 싸늘한 눈동자를 갖게 된 소년은 소녀만이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하고 냉정하게 대했습니다. 그것은 악마가 만든 거울 때문이었죠. 모든 것을 추악하게 비추는 거울을 한 트롤이 깨뜨리면서 그 파편이 세상에 퍼져나갔고, 그중 일부가 소년의 심장과 눈에 박힌 것이죠. 거울의 힘으로 소년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버렸고, 모든 것을 나쁘게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직 돋보기로 눈을 볼 때만 웃는, 감정 없는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이죠. 
 
소녀는 소년의 변화를 슬퍼했지만, 언젠가 돌아오리라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믿음은 절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느 겨울날 어디선가 나타난 눈의 여왕이 소년을 앗아갔기 때문이죠. 차가운 마음을 지닌 소년이 마음에 든 눈의 여왕은 가족과 소녀의 기억을 없애버리고 어딘가로 데려갔습니다. 봄이 되어, 소녀는 사라진 소년을 찾아 여정을 떠났습니다. 과연 소녀는 소년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소년의 마음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눈의 여왕’은 ‘인어공주’나 ‘성냥팔이 소녀’ 같은 슬픈 이야기를 선보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작품입니다. 성냥팔이 소녀의 목숨을 앗아갔던 겨울을 소재로, 겨울의 힘에 맞서 친구를 구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죠. 소녀는 눈의 여왕에게 소년이 납치된 것도 살아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릅니다. 당연히 소년을 찾는다는 것은 꿈에 지나지 않죠. 겨울날 사라져 버린 소년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습니다. 어딘가에서 차갑게 얼어붙어 죽어버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만, 소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어딘가에 소년이 살아있을 것이라고, 자기가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여행을 계속하죠.
 
그런 소녀를 많은 존재가 응원합니다. 태양과 꽃, 동물들이 말을 걸고, 마녀나 공주가 따뜻하게 맞이하기도 하죠. 때로는 함정일 때도 있습니다. 마녀는 손녀를 갖고 싶다는 마음에 소녀의 기억을 없애고, 공주가 내어준 마차 때문에 산적에게 잡히기도 하니까요. 소녀의 마음만이 그런 역경을 넘어서게 도와줍니다. 마녀가 없애버린 기억은 소년과의 추억 덕분에 되살아나고, 순수한 소녀의 마음에 산적의 딸이 구해줍니다. 그렇게 소녀는 소년을 찾아 북쪽으로, 북쪽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눈의 군단을 넘어 겨우 도착한 얼음 호수 위에서 소녀는 드디어 소년을 만납니다. 소년을 껴안은 소녀가 흘린 한 방울의 눈물…. 그 눈물은 소년의 심장에 박혀있던 거울 조각을 녹여 사라지게 하죠. 감정을 되찾은 소년. 그 소년의 눈에도 눈물이 흐르고 눈 속의 거울 조각도 빠져나갑니다. 드디어 소년은 모든 마음을 되찾은 것입니다. 눈의 여왕은 소년을 설득하려 하지만, 눈의 여왕의 어떤 마법으로도 되찾은 마음은 물리칠 수 없었습니다. 
 
‘눈의 여왕’은 한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만을 잃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사실 이는 안데르센 자신의 체험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합니다. 안데르센은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었습니다. 전쟁에 참여했다 돌아온 아버지가 신경쇠약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이죠.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사라진 이유를 궁금하게 여긴 안데르센이 묻자, 어머니는 아버지가 눈의 요정에게 잡혀갔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거의 전설 같은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안데르센은 동화 속 소녀처럼 아버지를 되찾고 싶었을 겁니다. 언젠가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겠죠.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지, 어쩌면 착한 마음을 갖고 기도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순수한 마음만이 겨울의 마법을 깨뜨릴 수 있다.’ ‘눈의 여왕’ 속의 이 이야기는 안데르센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따뜻한 인간의 마음만은 잊어서는 안 된다고요. ‘눈의 여왕’은 연극뿐 아니라 애니메이션·드라마·영화로 여러 번에 걸쳐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비롯한 많은 작품에 영감을 줬죠. 한 작가가 만들어낸 겨울에 대한 전설, ‘눈의 여왕’ 이야기가 이토록 사랑받은 것은 어째서일까요. 이 작품에 안데르센의 마음이 깊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사람들의 몸은 꽁꽁 얼어붙곤 합니다. 그와 함께 마음도 움츠러들고 차갑게 굳어가곤 하죠. 마치 사악한 거울이 박힌 소년처럼…. 춥고 짜증나니 그만큼 남을 생각하기도 싫어지기 쉬운 것이죠. 하지만, 그럴수록 팔을 벌리고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대하면 좋겠습니다. 사악한 거울의 힘조차 몰아냈던 소녀처럼 말이죠.
 

 
 
 
 
글=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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