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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손가락 때문에 7명 숨져"···추락헬기에도 저주의 댓글

중앙일보 2019.11.04 08:47
독도 헬기 추락 관련해 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중앙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 [사진 네이버 캡처]

독도 헬기 추락 관련해 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중앙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 [사진 네이버 캡처]

“손가락 절단 사고로 헬기를 타지 않았으면 남은 생애 여러 사람 도왔을 정도로 훌륭했던 분입니다. 제발 비난 댓글을 멈춰주세요.”
 

지난달 31일 왼쪽 손가락 다친 윤모(50) 선원
독도 해역에 있던 홍게잡이 배에서 구조돼
동료 선원과 함께 소방 헬기에 탔다가 추락
홍게잡이 배 선주 "윤씨에 비난 멈춰 달라"

지난달 31일 독도에서 추락한 헬기에 탑승했던 선원 윤모(50)씨가 일했던 홍게잡이 배의 선주 A씨가 한 말이다. 지난달 31일 오후 독도 인근에서 홍게잡이 작업을 하던 윤씨는 왼쪽 엄지손가락 첫마디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윤씨는 그의 보호자로 나선 동료 박모(46)씨와 함께 구조 헬기에 탔지만, 헬기는 이륙 직후 독도 해상에 추락했다. 당시 헬기에는 윤씨와 박씨를 비롯해 소방대원 등 7명이 탑승해 있었다.
 
선주 A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씨는) 선원을 가족처럼 아꼈던 분”이라며 “수십년간 배를 타며 동료들을 챙겼던 윤씨의 사고 소식에 선원들 모두 패닉상태로 며칠째 잠도 못 자고 슬퍼하고 있다”고 했다. 
 
윤씨는 결혼 전부터 경북 울진군에서 배를 탔다. 현재 20년 경력의 베테랑 선원이다. A씨의 홍게잡이 배에 탄 지는 4개월 정도로 오래되지 않았지만, 책임감 있는 모습에 선원들 모두 그를 잘 따랐다고 했다. A씨는 “누가 조금이라도 다쳤다 해도 뛰어들어 구했을, 절대 외면 못 했을 정도로 착한 분이다”며 “그분이 다치고 싶어서 다친 것도 아니고, 그분이 다쳐서 헬기가 추락한 것도 아닌데 ’손가락 때문에 몇 명이 죽었다’는 등 기사 댓글 보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독도 헬기 추락사고를 다룬 기사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이중 윤씨가 손가락을 다쳐 7명이 희생됐다는 식으로 비난하고 조롱하는 듯한 내용의 댓글도 틈틈이 보였다. ‘손가락 한 개가 여러 명 저 세상으로 보냈구나(kmh6****)’, ‘손가락 하나 때문에 7명이 사망하다니(6hel****)’, ‘손가락에 헬기? 이건 좀 오바요(ghos****)’, ‘손가락 하나가 큰 사고쳣네(hobi****)’ 등이다. 
 
반면 이런 비난 댓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헬기를 추락시킨 게 다친 선원은 아닌데 댓글 적당히 좀(heav****)’, ‘누가 다쳐서 누가 보호자로 헬기에 탑승했고, 누가 구하러 갔든지 모두 소중한 목숨이다. 다친 선원을 탓하면 그의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겠나. 내가 쓰는 댓글이 누군가에게는 살인 무기가 된다(repu****)’ 등이다. 
 
선주 A씨는“보호자로 탑승한 박씨와 손가락이 다친 윤씨는 배 위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아끼던 동료였다”며 “만약 입장을 바꿔 박씨가 다쳤다고 하더라도 윤씨가 보호자를 자처해서 헬기에 탑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도 헬기 추락 사고 해상수색. [영상 울릉군청]

독도 헬기 추락 사고 해상수색. [영상 울릉군청]

 
선주에 따르면 윤씨와 박씨는 수년 전 다른 배를 타다가 만났다. 이후 지난 7월 윤씨가 먼저 A씨의 배를 타게 됐고, 이후 윤씨가 박씨를 소개해 함께 일하게 됐다. A씨는 “윤씨가 무슨 이유로 다쳤는지는 잘 알지 못 한다”며 “당시 배에는 선장 1명, 밥하는 분 1명과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 선원 등이 있었는데 윤씨가 다치니 박씨가 보호자로 나선 것이지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소 윤씨는 아내와 딸에게 굉장히 자상했다. A씨는 “윤씨의 가족이 사는 곳이 울진군이 아니어서 평소 오전 2시에 일이 끝나든 3시에 일이 끝나든 배에서 내리면 숙소에서 자지 않고 1시간30분~2시간씩 걸려서 꼭 집에 가더라”며 “다음날 새벽에 출항해도 집에서 자고 차를 몰고 올라오길래 가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분도 몇번이나 울진에 와서 봤는데 이번 일로 남은 가족에게 죄책감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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