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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2공항 예정지엔 흑로가 산다

중앙일보 2019.11.04 06:00
지난해 5월 7일 제주도 종달리에서 발견된 흑로. 황새목 왜가리과의 새로, 흰색 백로의 검정색 버전이다.우리나라에서는 남쪽 해안가에서 주로 발견된다.[사진 전북대 주용기 전임연구원]

지난해 5월 7일 제주도 종달리에서 발견된 흑로. 황새목 왜가리과의 새로, 흰색 백로의 검정색 버전이다.우리나라에서는 남쪽 해안가에서 주로 발견된다.[사진 전북대 주용기 전임연구원]

제주도 철새도래지에 겨울이 오고 있다.

전북대 주용기 연구원 '보고서'
2011년부터 제주 찾아 새 조사

 
제주도 동쪽에는 하도리‧종달리‧오조리 3곳의 철새도래지가 있다. 따뜻한 제주의 날씨 덕에 겨울 철새들이 쉼터로 많이 이용하는 12월~1월에는 4000~5000마리의 새가 관찰되고, 날씨가 추운 해에는 1만 마리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이곳에서 12㎞, 차로 약 16분 걸리는 곳에 국토교통부가 제주2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대 무형정보유산연구소 주용기 전임연구원이 제주2공항 예정지를 비롯해 철새도래지에서 관찰한 새들을 기록해 지난 8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의 조류와 맹꽁이 조사 결과 분석 및 제언' 보고서를 작성했다.
지난해 4월 제주도 종달리에서 발견된 알락꼬리마도요. 시베리아, 중국 등지에서 번식하고 동남아 등 남쪽에서 월동하는 새로, 봄과 가을에 이동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발견된다. 갯벌의 게, 갯지렁이 등을 잡아먹는데, 중간기착지인 갯벌이 매립, 오염 등으로 줄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종이다. [사진 전북대 주용기 전임연구원]

지난해 4월 제주도 종달리에서 발견된 알락꼬리마도요. 시베리아, 중국 등지에서 번식하고 동남아 등 남쪽에서 월동하는 새로, 봄과 가을에 이동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발견된다. 갯벌의 게, 갯지렁이 등을 잡아먹는데, 중간기착지인 갯벌이 매립, 오염 등으로 줄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종이다. [사진 전북대 주용기 전임연구원]

주 연구원은 “제주도에서 물새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 2011년부터 수시로 방문해 관찰했다”며 "그 중 최근 조사 결과에서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 조류 중심으로 추려 보고서에 담았다"고 밝혔다. 
 

천연기념물 팔색조, 50㎝ 꼬리 아름다운 긴꼬리딱새 

팔색조 [중앙포토]

팔색조 [중앙포토]

보고서에 따르면 주로 ‘겨울 철새 도래지’로 알려진 제주 구좌읍과 성산읍에선 연중 내내 희귀 철새와 멸종위기종이 발견됐다.
 
올해 6월 두 차례 2공항 예정지에서 천연기념물인 팔색조와 멸종위기종 긴꼬리딱새의 울음소리를 확인했다.
 
팔색조는 짧고, 높고 날카로운 소리로 '휘휙! 휘휙!' 하면서 울고, 수컷의 50㎝의 길고 검은 꼬리가 아름다운 긴꼬리딱새는 빠르고 높지만 고운 소리로 사이렌과 비슷한 '삐뾰삐뾰삐' 하는 소리로 운다.
 
산새는 눈으로 관찰이 쉽지 않아 울음소리를 듣고 종과 개체수를 조사한다.
 
주 연구원은 “산새는 번식기인 봄~여름에 가장 많이 발견된다”며 “여름철에는 산새들이 낳은 새끼까지 포함해 개체수는 더 많아지지만, 소리를 거의 내지 않거나 작기 때문에 실제로 들리는 소리보다 더 많은 새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소리를 내는 때보다 내지 않는 때가 더 많고, 주로 새벽 시간~오전에 소리를 낸다.
 
주 연구원은 “여러 번 조사를 다니면서 공항예정지 내에 차로 갈 수 있는 지역은 모두 훑었다”며 “내가 매일 관찰할 수 없다보니 법적 보호종을 중심으로 특징적인 새 울음소리를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혹시 포착하면 영상으로 찍어 기록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알 몰래 낳고, 남의 알 떨어뜨리는 천연기념물 두견이

노랑부리백로 [사진 전북대 주용기 전임연구원]

노랑부리백로 [사진 전북대 주용기 전임연구원]

이곳에선 천연기념물 두견이도 소리로 10마리 발견됐다.
두견이는 알의 모양이 비슷한 섬휘파람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데, 한 번에 3~4개의 알을 각각 다른 둥지에 낳은 뒤 대신 키우게 한다.
 
섬휘파람새의 알보다 먼저 깨어난 두견이 새끼는 다른 알을 둥지 밖으로 떨어뜨린 뒤, 섬휘파람새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다.
그 동안 어미 두견이는 자신이 알을 낳은 근처에서 주기적으로 울다가, 새끼 두견이가 둥지를 떠날 때쯤 자신도 사라진다.
 
두견이는 맑고 둥근 소리로 '휙휙'과 '뾱뾱'의 중간쯤 되는 소리를 낸다.
제주2공항 예정지에서 두견이가 알을 낳는 섬휘파람새는 '휘~짹짹짹' 하며 울음소리 첫 부분을 길고 아릅답게 낸다.
 
인공 새 울음소리와도 일견 유사해 친숙한 소리다.
소리로만 봤을 때 공항 건설 예정지에서만 섬휘파람새가 수백 마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 연구원은 “섬휘파람새는 개체수가 많아 두견이의 방해로 멸종위기에 처하거나 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아한 '고니', 검정깃털 '흑로'

바닷가에서 관찰되는 물새는 산새보다는 비교적 관찰이 쉽다.
주 연구원은 지난해와 올해 2월 하도리와 종달리 철새도래지에서 멸종위기종 큰고니(1마리)‧흰이마기러기(2마리)‧노랑부리저어새(1마리)를 발견했다.
철새도래지는 공항 활주로가 건설되는 방향에 위치해있다.
올해 2월 25일 제주도 하도리에서 발견된 큰고니. 목을 꼿꼿이 세우고 헤엄치는 모습이 우아한 멸종위기종이다. [사진 전북대 주용기 전임연구원]

올해 2월 25일 제주도 하도리에서 발견된 큰고니. 목을 꼿꼿이 세우고 헤엄치는 모습이 우아한 멸종위기종이다. [사진 전북대 주용기 전임연구원]

‘백조’ 하면 흔히 떠올리는 생김새인 큰고니(Whooper Swan)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로, 북극 삼림지대에서 주로 서식하고 겨울엔 한국‧일본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국내에서는 낙동강 하구에 가장 많은데, 일부는 제주에서도 발견된다.
 
흰이마기러기는 주로 유럽쪽에서 월동을 하는 새인데, 국내에는 100마리도 채 되지 않는다.
성산에서 머무르면서 일본을 오가는 걸로 추정된다.
 
주 연구원은 “흰이마기러기는 다른 기러기와 섞여서 관찰도 어렵고 구별도 어려운 새”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포착된 멸종위기종 저어새. [사진 전북대 주용기 전임연구원]

지난해 8월 포착된 멸종위기종 저어새. [사진 전북대 주용기 전임연구원]

전 세계에 3500마리가 채 되지 않는 멸종위기종 저어새도 발견됐다.
저어새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인천 강화도 인근 무인도, 영광 앞바다 등에서 번식하고 겨울엔 주로 동남아‧홍콩 등 남서쪽으로 날아간다.
 
일부가 일본 오키나와 쪽으로 날아가다가 제주에서 쉬기도 하고 아예 제주에 머물기도 한다.
전 세계에 1만 마리 정도 있는 노랑부리저어새보다 부리가 짧아서 머리를 먹는 데 불리한 새다.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백로도 종달리에서 6마리 발견됐다.
노랑부리백로는 전 세계적으로 3500마리 남짓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국내에서는 서해안에서 주로 발견된다.
 
국내에서는 남쪽 해안가에서만 포착되는 귀한 흑로도 3마리 발견됐다.
 
주 연구원은 “따뜻한 바다에만 살기 때문에 남해안, 제주 해안가에서 한두마리씩 볼 수 있다”며 “파도가 센 제주 남쪽바다보다는 북쪽 바다에 좀 더 많은데 종달리까지는 서식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니 습지에 사는 멸종위기종 도요새들

올해 5월 12일 종달리에서 포착된 꼬까도요. 툰드라지역에서 번식하고 봄, 가을에 우리나라를 지나가면서 발견되는 철새다. 몸길이 22cm, 몸무게가 200g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새로, 알록달록 꼬까옷을 입은 듯 화려한 모양 때문에 꼬까도요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진 전북대 주용기 전임연구원]

올해 5월 12일 종달리에서 포착된 꼬까도요. 툰드라지역에서 번식하고 봄, 가을에 우리나라를 지나가면서 발견되는 철새다. 몸길이 22cm, 몸무게가 200g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새로, 알록달록 꼬까옷을 입은 듯 화려한 모양 때문에 꼬까도요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진 전북대 주용기 전임연구원]

제주도가 실시한 습지조사에도 잡히지 않은 작은 습지들이 제주 동쪽 철새도래지 인근에 흩어져있다.
댕기물떼새‧청다리도요‧삑삑도요‧깝짝도요‧꺅도요 등 도요물떼새들은 이동 중 이 갯벌에서 먹이와 물을 먹고 쉬어가거나 아예 여기서 겨울을 나기도 한다.
 
알록달록한 색을 지닌 ‘알락꼬리마도요’, 번식기에 날갯죽지의 깃털이 붉은색을 띠는 ‘붉은어깨도요’, 부리가 조금 휘어있는 ‘큰뒷부리도요’, 꽁지의 깃털이 검정색인 ‘흑꼬리도요’ 등도 제주에서 겨울을 난다.
좀도요도 30마리, 꼬까도요 10마리도 발견됐다.
 
주 연구원은 “제주 동쪽은 갯벌이 작아서 오래 머물지는 않지만, 이곳이 없으면 못 쉬고 못 먹은 채 이동하다 철새들이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요한 중간 기착지”라며 “도요물떼새(‘~도요’들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를 제대로 조사하려면 3~5월, 7~10월 매일 조사를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철새의 이동 높이는 새마다 다르다.
수면에 가까이 나는 새도 있고, 1㎞ 상공을 타고 날아가는 새도 있다.
 
주 연구원은 “아직 철새의 이동 고도는 연구 자체가 잘 안 돼 있다”며 “새는 모든 높이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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