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동우 작가 개인전 '누구냐옹' 전의 주인공들. 지난 1일 개막한 전시회는 오는 10일까지 이어진다. 손민호 기자
사진부터 설명하자. 이 사진을 찍은 장소는 제주도 저지리의 북 갤러리 ‘파파사이트(PAPA Site)’다. 책(Paper)과 예술(Art)과 순례(Pilgrim)와 커피(Americano)가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사진 왼쪽의 여성이 홍영주(51)씨. 파파사이트 사장이다. 사진 맨 오른쪽 남성 김유석(53)씨와 부부다. 그러니까 파파사이트는 이 부부가 2016년부터 일군 문화공간이다. 아내 홍씨는 서울에서 예술경영 강의를 하던 학자고, 남편 김씨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디자이너 출신이다. 그러니까 파파사이트는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제주 이주민의 신흥 문화공간인 셈이다.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저지리 예술마을 안에 있다.

제주도 저지리의 북 카페 파파사이트의 주인 부부. 아내 홍영주씨는 청각장애인이고 남편 김유석씨는 시각장애인이다. 그러나 문화예술에 관한 전문가들이다. 손민호 기자
“장애가 있는 사람도 문화를 즐기는 공간이길 바랄 따름입니다. 다만 정말 잘하고 싶습니다. 장애가 있는 예술가들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작품으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고동우 전시회 '누구냐옹' 전 포스터. 오는 9일엔 가수 장필순, 조동희 등이 출연하는 토크 콘서트도 열린다. [사진 사단법인 누구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06/25310be7-c4cf-441d-b917-643c6afb7d45.jpg)
고동우 전시회 '누구냐옹' 전 포스터. 오는 9일엔 가수 장필순, 조동희 등이 출연하는 토크 콘서트도 열린다. [사진 사단법인 누구나]

'나무 위 고양이2' 작품 앞에 선 고동우 작가. 고 작가는 작품에서 삼나무숲이 훼손되는 현실을 고발한다. 손민호 기자
고 작가는 하루 8시간 이상 작업을 한다. 2016년부터 제주도에서 꾸준히 전시회도 열고 있다. 여느 작가보다 활동이 활발하다. 고 작가에게도 사소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그는 발달장애인이다. 고 작가는 “그림이 유일한 위안이고 친구”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전시회 첫날 모습. 고동우 작가가 방문객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탁자 위의 옹기도 고 작가 작품이다. 손민호 기자
“발달장애는 질병이 아니에요. 일반인과 다를 뿐이에요. 요즘에는 병원에서 진단서를 끊을 때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진단명을 써요. 병명이 아니라. 나도 내 딸 희나 때문에 발달장애인을 알게 됐지만, 이 단체는 장애인은 물론이고 노인, 그리고 결혼이주여성을 위해서도 일을 해요. 고동우 작가는 누구나의 첫 전속 작가이에요.”
오한숙희 이사장에 따르면 인구 67만 명의 제주도에만 약 3000명의 발달장애인이 있다. 그렇게 뻔질나게 제주도를 들락거렸어도 처음 듣는 얘기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제주올레 걷기축제를 취재하러 내려갔다가 전시 소식을 듣고 잠깐 들른 카페였다. 제주의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아직 세상은 사람 덕분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