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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조국 지키기에 올인 무리수 남발, 법무부 된 법무부

중앙일보 2019.11.04 00:05 종합 10면 지면보기
지난 2일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공수처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공수처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차관님 말씀 위증 아닙니까?”
 

특수부 폐지, 형사사건공개금지
개혁 내세웠지만 검찰 힘빼기 의심
언론취재 제한 등 논란만 더 키워

지난달 15일 TV로 국정감사를 지켜보던 법무부 일부 직원들이 일순간 술렁거렸다고 한다. 전날 사퇴한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대행으로 국회 국정감사에 나선 김오수 차관의 답변 때문이었다. 당시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 차관이 담당 검사를 직무배제 시키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 차관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배제) 사실이 없습니까?”란 거듭된 질문에 김 차관은 “네”라고 답했다.
 
김 차관에 대한 ‘위증 논란’이 일었던 이유는 앞서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소속인 A검사의 업무가 석연찮게 변경됐기 때문이다. A검사는 조 전 장관의 개혁 방침에 따라 법무부가 ‘검사 파견심사위원회 예규’를 제정할 당시 “제대로 된 검토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담당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정을 아는 법무부 소속의 일부 직원들이 ‘직무배제는 없다’는 김 차관의 말에 대해 “위증 아니냐”고 술렁인 것이다.
 
법무부는 조 전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8월 9일 이후 대대적인 ‘조국 지키기’에 나섰다. 법무부 소속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언론의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의혹 보도에 대해 설명자료를 내며 반박했다. 당시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오보로 치부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법무부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사례도 있다.
 
같은 날 서울대 등 16개교 학생들이 만든 단체인 공정추진위원회가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공수처 설치 반대’ 등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같은 날 서울대 등 16개교 학생들이 만든 단체인 공정추진위원회가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공수처 설치 반대’ 등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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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자 복수의 법무부 고위 관계자가 대검 수뇌부를 접촉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 지휘 선상에서 배제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리자”고 제안해 ‘수사 외압’ 논란이 일었다. 법무부는 검찰개혁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며 검찰 특별수사부를 폐지하고 형사·공판부를 강화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담당한 검찰 특수부의 힘을 빼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최근 제정한 형사사건공개금지규정도 마찬가지다.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막겠다면서 언론 취재를 제한하는 독소조항을 슬그머니 넣었다. 언론계와 대한변호사협회 등 유관기관의 의견 수렴을 대폭 거쳤다고 했지만 이는 거짓임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검찰 한편에선 ‘조국 지키기’에 나선 법무부 간부들을 더는 검찰 선배로 볼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들을 ‘을사오적’에 빗대 ‘법무오적’이란 험한 말로 지칭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법무부는 본연의 일은 ‘깜빡’했다. 최근 검찰이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에 대해 현행 법규에 위배된다며 재판에 넘기자 각계에선 검찰이 정부 정책 결정의 영역에 검은손을 뻗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검찰은 ‘타다’ 사건을 정부 당국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고 법무부에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7월 중순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자 법무부는 정부 당국의 정책 조율 등을 위해 사건 처분을 1개월 미뤄달라는 뜻을 검찰에 전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국토교통부 등에 관련 사안에 대한 의견 조회를 하지 않고 3개월 넘게 해당 사안을 묵혀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법무부가 ‘타다’ 관련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한 3개월은, 법무부가 조 전 장관 지키기에 올인하던 시기와 묘하게 겹친다. “조국 지키려다가 법무부(法務部)가 법무부(法無部)가 됐다”는 법조계의 탄식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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