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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싱싱한 오색 과일 골고루, 껍질째 먹으면 영양만점 간식

중앙일보 2019.11.04 00:02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과일이 보약 되려면

한번 들인 습관은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 매일 3번, 1년에 1000번 이상 실천하는 식습관도 마찬가지다. 과일이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알고도 먹지 않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섭취하다 되레 건강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일 섭취의 중요성과 ‘좋은 습관’ 들이는 법을 사례를 중심으로 알아봤다. 
 

미량 영양소 부족한 배부른 영양실조 

혼자 사는 직장인 문성호(32)씨는 아침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점심은 직원식당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외식이나 회식하는 게 일상이다. 집밥을 멀리하면서 과일 섭취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문씨는 “씻고 깎아 먹는 게 귀찮고 대량으로 구매해야 해 다 먹지 못하고 버린 적도 많다”며 “단맛이 필요할 땐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먹게 되지 과일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양 불균형은 현대인이 당면한 과제다. 특히 외식·혼밥(혼자 밥 먹기)을 즐기는 1인 가구는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열량은 충분하지만 무기질·비타민 같은 미량 영양소는 부족한 ‘배부른 영양실조’에 처하기 쉽다. 실제로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결과 20~30대 식생활평가지수는 각각 56.7점, 58.9점으로 평균(61.7점) 이하를 기록했다. 육류·유제품은 많이 먹는 반면 잡곡·과일·야채는 적게 먹는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씨의 식단 역시 ‘배부른 영양실조’의 전형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강동경희대병원 이혜옥 영양파트장은 “아침 결식으로 점심에 과식하고, 저녁 회식에 육류·튀김 등 고열량 음식을 즐기는 것은 비만과 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부르는 식습관”이라며 “음식도 단일 메뉴 위주로 선택해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과일은 문씨와 같은 1인 가구의 영양 불균형을 해소할 ‘비책’으로 꼽힌다. 세브란스병원 이송미 영양팀장은 “과일·야채에는 칼슘·비타민을 비롯해 안토시아닌·루테인·라이코펜 등 약리 작용을 하는 ‘피토케미컬(식물 영양소)’이 풍부하다”며 “제철 과일은 영양소가 풍부할뿐더러 비용은 저렴한 이른바 가성비 좋은 식품”이라고 강조했다.
 
피토케미컬은 식물이 세균·곰팡이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물질로 강력한 항산화·항염증 효과를 자랑한다. 과일·야채에만 있는 성분인데, 바쁜 현대인은 야채보다 과일로 이를 채우는 게 더욱 효율적이다. 특별한 조리 과정이 필요 없고 소스·드레싱 없이도 단맛이 돌아 충분량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간식처럼 과일을 챙겨 먹으면 영양 균형을 맞출 수 있을 뿐 아니라 공복감이 줄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과일은 신선한 상태에서 껍질째 먹는 게 가장 좋다. 이혜옥 파트장은 “과일을 보관·관리하기 어렵다면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컵 과일이나 낱개 포장된 세척 과일 등을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과일 주스·통조림은 색과 맛을 유지하기 위해 인공색소·설탕 등이 과량 포함돼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이송미 팀장은 “생과일을 구하기 힘들면 가공식품보다 차라리 얼린 블루베리·애플망고 등을 주문해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디저트로 즐기는 과일은 ‘독’ 될 수도 

장은희(61·여)씨는 소문난 ‘과일 애호가’다. 삼시 세끼를 집밥 위주로 식사하는 그는 후식으로 사과·배 같은 제철 과일도 빼놓지 않고 챙겨 먹는다. 장씨는 “건강에 관심이 많아 매일 한 시간 이상 운동하고 반찬도 대여섯 가지를 준비한다”며 “과일은 맛도 좋고 영양소도 풍부해 하루 사과 한 알 정도는 약처럼 챙겨 먹는다”고 말했다.
 
장씨처럼 건강을 위해 과일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과일도 무턱대고 먹다간 건강에 해로운 ‘독’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과일의 건강 효과를 좌우하는 요소는 첫째, 먹는 양이다. 과일의 단맛을 내는 과당은 당분의 일종으로, 필요 이상으로 섭취할 경우 남은 에너지가 몸에 쌓여 비만·고지혈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하루에 섭취하는 총 당분의 3분의 1이 과일에서 비롯되는 만큼(한국영양학회지, 2014) 먹는 양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적정 과일 섭취량은 하루 50~100㎉로 사과·단감은 3분의 1개, 오렌지·바나나는 절반 정도다. 종이컵 1~2개 분량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 파트장은 “과일 섭취량을 줄이기 어렵다면 그만큼의 식사량을 조절해야 한다”며 “예컨대 하루에 사과 1개(약 150㎉)를 먹었다면, 밥 3분의 1공기(100㎉)를 덜어내는 식으로 총 에너지 섭취량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둘째, 먹는 시간이다. 장씨처럼 식사 후 바로 과일을 먹으면 포도당·과당이 연속적으로 흡수돼 체내 혈당이 단시간에 치솟는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조현 교수는 “혈당이 한꺼번에 오르면 나중에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게 된다”며 “당뇨병·대사증후군이 유발되고 이로 인해 신경·혈관 손상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과일은 식후 ‘디저트’보다 식사 중간 ‘간식’으로 섭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파트장은 “과일을 말리거나 주스로 만들어 먹으면 포만감이 덜해 더 많은 양을 먹게 된다”며 “가급적 생과일을 먹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좋아하는 과일만 먹는 것도 영양 불균형의 원인”이라며 “식물 영양소는 빨강·노랑·보라·초록 등 색으로 드러나는 만큼 되도록 다양한 색의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건강 상태에 따라 섭취하면 안 되는 과일도 있다. 조 교수는 “콩팥병 환자는 칼륨이 많은 바나나가 자칫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고혈압약을 자몽 주스와 먹으면 체내 약물 농도가 떨어지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TIP 과일별 하루 적정 섭취량
(50㎉ 기준, 도움말=이혜옥 강동경희대병원 영양파트장)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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