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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힘들다"는 여당 청년대변인의 '82년생 김지영' 논평

중앙일보 2019.11.03 15:51
영화 '82년생 김지영' 촬영 현장에서 주연 정유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 촬영 현장에서 주연 정유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장종화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이 영화 ‘82년생 김지영’과 관련해 “‘82년생 장종화’를 영화로 만들어도 똑같을 것”이라며 “(남성도) 맥락을 알 수 없는 남자다움이 요구된 삶을 살았다”는 논평을 내 비판을 받고 있다.
 
장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김지영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성별과 상관없이 우리가 얼마나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며 살아왔나 하는 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대변인은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이미 수많은 논란과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며 “영화의 존재 자체가 소위 ‘페미니즘’의 상징이 되고 공격의 대상이 되었지만 우리 사회가 들여다봐야 할 문제는 그 지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지영이 겪는 일들을 일반화할 수 없다”며 “이 사회의 모든 여성이 특히나 영화의 제목처럼 82년생 여성이 모두 김지영의 경험을 ‘전부’ 공유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장 대변인은 “몰카 적발 뉴스는 오늘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육아는 여전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김지영이 겪었던 일 중에 한두가지는 우리 모두 봤거나, 들었거나, 겪었다”면서도 “이는 거꾸로 ‘82년생 장종화’를 영화로 만들어도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교 시절 단순히 숙제 하나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풀스윙 따귀를 맞고 스물둘 청춘에 입대하여 갖은 고생 끝에 배치된 자대에서 아무 이유 없이 있는 욕 없는 욕은 다 듣고 키 180 이하는 루저가 되는 것과 같이 여러 맥락을 알 수 없는 ‘남자다움’이 요구된 삶을 살았다”고 덧붙였다.
 
장 대변인은 “영화는 ‘이렇게나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구나’하는 점을 보여준다”며 “김지영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성별과 상관없이 우리가 얼마나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며 살아왔나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지영 같은 ‘세상 차별은 혼자 다 겪는’ 일이 없도록 우리 주변의 차별을 하나하나 없애가야 할 일”이라며 “당신과 나는 서로 죽도록 미워하자고 태어난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는 물음으로 글을 맺었다.
 
장 대변인의 논평에 당내를 포함한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장종화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논평.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장종화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논평.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김민석 민주당 관악갑 대학생위원장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집권여당의 대변인의 논평이라기엔 그 수준이 처참하다”며 “논평은 페미니즘에 대한 피상적 인식 수준을 드러낸다”고 혹평했다.
 
김 위원장은 “‘82년생 장종화’ 운운이 특히 가소롭다”며 “논평은 페미니즘의 효용을 언급하는 대신 매우 피상적으로 '여자도 힘들지만 남자도 힘들어!' 수준 이상의 논의를 발전시키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강민진 정의당 청년대변인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인권에 관한 영화를 두고 여당 대변인이 낸 논평이 고작 남자도 힘들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라니. 소위 청년세대의 젠더 갈등을 향한 민주당의 정치적 스탠스가 이런 거라면 너무 암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부장제는 남성에게도 해로운 게 맞다”며 “특히 ‘정상적 남성’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소수자 남성들은 차별과 혐오를 겪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도 차별받는다’ ‘여자나 남자나 똑같이 힘들다’는 말이 맞는 말이 되는 건 아니다.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함으로써 남성이 기득권을 누리는 세상이란 것도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 내 페미니스트 모임인 ‘국회페미’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장종화 청년대변인이 대변한다는 청년은 대체 누구냐”며 “민주당 홈페이지에 공적인 자격으로 성 평등에 대한 일그러진 사견을 게재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처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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