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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로 확장 스톱…일본의 새 인구 전략 '콤팩트시티'

중앙일보 2019.11.03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37)  

일본에서도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최대의 극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 농어촌뿐 아니라 도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2019 부산 장노년 일자리박람회'에서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는 어르신들. [중앙포토]

일본에서도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최대의 극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 농어촌뿐 아니라 도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2019 부산 장노년 일자리박람회'에서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는 어르신들. [중앙포토]

 
현재 일본이 극복해야 할 최대의 과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다. 인구감소는 지방 농어촌에만 한정되지 않고 많은 인구가 밀집한 도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인구감소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많은 지방도시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지자체의 재정상황 악화가 가장 큰 문제다. 생산연령인구의 감소에 따라 세수가 줄어들고 지방 고유의 산업이 정체되며, 지역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이 악화돼 도시 기능의 유지 자체가 어려운 곳이 많다. 인구증가 시대에 도시가 교외로 확대될 때 인프라 정비 등의 공공투자가 진행됐다.
 
하지만 인구감소 시대에는 사회자본과 인프라는 엄청난 유지관리 비용과 갱신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도시의 노후화한 도로, 공원, 주택 등 사회자본과 인프라의 갱신비용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60년까지 50년간 필요한 갱신비용은 약 190조엔으로 추정된다. 2037년엔 유지관리 비용과 갱신비용을 조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인구증가 시대에 계속 팽창했던 도시에서 중심시가지의 공동 현상도 문제가 되고 있다. 고도성장기부터 1990년대까지 승용차 보급이 늘면서 거대 쇼핑센터와 길거리형 상가가 교외에 자리 잡았다. 도시의 무질서한 스프롤화 현상으로 이전의 중심시가지는 공동화되고, 폐업한 점포도 대폭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도쿄도의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도쿄 도심지에서 35~45km 떨어진 사이타마현의 도시는 인구감소 시대의 도시에 일어나는 현실과 그 장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구증가 시대에 계속 팽창했던 도시에 중심시가지의 공동 현상도 문제가 되고 있다. 도시의 무질서한 스프롤화 현상으로 이전의 중심시가지는 공동화되고, 폐업한 점포도 대폭 늘어났다. [사진 pxhere]

인구증가 시대에 계속 팽창했던 도시에 중심시가지의 공동 현상도 문제가 되고 있다. 도시의 무질서한 스프롤화 현상으로 이전의 중심시가지는 공동화되고, 폐업한 점포도 대폭 늘어났다. [사진 pxhere]

 
교외에 개발된 주택단지에는 지금 고령화하는 단카이 세대가 남아 있고, 젊은 세대는 도심지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 확실히 젊은 세대는 도심지 거주를 선호하고 있다. 일찍이 교외 지역에서 주택단지의 개발과 함께 영업해온 개인 상가는 경영자의 고령화로 공실 상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교외 도시의 주요 도로가에는 아직 상가가 즐비하지만, 인구감소 때문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점포의 임차인이 없어 폐허가 되는 사례도 많다.
 
한편 중심 시가지에서 영업하는 점포는 경쟁력 있는 교외의 상가에 밀려 쇠퇴하고 있다. 중심 시가지의 상가는 가족경영 방식으로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교외의 대형 상가에 대항하려면 지역의 상가 전체가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교외도시의 중심 시가지에는 새로운 투자가 없고, 경영능력을 가진 외부 인재도 들어오지 않는다. 경쟁력을 상실한 중심 시가지의 상가는 외부로 나가거나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심 시가지의 상권은 점점 매력을 잃고 폐업상가가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고성장·인구증가·땅값 상승을 전제로 지탱해온 교외 도시의 경제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제 저성장·인구감소·땅값 하락 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 지금까지 교외도시의 경제시스템을 이루고 있던 모든 요소가 역전되고 있다.
 
2025년에 단카이 세대가 75세 이상이 되면 상속과 폐업에 따른 빈집, 빈 점포, 빈 땅이 대량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인구감소에 따라 수요가 줄고, 투자여력이 없기 때문에 토지와 부동산이 방치되어 그 경제적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 그대로 두면 도시가 황폐화할지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도 주택은 공급과잉 상태다. 주택보급량은 전체 세대 수보다도 약 16%가 많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도시에서도 세대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건설업자는 신규주택을 계속 건설하고 있다. 국가도 경기대책의 관점에서 금융과 세금 우대를 통해 적극 주택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도로, 학교, 공원 등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은 교외 지역에 제한없이 집들이 계속 세워지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사진은 빈집이 증가해 주택이 방치되고 있는 하토야마 뉴타운. [중앙포토]

무엇보다 도로, 학교, 공원 등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은 교외 지역에 제한없이 집들이 계속 세워지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사진은 빈집이 증가해 주택이 방치되고 있는 하토야마 뉴타운. [중앙포토]

 
공급과잉 때문에 빈 주택이 대폭 늘어나면서 주택시장에서 가격하락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주택가격이 내려가 자산가치가 떨어지면 소유자는 장래 수익 전망이 없기 때문에 처분 기회를 노린다. 이렇게 과잉주택은 방치되고 계속 노후화한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도로, 학교, 공원 등의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는 교외 지역에 제한 없이 계속 세워지고 있다. 교외로 택지가 확장되면 국소적으로 인구가 늘어나고, 지자체는 학교나 공원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인프라의 건설비용이 증가하고, 공공시설과 도로 등의 유지관리, 방재와 화재대책, 쓰레기 처리장 확대 등 공공서비스 비용도 증가한다. 이렇게 늘어난 비용은 고스란히 주민이 부담하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이러한 인구감소에 따른 도시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교외로 제한 없이 확장되는 ‘스프롤화 현상(무계획적 택지조성에 의해 산림과 농지가 택지화돼 가는 현상)’을 막고, 장래 인구감소에 대비해 대량의 과잉공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간단히 말하면 도시의 중심부에 핵심기능을 집약하는 ‘콤팩트 시티’를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콤팩트 시티란 글자 그대로 인구가 적은 도시라는 의미가 아니다. 상업지와 행정서비스의 필요한 생활기능을 일정한 범위에 모아 효율적인 생활과 행정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는 도시의 중심부에 주택과 공공시설, 상업시설 등 다양한 기능을 모아두고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콤팩트한 규모로 시가지를 정비하는 도시형태다. 또한 도시지역과 거주지역을 정해 생활권을 통제하는 구조다.
 
즉 교외에 주택을 구입해 무질서하게 확장된 생활권을 중심부에 집약시켜서 낭비를 줄이는 생활 행정을 말한다. 지금까지 교외로 팽창하는 도시구조에서 중심거점으로 집약된 도시구조로 전환하고, 인구가 감소해도 도시기능과 지역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회자본을 이용할 수 있고, 행정비용도 낮아지기 때문에 도시의 재정 건전성에도 도움이 된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1인당 행정비용은 낮아진다. 전문가들은 이를 도시의 콤팩트화를 추진하는 근거로 활용한다. 콤팩트화로 도시의 외부에서 중심지까지 거리가 10% 축소되면 재정지출 총액이 1.7~2.7% 줄어든다는 실증 연구자료도 있다. 도시중심지로 집약시키면 거래 기회와 소비활동이 늘어나고, 생산활동이 활성화되어 노동생산성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도시가 계속 스프롤화하면서 인구가 감소하면 세수도 감소한다. 세수가 줄어들면 사회자본과 공공서비스는 이전과 같이 유지할 수 없어 재정이 급속히 악화된다. 결국 필요한 공공서비스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가까운 장래에 인구감소로 인해 파탄하는 도시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와 사상황의 변화에 따른 지속 가능한 도시구조로 재구축하는 것이 중대한 과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바로 콤팩트 시티다.
 
전문가들은 인구감소에 따른 도시문제를 '콤팩트 시티'로 해결해야한다고 말한다. 상업지와 행정서비스의 필요한 생활기능을 일정한 범위에 모아 효율적인 생활과 행정을 지향하는 것이다. [사진 pxhere]

전문가들은 인구감소에 따른 도시문제를 '콤팩트 시티'로 해결해야한다고 말한다. 상업지와 행정서비스의 필요한 생활기능을 일정한 범위에 모아 효율적인 생활과 행정을 지향하는 것이다. [사진 pxhere]

 
일본 정부는 오래전부터 콤팩트 시티를 구상했다. 2006년 도시계획법 및 중심시가지활성화법을 개정할 때 콤팩트 시티가 초점이 됐다. 하지만 2013년부터 콤팩트 시티 대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2013년 ‘도시재구축전략검토위원회’는 중심지 거주와 도시기능을 집약시켜 중심부의 인구밀도를 유지하는 집약형 도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2014년 4월 콤팩트 시티 추진을 위한 다양한 지원제도를 담은 ‘중심시가지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국토교통성은 콤팩트시티를 추진하기 위해 46억엔의 예산을 책정했다. 인구밀도 유지와 도시기능(의료·복지·상업 등)의 계획적인 배치에 대해 도시 전체의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계획하는 지자체에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경제산업성도 별도의 예산을 마련하고, 도시 중심부에 복지시설과 병원 등을 정비하는 민간사업자에게 보조제도와 세제우선제도, 도시 중심부에 대규모의 상업시설을 정비하는 민간사업자를 보조하고 있다.
 
현재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지자체는 콤팩트시티를 서두르고 있다. 그중에 아오모리(青森)시, 토야마(富山)시, 가나자와(金沢)시는 선행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계획대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다. 콤팩트시티를 위해 새로운 공공 투자로 대출을 늘리기 어렵고, 오히려 잘못하면 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리하게 공공사업을 늘리지 않고, 기존의 사회자본 스톡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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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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