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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발견 소식에 가족 오열… 침통한 울릉도 실종자 대기실

중앙일보 2019.11.03 05:00
울릉군은 독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로 실종된 이들의 가족들이 울릉도로 들어오자 대기실을 마련했다. 심석용 기자

울릉군은 독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로 실종된 이들의 가족들이 울릉도로 들어오자 대기실을 마련했다. 심석용 기자

 
2일 오후 1시쯤 경북 울릉군 울릉읍 어업인 복지회관. 출입구 옆에는 ‘독도리 인근 해상 소방헬기 추락 사고 실종자 가족 대기실’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관광객들이 내려 북적였던 저동항과 달리 이곳은 울릉군과 소방 관계자들만 오갔다. 지난달 31일 헬기 추락사고로 실종된 이들의 가족들이 울릉도로 들어오자 울릉군은 이들을 위해 이곳에 대기실을 마련했다.
 
대기실이 설치된 건물 2층은 조용했다. 한쪽에 쌓인 20여개의 응급구호 세트 박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전날 울릉도에 들어온 실종자 가족 중 일부가 이날 수색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이곳을 떠났기 때문이다. 복지회관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66.여)씨는 “어제 오후부터 실종자 가족들이 다들 담담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것을 봤다”라며 “실종자 가족들이 계속 대기실에 있었는지 오후 8시쯤까지 2층에 불이 켜져 있었다”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 독도 평화함 타고 수색 지켜봐

긴급구호세트만 실종자 가족들이 떠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심석용 기자

긴급구호세트만 실종자 가족들이 떠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심석용 기자

 
수색 당국에 따르면 전날 울릉도에서 들어온 실종자 가족 28명 중 24명은 이날 오전 독도 평화함을 타고 해상으로 향했다. 개인 자격으로 추가 입도한 2명도 개별적으로 독도로 간 뒤 독도 평화함에 합류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날 낮 12시쯤 독도에 상륙한 뒤 수색현장을 지켜보고 오후 5시30분쯤 울릉도로 복귀했다. 이후 소방 관계자와 앞으로의 일정을 논의한 뒤 울릉군이 마련한 숙소로 돌아갔다.
 
이날 오후 1시50분쯤 포항에서 출발한 13명의 실종자 가족이 추가로 대기실로 들어섰다. 소방 관계자로부터 전날 발견된 헬기 동체에서 시신 3구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이들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시신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인과의 통화 중 오열하는 이도 있었다. 수색 당국은 이날 낮 12시10분 무인잠수정을 통해 동체 내부에서 실종자 1명을, 동체로부터 각각 110m, 150m 떨어진 위치에서 실종자 2명을 발견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수색 당국으로부터 “3일은 바람이 거세 예정된 시간에 배가 뜨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뒤 회의를 거쳐 일부는 이날 바로 육지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발견된 시신을 인양하게 되면 대구나 포항 병원으로 옮길 계획”이라며 “실종자 가족 13명 중 11명은 설명을 듣고 일단 돌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저동항 주민들도 안타까움 드러내

해상수색을 위해 독도에서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 김정석 기자

해상수색을 위해 독도에서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 김정석 기자

 
어업인 복지회관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저동항 근처에 사는 권모(70)씨는 “사고 소식을 뉴스에서 보고 걱정이 돼 소방대원인 조카에게 전화해서 안부를 물었다”라며 “나이도 어린 실종자도 있던데 남 일 같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박형태(64)씨도 “이곳 바다에서는 종종 사고가 발생하지만 이번에 사고 소식이 또 전해지면서 주민들도 슬퍼하는 분위기”라고 나지막이 대답했다.
 

“상황 전달 제대로 되지 않아 답답해”

독도 헬기 추락 사고 실종자를 찾기위한 해상 수색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울릉군청]

독도 헬기 추락 사고 실종자를 찾기위한 해상 수색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울릉군청]

 
한편 경북 포항 남부소방서 2층에 마련된 가족 대기실에는 이날도 20여 명의 가족이 마음을 졸이며 소식을 기다렸다. 몇 명은 소방관계자의 부축을 받고 소방서에 마련된 심리상담실에 오가기도 했다. 일부 가족은 상황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자 강원 동해시의 동해해양경찰청으로 향했다. 헬기 사고 피해자 박모(29) 구급대원의 외삼촌은 “언론을 통해 시신을 찾았다는 소식만 들리고 여기서 알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며 “빨리 조카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남은 실종자를 찾기 위한 해상수색은 계획대로 하면서 헬기 동체에 대한 정밀탐색과 시신 인양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릉도·포항=심석용·백경서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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