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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초저가 강수, 온라인 사업 승부수 통할까

중앙일보 2019.11.03 00:03
대형마트 3사 나란히 수익성 악화… e커머스 부상하면서 출혈 경쟁 휘말려
 

위기의 대형마트, 돌파구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대형마트가 깊은 침체 늪에 빠졌다. 이미 최근 수년간 실적이 하향세였지만 올 들어 수익성까지 더 나빠지면서 분위기가 한층 심각해졌다. 업계 1위 이마트는 창사 이래로 26년 만에 지난 2분기 첫 적자를 냈다(분기 기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수익성 악화에 고심 중이다. 소비 양극화와 모든 연령층의 온라인 쇼핑 트렌드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과거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단행된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위기 배경과 업계의 자구책 이모저모를 짚어봤다.  
 
사진:ⓒ gettyimagesbank

사진:ⓒ gettyimagesbank

지난 10월 21일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는 새 대표이사로 강희석(50) 전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를 선임했다. 두 가지 관점에서 파격적인 인사였다. 우선 1993년 설립된 이마트가 창사 26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서 수혈한 대표라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2014년부터 6년간 재임한 이갑수 전 대표처럼 내부 인사만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는 순혈주의가 강했다. 다른 하나는 인사 시점이다. 이마트의 모기업 신세계는 다른 대기업처럼 통상 12월에 정기인사를 단행한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이마트 부문 인사를 두 달 가까이 앞당기면서 대표뿐 아니라 임원 40명 중 11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성과주의에 입각해 과감히 혁신하고자 단행한 인사”라며 “백화점 부문 등의 인사는 예년처럼 12월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의 파격적 인사

이마트의 갑작스러운 인사는 올 들어 한층 심각해진 대형마트의 수익성 악화와 맞닿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마트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8% 급감했다. 특히 2분기엔 영업손실만 299억원으로 창립 이후 첫 적자였다. 증권가에 따르면 3분기 영업이익은 1200억원대로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지만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넘게 적은 수치다.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롯데마트의 2분기 영업손실은 33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 적자폭이 커졌다. 비상장사로 분기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홈플러스는 2018 회계연도(2018년 3월~2019년 2월) 기준 영업이익(1091억원)이 전년 대비 57% 넘게 감소했다.
 
연면적 3000㎡ 이상 대규모 점포를 가리키는 대형마트의 전성기는 20년 넘게 이어졌다. 1993년 11월 서울 창동에 이마트가 처음 들어선 이후 후발주자까지 가세, 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국가적인 대형 악재에도 2010년대 초반까지 줄곧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 사이 내수 시장이 커지고 근로자의 실질소득이 상향평준화한 영향도 있었지만 주된 비결은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이었다. 점포 대형화와 물류비 절감으로 고도의 박리다매 전략 구사가 가능해 동네마트나 재래시장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인기리에 점포 숫자가 급증하면서 전국의 소비자들은 집 근처에서 간편하게 염가 쇼핑을 할 수 있게 됐다. 대형마트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도록 쾌적한 실내공간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성장 속도를 높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09년 33조2000억원이던 국내 대형마트 매출 총액은 2013년 45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과거 유통 산업의 선봉장으로 통했던 백화점마저 대형마트의 적수가 되지 않았다. 같은 기간 백화점의 매출 총액은 각각 15조2000억원, 29조8000억원으로 대형마트에 크게 못 미쳤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쪽은 재래시장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 총액이 22조원에서 19조9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정부가 골목상권인 재래시장 보호를 명분 삼아 대기업 계열인 대형마트를 법적으로 규제하고 나서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2012년 3월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으로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을 제한하고, 월 2회 휴업을 의무화하는 한편 영업시간(오전 0~10시)도 제한했다. 승승장구하던 대형마트에 닥친 첫 위기였다.
 

e커머스의 식품 유통 매출도 대형마트 앞질러

신선식품은 대형마트가 자랑하는 차별점이자 핵심 무기였지만 최근 들어 e커머스에 수요를 내주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는 관련 없음. / 사진:롯데마트

신선식품은 대형마트가 자랑하는 차별점이자 핵심 무기였지만 최근 들어 e커머스에 수요를 내주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는 관련 없음. / 사진:롯데마트

이후 관(官)이 아닌 시장 쪽에서 강렬한 위기가 휘몰아치면서 대형마트의 전성기도 막을 내렸다. 온라인 쇼핑 트렌드의 급속한 확장이 그것이다. 수년간 스마트폰과 이동통신 기술이 대폭 발전하면서 누구나 대형마트보다 간편한 ‘손 안의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런 온라인 쇼핑은 대형마트의 최대 무기이던 편의성은 물론이고 가격 경쟁력까지 무력화했다. 시장 선점에 나선 쿠팡 등의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들은 잇단 저가 공세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크고 작은 공산품뿐만 아니라 신선식품까지 총알같이 배송해 대형마트에 타격을 가했다. 신선식품은 넓은 진열대에서 다양한 품목을 싱싱한 상태로 보관, 제공할 수 있는 대형마트의 핵심 무기였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은 5년간 연평균 24.5% 성장하면서 지난해 113조7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지난해 13조5000억원이었던 e커머스의 식품 유통 매출도 올해 대형마트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을 통한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활성화된 점도 소비자의 발걸음을 대형마트에서 돌리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는 3225만건으로 전년 대비 37%, 총액은 27억5000만 달러(약 3조3000억원)로 31%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에도 2359만건, 21억1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각각 36%, 29% 증가했다. 지난해 해외 직구 인기 품목은 ▶건강식품 ▶의류 ▶가전제품 ▶기타식품 ▶화장품 ▶신발류 ▶완구인형 ▶가방류 순이었다. 오프라인 쇼핑 의존도가 높았던 40~50대 중장년층까지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 등의 쇼핑 이벤트가 몰린 11월 기준) 해외 직구 건수가 10~30대보다 50대(33.4%)와 40대(26.2%)에서 많이 증가했다.
 
유통 업계는 이런 트렌드가 오프라인 쇼핑 시장 전반, 특히 대형마트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할 필요성이 큰 명품 등을 취급하는 백화점과 달리, 대형마트는 대부분 온라인 쇼핑으로도 대체가 가능한 품목을 취급한다”며 “백화점이 ‘정체’라면 대형마트는 ‘퇴보’ 수준인데 이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백화점 매출 총액은 29조9900억원으로 전년(29조3000억원)보다 2%가량 증가했다. 2012년 이후 6년째 29조원대를 맴돌고 있는 가운데 명품이 현상 유지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가격 경쟁에서 뒤처지기 않기 위해 기업들은 저가 전략을 고수하려 한다. 사진은 이마트의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 진열대. / 사진:이마트

가격 경쟁에서 뒤처지기 않기 위해 기업들은 저가 전략을 고수하려 한다. 사진은 이마트의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 진열대. / 사진:이마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3월 국내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했으며, 전체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2.3%나 됐다. 명품 구매엔 돈을 덜 아끼는 최근의 소비 양극화 추세도 여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은 명품과 프리미엄 가전 카테고리에서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유통 업종 내에서 실적이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명품이라는 보호막이 없는 대형마트 매출의 전년 대비 신장률은 2014년 -3.4%, 2016년 -1.4%, 지난해 -2.3% 등으로 현상 유지조차 되지 않고 있다. 2013년 매출 총액 45조원대로 정점을 찍고 계속 감소해 지난해는 39조원가량에 머물렀다. 1인 가구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도 대형마트가 유독 맥을 못 추는 또 다른 원인이다. 대형마트 수요를 지탱하던 가족 단위 소비자의 이탈을 의미해서다. 혼자 사는 소비자는 온가족이 먹을 식품이나 쓸 생활필수품을 대량 구매할 필요 없이 온라인이나 집 앞 편의점에서 1인용 구매하는 편을 선호한다.
 
대형마트 3사는 이를 만회하고자 저가 경쟁 등에 사실상 타의로 내몰리면서 제반 비용 지출이 급증했다. 최근 나란히 수익성 악화 수렁에 빠진 배경이다. 오너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마트 부문을 진두지휘하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올 6월의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생각보다 위기는 빨리 오고 기회는 늦게 온다”며 위기감을 재차 나타냈다. 연초 “디지털 전환을 통한 혁신이 급선무”라고 전사 차원에서 독려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롯데마트 위기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PB 상품 재정비로 차별화 나서

체험형 공간 제공으로 소비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면서 자연스레 구매 확률도 높이는 전략이 계속해서 마련되고 있다. 홈플러스가 점포 옥상 유휴 부지를 활용해 만든 풋살파크. / 사진:홈플러스

체험형 공간 제공으로 소비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면서 자연스레 구매 확률도 높이는 전략이 계속해서 마련되고 있다. 홈플러스가 점포 옥상 유휴 부지를 활용해 만든 풋살파크. / 사진:홈플러스

기업들은 다각도로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이마트는 출혈을 고려해도 장기적 관점에서 초저가 전략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8월 도입한 상시 초저가 상품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통해서다. 물티슈와 치약처럼 소비자가 많이 찾는 생활필수품 등을 대량 매입해 상시적 초저가 구조를 확립하고, 한번 책정한 가격은 바꾸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노재악 이마트 상품본부장은 “8월부터 10월 14일까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 구매 고객의 1회 평균 구매액이 7만1598원으로 비구매 고객 대비 46% 더 많았다”며 “10월까지 상품 수를 140여 개, 연내 200여 개로 늘리면서 앞으로 500개 수준의 초저가 상품을 지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직접 기획해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PB) 상품 재정비에 나섰다. 7월만 해도 38개나 됐던 PB를 8월에 ‘온리 프라이스’ ‘스윗 허그’ ‘통큰’ 등 핵심적인 10개로 압축한 대신 품질과 가격 만족도를 높여 승부하기로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PB는 대형마트의 차별화와 (매장에 대한 소비자의) 방문 필요성 증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데 지금껏 여러 PB가 중구난방으로 존재해 선택 집중도를 외려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소수로 줄이되 고객이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마케팅을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10월 들어 일부 PB 상품의 러시아 등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
 
e커머스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신선식품 부문 위기도 PB 강화로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기존에 일부 신선식품을 포함하던 PB ‘해빗’에 더해 최근 ‘대한민국 산지뚝심’이라는 지역별 우수 신선식품 콘셉트의 PB 추가에 나섰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e커머스와의 경쟁에서 대형마트가 우위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 분야가 신선식품”이라며 “유통 노하우와 물류 인프라에서 앞선 만큼 신선식품 분야 입지를 지키는 데 적극적”이라고 분석했다.
 
홈플러스는 9월부터 서울 남현점과 부산 해운대점 등 점포 수 곳을 ‘대형마트+창고형 할인점’ 개념의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표적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와 주로 가까운 곳에서 정면 승부하면서 활로를 뚫는다는 전략이다. 남현점은 코스트코 서울 양재점과, 해운대점은 코스트코 부산점과 3~4㎞ 거리로 가깝다. 창고형 할인점은 일반 대형마트와는 달리 오프라인에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3사 모두 ‘대세’인 온라인 사업 강화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는 SSG닷컴의 상품·플랫폼 조직의 전문성 보강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그룹 내 유통 7개사 통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내년 출시되는 데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과한 출혈 없이 전국 140개 점포를 온라인 주문·배송 시스템을 갖춘 거점으로 재구축해나갈 방침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는 7월 기자간담회에서 “온라인 일일 배송 건수를 기존 3만3000건에서 2021년 12만건으로 늘리도록 온라인 전용 물류 센터 확충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6000억원 수준이던 온라인 부문 매출을 2021년 2조30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와 같은 자구책들은 결국 온라인에 뺏겼던,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이라는 두 무기를 되찾기 위한 기업들의 승부수를 의미한다. 전망은 엇갈린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대형마트는 e커머스엔 없는 대규모 고객의 실제 접점과 풍부한 유통 노하우가 있다”며 “온라인 공략의 가시적 성과가 머잖아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박종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커머스 성장이 오프라인 생태계를 뒤흔든 상황에서 수익성이 나빠진 대형마트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좀 더 확실한 ‘게임 체인저’ 필요

다만 일각에선 보다 확실한 ‘게임 체인저’의 필요성도 지적한다. 저가 경쟁에서 얼마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며, 온라인도 주력 사업 부문은 아닌 만큼 강화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태유 세종대 교수는 “소비자를 대형마트로 다시 몰고 올 수 있는 킬러 콘텐트와 같은 상품확보, 소비자의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체험형 콘텐트나 공간 확충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마트가 실험적으로 운영 중인 ‘일렉트로마트’ 같은 경우가 하나의 예일 수 있다. ‘아저씨들의 놀이터’라는 콘셉트로 정용진 부회장이 주도해 만든 체험형 가전 전문점 일렉트로마트는 드론(무인항공기) 체험 코너 등으로 차별화해 소비자 발걸음을 모으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고무된 이마트 측은 하반기 중 일렉트로마트 점포를 10개 추가로 내면서 전국 매장을 49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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