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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1부터 영어교육, PBL수업 활성화...교육강국 핀란드의 미래교육

중앙일보 2019.11.02 11:30
류선정 한국-핀란드교육센터장(오른쪽)은 핀란드에서 현지 수업을 참관하며 현지 교육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류선정 제공]

류선정 한국-핀란드교육센터장(오른쪽)은 핀란드에서 현지 수업을 참관하며 현지 교육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류선정 제공]

핀란드의 학업성취율은 매우 높다. 또한 세계 행복지수 1위로 살기 좋은 나라다. 그런 핀란드가 미래 교육을 위한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핀란드는 2020년부터 국가 (단위의) 교육과정에서 초등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모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초등 3학년부터 영어 공교육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교과 과정 개편에서 세계화 추세에 맞춰 교육 개시 연령을 대폭 낮췄다. 미래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2016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현상기반수업(Phenomenon Based Learning.PBL)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류선정 한국-핀란드 교육연구센터장 인터뷰
핀란드는 지금 미래교육 현상기반수업(PBL)
핀란드 영어 공교육의 특징은 스토리텔링

헬싱키에 위치한 한국-핀란드 교육연구센터(www.opinkoti.com)에서 양국 교육을 연구하는 류선정 센터장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핀란드는 새로운 교육정책에 도전하고 문제점은 보완하는 선순환이 자리 잡은 나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 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지금보다 큰 자율성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선정 한국-핀란드 교육연구센터장은
- 주 핀란드 한국대사관/주 대한민국 핀란드 대사관 양국 교육자문
-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Finnish National Agency for Education)  한국교육 자문
- 서울시교육청,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  경기도 교육청, 경기도 교육연구정보원 교육자문
- 한국교육개발원(KEDI) 핀란드 해외교육통신원
- University of Jyvaskyla, Finland(M.A Educational Leadership) 이위베스뀔라 교육대학원 졸업
 

한국과 유사한 핀란드 영어 공교육… 핵심은 스토리텔링

핀란드 학생의 영어 실력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국가를 대상으로 평가하는 세계 영어 능력 평가지수인 EF EPI(English Proficiency Index, 영어 능력지수)에서 8위(2018년)를 차지했다. 한국은 31위다. 이 중 1위(스웨덴)부터 7위까지는 영어와 언어구조가 유사한 나라들이다. 주목할 점은 핀란드어가 우리말처럼 영어와 어순이 반대인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것이다. 모국어 중심 정책으로 초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학교에서 주당 2시간씩 가르치는 영어 수업이 핀란드 국민이 받는 정규 영어교육의 시작이다. 이런 환경에서 국가의 영어교육만 받고도 대다수 국민이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비결이 궁금했다.
 
영어교육에서 핀란드와 한국의 차이점은 뭔가.
“양국에서 가르치는 교육법만 놓고 본다면 특별한 차이는 없다. 오히려 한국 학교의 영어 수업이 더 나아 보일 때도 있다. 얼마 전 국내 교육청에서 파견된 영어교사들이 핀란드에 한 학기 동안 머물며 핀란드 교실의 영어 수업 현장을 연구했다. 결론은 특이한 점이 없다는 거였다. 한국에서는 이미 5년 전부터 해오던 교수법이 이제 막 시행되기도 하고, 과거형과 과거분사, 현재완료 등 문법도 가르치고 외우게 한다. 평범한 영어교육법이기 때문에 지켜봤던 한국 교사들이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양국 학생 간 분명한 실력의 차이가 드러나는데.
“나도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핀란드 현지의 영어 교사와 교장 선생님, 교육부 관계자들과 많은 논의를 했다. 일단 양국이 영어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 공용어인 스웨덴어도 배워야 하는 핀란드 학생들에게 영어는 소통을 위해 자신이 배우면 좋은 여러 외국어 중 하나다. 한국은 영어를 시험을 위한 과목으로 생각하는 반면, 핀란드는 소통을 위한 언어로 생각한다. 실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해서 소통하는 경험을 쌓도록 교사가 지속해서 과제를 제공하기도 한다.
덧붙여 내 추측은 아주 작은 차이점이 큰 격차를 만들어 내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차이점이란 ‘자기 생각을 끊임없이 말하도록 훈련’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핀란드의 기본 교육 방침과 연결돼 있다. ‘자기 생각 말하기’는 영어 과목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공통 사용되는 핀란드의 교육방식이다.”
 
류선정 센터장은 한국과 핀란드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류선정 제공]

류선정 센터장은 한국과 핀란드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류선정 제공]

어떻게 자기 생각을 말하게 유도하나.
“핀란드인은 대체로 수줍음이 많다. 교사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자기 의견을 말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수업을 이끌어간다. 아이들이 이야기만 하다가 수업을 마쳐도 그 수업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지속해서 말하도록 하고, 수업 시간 중 누구 한 명이라도 더 말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처음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초등 3학년 학생들도 자기 생각을 간단한 영어문장으로 만들어 써 보게 하고, 자신이 쓴 문장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말하기를 유도한다. 이렇게 교육받다 보니 고교생쯤 되어서는 한국과 핀란드 양국의 학생들이 영어뿐 아니라 모국어 말하기 능력에서도 차이점을 보이는 것 같다.”
 
어떤 차이를 느꼈나.
“한국 학생들은 즉석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기를 힘들어한다. 어떤 주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물으면, 자신이 좀 더 배경지식을 찾아보고 시간을 충분히 가져 준비해야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핀란드 학생들은 그런 말 하기를 하는 환경에 익숙하다. 이 때문에 어떤 주제나 자료를 보면서 바로 그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한국에선 대학생 정도 돼야 자기 생각을 어느 정도 조리 있게 말하는 데 비해, 핀란드에선 고교생과 대화를 나눠보면 성인과 대화하는 것 같다.”
 
영어교육 시작 연령을 초등 1학년으로 내리는 이유가 있나.
“헬싱키는 이미 2017년부터 1학년을 대상으로 영어교육을 하고 있었다. 외국인 비율이 높은 도시 특성을 고려해 시가 자율적으로 시행했다. 점차 핀란드 전역에 외국인 비율이 늘어나면서 국가 교육 과정에서 글로벌 추세에 발맞추기로 했다. 1학년부터 9학년까지 진행하는 영어 과목의 수업시수는 기존과 같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모국어가 상대적으로 등한시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논의가 치열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최근 핀란드 교육계 관심은…. 현상 기반수업(PBL)

최근 몇 년간 세계 교육계가 주목하고 있는 핀란드의 교육 정책 중 하나는 프로젝트 기반 수업(Phenomenon Based Learning)의 확대다. 핀란드는 2016년부터 PBL수업을 전국 학교에서 시행하는 교육정책을 발표했다. 1년에 한 번 이상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PBL를 시도하도록 권고했는데,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학교는 이 통합교과 주간을 1년에 최소 60시간 이상 실시하며, 각 학생이 이 학습에 참여할 기회를 최소한 한 번 이상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현상 기반 수업(PBL)이 뭔가
“우리 주위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Phenomenon)을 배우는 것이다.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접하는 모든 현상이 배움의 주제가 된다. 자연히 주제의 제한이 없고, 거대한 주제에 접근한다. 각 학교의 교사들이 ‘지속적인 자연보호’ ‘건강’ ‘네덜란드 연구’와 같은 대주제를 정해 학생들에게 알리면, 조별로 모인 학생들이 주제에 맞춰 자신들이 연구하고 싶은 세부 주제를 결정한다. 이때 교사는 학생들의 연구 계획서를 살피며 그 안에 해당 학년에서 반드시 익혀야 할 교육 핵심 등이 포함되도록 이끈다.”
 
일반적인 문제 해결/프로젝트 수업(Problem/Project Based Learning)과 현상 기반 수업의 차이는 뭔가.
“대상 범위의 차이다. 문제 해결 수업(Problem Based Learning)보다 프로젝트 수업(Project Based Learning)의 주제가 넓고, 이보다 현상 기반 수업(Phenomenon Based Learning)의 주제가 훨씬 범위가 넓다. ‘문제(Problem)<과제(Project)<현상(Phenomenon) ’순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초점을 맞춘 게 ‘문제 해결 수업이라면, 꼭 문제가 아니더라도 있는 현상 자체를 배우는 것이 현상 기반 수업이다.”
 
새로운 교육정책을 시행하면서 잡음은 없나.
“당연히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핀란드 내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이러한 이야기가 가감 없이 논의된다. PBL교육은 2014년 만들어 2016년부터 실행했다. 2017년과 18년에 걸쳐 끊임없이 ‘과목 수업의 소홀화’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PBL과 같은 융합 교육을 위해선 기본이 되는 과목들의 기본적인 지식이 갖춰져야 하는데, 과목별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지도하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고, 이에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IT기술을 가르치라고 권유하면서 교사들에게 미리 충분히 연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그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
“이러한 불만을 수렴해 나가는 모습에서 핀란드 교육의 저력이 드러난다. 현장에서 PBL을 실행해 본 교사들이 장단점을 편하게 정부와 이야기하고, 정부는 이를 경청한다. 그리고 문제점을 보완한 피드백을 내놓고, 다시 적용 뒤 보완하는 선순환 트랙이 구축돼 있다. 문제가 생긴다고 해당 교육정책을 갑자기 없애는 식의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 20~30년 후를 봤을 때 장기적인 방향성은 옳다고 다수가 공감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교육 관계자가 힘을 모아 장기간에 걸쳐 정책을 다듬어간다.” 이지은 객원기자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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