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기차 세계2위' 되겠다는 현대차, 배터리 직접 만들까

중앙일보 2019.11.02 08:00
현대자동차그룹이 수년 내에 전기자동차 세계 2위 생산기업으로 성장할 것을 천명한 가운데 장기적으로 배터리 양산 체계를 갖출지가 주목된다.
 

노조가 '직접생산' 요구
사측 반대로 논의 일단락
'규모의 경제' 여부가 관건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동조합은 지난달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배터리 내재화란 현재 현대차가 배터리회사로부터 납품받는 배터리셀 등 핵심 부품을 현대차가 직접 생산하는 것이다.
 
현대차 전기차 코나EV. [사진 현대차]

현대차 전기차 코나EV. [사진 현대차]

 
친환경차 도입으로 2025년까지 생산인력 20%가량 감소한다는 점에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줄어드는 생산인력을 배터리생산라인으로 돌려달라는 것이다. 
 
사측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고 한다. 자동차 배터리는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가 생산하는데 현재로써는 이를 납품받는 것이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더 싸다고 봐서다. 3사 출혈경쟁이 심한 것도 이유다.
 
이에 따라 고용안정위원회에선 "친환경차 도입에 따라 새롭게 적용되는 부품은 부품업체들과의 개방적 협력관계를 통해 조달한다"는 원칙적 내용만 공유됐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서 사측은 '배터리 3사의 기술력을 얼마나 따라갈 수 있겠느냐'라며 고용안정위원회에서 계속 논의되는 것을 반대했고 자문위원들도 유보적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안다"며 "회사 입장에선 노조가 인원이 줄까 봐 배터리 생산공정을 달라는 요구여서 들어주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차가 '모빌리티 기업'으로 서비스 분야를 확장하는 상황에서, 배터리를 직접 양산하면 하드웨어 부문이 커지게 된다. 현재 회사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세 번째)이 28일 오전 울산 북구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 참석에 앞서 코나 EV 배터리 시스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 세 번째)이 28일 오전 울산 북구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 참석에 앞서 코나 EV 배터리 시스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업계관계자는 "미래차를 위해서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을 생산했던 기존 노동조합 규모를 줄여가고 있는데, 설사 배터리 양산체계를 갖추더라도 이들을 전환해서 배치하겠느냐"라며 "자율주행 관련 부품처럼 배터리 관련 양산도 현대모비스에 집중될 공산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이미 배터리 자체 양산 기술을 보유했다고 분석한다. 의왕연구소에 배터리 기초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는 배터리셀을 납품받은 뒤 품질과 성능을 점검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한다. 현대차는 현재 LG화학,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셀 공급 받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24일 '현대차 전기차(EV) 전략 방향성' 자료를 통해 2025년에는 전기차 연간 56만대 판매 계획을 밝혔다. 계획대로 되면 폴크스바겐(60만대 이상 예상)에 이은 세계 2위 전기차 생산업체가 된다. 
 
기아차와 합치면 현대자동차그룹이 연간 85만대 이상 판매할 만큼 비중이 크다. 현대차는 또 폐배터리 활용사업(ESS) 계획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현대차가 배터리 양산 체계를 갖출 수도 있다고 본다.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기술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시장 방향이 전기차로 가면 배터리 관련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2030년 전 세계 연간 차량 등록 대수 9000만대 중 3000만대가 전기차가 된다고 가정할 때 그중 세계 5~6위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국내 업체도 200만대 이상 생산해야 한다"며 "규모의 경제면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 된다면 배터리 생산라인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