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北에 스토커처럼 매달려···" 발언에 격해진 정의용 대답

중앙일보 2019.11.02 01:00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그렇지 않으면 대안이 뭡니까? (북한과) 강 대 강으로 나가야 합니까?”
1일 저녁 대통령 비서실ㆍ경호처와 국가안보실을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 시종 낮은 톤으로 의원들 질의에 답해나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한 톤 높아졌다. 이날 오후 9시 50분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북한에 언제까지 스토커처럼 매달려야 하느냐”는 물음에 답하는 과정에서다.
 
▶김정재=“(최근 월드컵 축구 남북 예선전을 위해) 평양에 간 우리 선수들이 굉장히 신변위협을 받았다. 직통전화도 없고 휴대전화도 지급이 안 됐고 굉장히 힘들었다.”
▶정의용=“(저희도) 실망스러웠다는 말씀을 드린다.”
▶김 의원=“따져야 한다. 혹시 손흥민 선수 몸값 아는가?”
▶정 실장=“선수를 값으로 매기는 문제는 아니다.”
▶김 의원=“세계 8위다. 그래서 대한민국 선수들, 국민 생명과 안전 다 지켜줘야 한다.”(※최근 영국 한 스포츠매체가 발표한 ‘전 세계 축구 포지션별 비싼 선수 톱 10’에 따르면 손흥민의 몸값은 7200만 파운드, 한화 약 1093억원으로 전 세계 왼쪽 윙 포워드 선수 중 8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북한과의 경기를 마치고 귀국한 남자축구 대표팀 손흥민이 지난달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로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북한과의 경기를 마치고 귀국한 남자축구 대표팀 손흥민이 지난달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로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의 질의는 계속 이어졌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8월 남북경제 평화 실현해서 일본을 따라잡겠다고 한 지 16시간도 안 돼 북한이 미사일을 빵빵 쏘겠다 했다. 소위 젊은 층 표현에 의하면 ‘까였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북한이 정상국가가 아니라고 하면서 왜 이렇게 매달리는 건가? 언제까지 스토커처럼 매달려야 하는지 많은 국민이 궁금해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상대로 “남북경협으로 일본경제를 따라잡겠다는 말씀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김 실장이 “의지와 꿈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질의시간이 종료됐고 김 의원 마이크는 꺼졌다.
 
하지만 정 실장이 “저에게도 답변할 시간을 달라”며 사회를 보던 이인영 운영위원장(더불어민주당)에게 요청했다. 답변을 허락받은 정 실장은 “매달린다는 표현은 정말 지나친 표현”이라며 “우리가 왜 계속 북한을 설득하는가. 북한에 관여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 과정에서 정 실장 답변 톤이 높아졌다. “어떻게 하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 협력을 이끌어내는가 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대안이 뭔가? 북한이 비정상이면 우리도 비정상으로 가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정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 약 40조원이었던 국방 예산이 내년 예산안에서 50조원으로 늘어난 점을 들어 “힘을 바탕으로 북한을 설득해나가면서 한반도 평화를 이루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 안보 독트린의 키(key)”라고 말했다.
 
민주당 외교안보통 한 의원은 “요즘 정 실장이 남북관계나 북ㆍ미 실무협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힘들어한다고 들었다”며 “그럼에도 북한에 끈질긴 설득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건데 야당이 ‘매달린다’고 표현하니 순간 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