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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사들, 캄보디아 가서 지뢰·불발탄 제거 교육 받았다

중앙선데이 2019.11.02 00:21 659호 14면 지면보기

국제적십자위원회가 벌이는 대북 인도주의 사업

지난달 22일 ‘지속가능 개발지수’ 국제회의에 참석한 질스 카르보니에 국제적십자위원회 부총재는 ’북한에서 정치와 무관하게 보건의료·위생·식량안보 등의 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강정현 기자

지난달 22일 ‘지속가능 개발지수’ 국제회의에 참석한 질스 카르보니에 국제적십자위원회 부총재는 ’북한에서 정치와 무관하게 보건의료·위생·식량안보 등의 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강정현 기자

북한이 지난 1월 캄보디아에 적십자사 직원과 경찰 등을 보내 지뢰와 불발탄 제거 교육을 받았다고 최근 방한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질스 카르보니에 부총재가 인터뷰에서 밝혔다. 카르보니에 부총재는 “북한은 ICRC의 지원으로 지뢰·불발탄 제거 경험을 축적해온 캄보디아에 가서 숙련된 요원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ICRC 평양사무소의 최주성, 북한 적십자회의 김정호, 인민보안성(주민통제 담당)의 송광남, 평양 폭탄해체 조직 책임자 김경룡 등이 ICRC 아시아 지역 무기오염 대표단의 조니 톰슨과 함께 캄보디아의 지뢰 활동센터(CMAC)를 방문해 교육을 받았다. 이는 북한이 6·25전쟁과 분단으로 생긴 지뢰·불발탄의 제거에 본격적으로 나섰음을 보여준다. 카르보니에 부총재는 최근 한국생산성본부가 주최한 ‘다우존스 지속가능 개발지수’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개발경제학자로 국제 개발원조와 개도국 지원사업 전문가이기도 한 그로부터 북한에서 벌이는 인도주의 사업과 국제인도주의 활동의 흐름을 들어봤다.
 

카르보니에 국제적십자위원회 부총재
보안성 간부 등 ‘지뢰활동센터’ 방문
전쟁·분단 흔적 제거 가속화 의지

팔다리 잃은 1800명에 의수족 혜택
수도관 개선, 병원 선진화 등 진행
남북 이산가족 신원 확인 도울 의향

ICRC는 북한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ICRC는 중립적·인도주의적·독립적인 국제기관으로 2002년부터 북한에서 활동 중이며 평양에 사무소가 있다. 북한의 보건성·인민안전성·외무성·인민무력성·농림성·도시관리성 등과 대화와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는 정치와는 무관하게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필요한 사업을 펼친다. 북한에선 신체 재활, 보건의료, 도시 식수공급 및 위생, 한국전쟁 관련 잔존 무기오염 제거, 응급·재난 상황 대비 역량 강화, 식량안보, 제네바 협약에 대한 인식 향상 등 사업에 집중한다. 지난 1월 북한 관계자들을 캄보디아에 데려간 것은 지뢰와 불발탄 등 후방 지역의 잔존 무기 제거 활동을 지원해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일종의 인도주의 활동이다. 북한도 이 사업에 관심이 상당하다.”
지뢰와 불발탄 등 잔존 폭발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북한에서 제작해 배포한 포스터. [사진 ICRC]

지뢰와 불발탄 등 잔존 폭발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북한에서 제작해 배포한 포스터. [사진 ICRC]

  
난민 지원 등에 첨단기술 적극 활용
 
신체 재활 활동도 관련이 있나?
“ICRC는 평양의 락랑과 황해북도 송림 등 2군데의 신체재활센터에서 사고 등으로 팔다리를 잃은 1800명 이상의 피해자에게 의수족을 제공하고 재활치료를 실시해왔다. 이는 ICRC가 전 세계에서 중점을 두는 사업이다. 북한에선 민간인, 특히 어린이나 여성을 대상으로 관련 포스트를 제작해 배포하는 등 잔류 폭발물 안전 교육도 한다. 민간인의 경각심을 높여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다 돼 가는데도 이런 상황인 게 안타깝다.”
 
도시 식수 사업도 흥미롭다. 대도시에서 사업을 하나.
“이 사업은 깨끗한 물을 충분히 공급해 질병 전파를 막는 게 목적으로 10만 명 이상에게 혜택을 제공했다. 평안남도 도청 소재지로 수도 평양의 북쪽 교외 도시인 평성에서도 우물 등 식수 개선과 물 위생 사업을 벌이고 있다. (평성은 연구 인력 4만 명에 학생 1500명이 다니는 평성이과대학이 자리 잡아 북한 연구개발의 중심 도시로 평가된다. 중국에서 들여온 소비재를 북한 전역에 공급하는 유통 도시이기도 하다.) 개성에선 노후한 수도관 개선 사업을 진행 중이다. 평남 개천과 순천, 그리고 함경남도 정평 정평읍과 신상구에서도 사업을 펼쳐왔다.”
 
사업이 상당히 다양하다.
“모두 ICRC의 전문 분야다. 당국과 협력해 평성·함흥·개성·사리원 도립병원의 선진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특히 북한 의료진의 응급 처치와 재난상황 대비 능력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둔다. 북한엔 응급의료 개념과 시설, 인력이 부족해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적십자사 직원 등을 대상으로 제네바 협약을 비롯한 국제인도주의 법 관련 교육도 하고 있다. 조만간 북한 외무성과 협력해 인민무력성(국방 관련 행정기관) 간부를 국제회의에 초청해 관련 인식을 높일 계획이다. 북한 군 당국자들도 포로와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대우를 명시한 제네바 협약과 인도주의 원칙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주민의 삶이나 인도주의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인력을 훈련하며 당국자들의 인식을 높이는 건 ICRC를 비롯한 국제인도주의 단체의 임무다.”
 
ICRC는 그동안 한국의 이산가족 사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우리는 전쟁과 분쟁 지역에서 중립적 중재자로 가장 오랫동안 활동한 국제기구다. 이를 통해 분쟁 사망자의 신원을 확보하는 기술을 축적해왔다. DNA 검사를 통해 사망자의 신원이나 다른 사람과의 혈연 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안면인식 기술로 사람을 찾는 기술도 확보해 가족 연결 사업을 펼쳐왔다. 우리는 이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남북 이산가족 확인 사업을 지원하고 싶다. 기존의 이산가족 상봉에선 가족 이름이나 살던 곳을 비롯한 과거 기억에 의존해 신원을 파악한다고 들었다. 최근엔 그렇게 해서 상봉한 사람들이 가족이 아닌 걸로 밝혀진 일도 발생하지 않았는가. 앞으로 이런 일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1세대 실향민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앞으로의 이산가족 상봉에선 서로 본 적도, 공유한 기억도 없는 2세나 3세가 서로 만나 가족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이 후대에도 그 끈을 이으려면 이러한 과학적인 혈연 확인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기업, 인도주의 사업 참여 기대
 
지난해 11월 철원 비무장지대 에서 남북한 군인들이 공동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철원 비무장지대 에서 남북한 군인들이 공동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ICRC는 사람 찾기와 관련해 어떤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가?
“우리는 제1차 세계대전(1914~18년) 희생자 유해 수십만 구의 신원을 파악해 가족에게 돌려주는 사업을 지금도 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 지 100년이 지난 지금도 확인 요청이 끊이지 않으며, 심지어 증손이나 고손도 관심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유해를 찾은 가족이 너무 감동해 이 사업을 도저히 중단하지 못한다. ICRC는 이런 경험과 노하우를 함께 축적한 프랑스와 독일의 적십자사와 함께 한반도에서 관련 사업을 펼치고 싶다.”
 
시리아·예멘 등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분쟁과 기후변화로 국제인도주의 활동의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에 대한 ICRC의 대응은?
“최근 글로벌 인도주의 사업은 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첨단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경향이다. 고급기술은 물론 중간급 기술과 아이디어도 도움이 된다. 예로 중국은 태양열로 에너지를 얻어 360도에 걸쳐 빛을 비출 수 있는 등불을 개발해 생산한다. 이는 전기를 제대로 공급 받을 수 없는 난민이나 이주민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미 수백만 명의 시리아 난민에게 빛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얀마 등에서 집을 잃고 떠도는 사람에게도 도움을 준다. 우리는 이를 난민 가족에 공급해 아이들이 저녁에도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하고, 여성들의 야간 화장실 이용과 이동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효율적인 USB 충전기는 수많은 난민이 휴대전화를 보다 쉽게 충전해 가족과 연결하고, 자신의 위기를 외부에 알려 도움을 청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지문과 홍체 등 생체정보 데이터는 난민의 신원을 확인해 효율적인 인도주의 지원을 가능하도록 돕는다. 이제는 첨단 기술이 인도주의와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시대다.”
 
기업이 그런 기술과 제품을 기부하면서 인도주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겠다.
“물론이다. 나는 이번 방한으로 수많은 한국 대기업과 기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 앞에서 연설할 기회를 얻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기업이 기부 활동은 물론 보유한 기술과 지식, 노하우를 국제 인도주의 활동에 보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제공하면서 인도주의 활동에 동참하는 것은 국제기구에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는 데도 유용할 것이다. 이번에 열린 ‘다우존스 지속 가능 경영지수 국제회의’는 지구촌의 지속 가능한 개발이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과 직결됨을 강조하는 행사다. 앞으로 이런 인식이 퍼져나가고, 국제인도주의 활동과 기업 활동이 서로 협력하면서 시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실력 있는 한국 하이테크 기업의 인도주의 사업 참여를 기대한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국제적십자위원회(ICRC)=1863년 박애주의자 앙리 뒤낭이 설립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인도주의 구호단체다. 노벨평화상을 4차례 수상했다. 1949년 확정돼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제네바 협약에 명시된 전상자·포로·난민 지원 활동도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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