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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헌고 학생 20명 “교사에게 ‘너 일베야?’ 말 들었다”…수능 이후 추가조사

중앙일보 2019.11.01 13:29
일베. [연합뉴스]

일베. [연합뉴스]

최근 정치편향 교육으로 논란이 된 서울 관악구 인헌고 학생 20명이 “선생님에게 ‘너 일베야?’라는 말을 들었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베’는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줄인 말로 그동안 세월호 희생자 비하, 여성 혐오 게시글 등으로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일이 잦았던 커뮤니티다.
 
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인헌고 학생 500여명을 대상으로 1차 서면조사를 한 결과, 교사로부터 ’일베‘라는 소리를 들었는지 묻는 항목에 20명의 학생이 ”그렇다“고 적었다. 전교생의 약 4%에 해당하는 수치다. 설문 문항에는 이외에도 “교사의 정치 편향적 발언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학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등이 포함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대상 조사는 마쳤지만, 해당 교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한 반에서 다수의 학생이 비슷한 진술을 했으면 해당 학급이나 교사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면 되는데, 현재 결과는 다소 산발적으로 나와서다. 응답자 20명은 같은 학급이 아니라 여러 반에 걸쳐 반마다 1~2명씩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가 일부 학생에게만 해당 발언을 했을 수도 있고, 학생들이 사안을 과장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의 기자회견.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의 기자회견. [연합뉴스]

교사가 어떤 상황에서 학생에게 ‘일베’라는 표현을 썼는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더 필요하다. 교사들의 사상주입을 폭로한 인헌고 학생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긍정적 평가를 한 학생에게 교사가 ‘너 일베니’라고 물었다”고 주장했지만, 전후 관계 등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발언을 했다고 지목된 교사를 추가 조사해 사실관계와 진위 여부 파악하고 교육과정에 위배된 부분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가 조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는 14일 이후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추가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고3 학생들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인헌고 일부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한 후 학내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학부모 다수가 민원이 제기했다고 들었다“며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이 학업이 집중할 수 있게 수능 이후에 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학교ㆍ교실 정치 편향 교육 규탄 및 근절 촉구 기자회견'에서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학교ㆍ교실 정치 편향 교육 규탄 및 근절 촉구 기자회견'에서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헌고 사태는 지난달 23일 인헌고 학생들로 구성된 ‘인헌고학생수호연합’이 기자회견 열고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반일사상을 강요하고 학생을 정치적 노리개로 이용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학생수호연합에 따르면 일부 교사들이 학교 행사에서 반일 구호를 외치게 하고, 수업시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뉴스는 모두 가짜”라고 발언하는 등 정치적 입장을 강요했다. 또 한 학생이 현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밝히자 교사가 ‘자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너무 좋은데 왜 싫어하냐’며 교무실로 데려가 혼을 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후 인헌고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됐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에 인헌고 교사와 교장을 징계해 달라는 제안이 일주일 새 1만명을 돌파했고, 지난달 30일에는 곽상도·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철저히 조사와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며 교육청을 항의 방문했다. 한국교원총연합회 등 보수성향 단체들은 전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내 정치편향 교육 규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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