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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 늘어도…장교·하사임용 27세 제한 58년째 제자리

중앙일보 2019.11.01 00:05 종합 5면 지면보기

공무원 응시연령 폐지 10년 <하> 

해군 장교를 준비 중인 문모(29)씨가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장교·부사관 전문학원 간판을 바라 보고 있다. 문씨는 ’장교 임용 연령을 30세로 제한한 규정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해군 장교를 준비 중인 문모(29)씨가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장교·부사관 전문학원 간판을 바라 보고 있다. 문씨는 ’장교 임용 연령을 30세로 제한한 규정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서울 노원구 문모(29)씨의 어릴 적 장래 희망은 장군이었다. 육군사관학교에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일반 대학에 갔다. 재학 중 해군에 지원해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지난해 대학 졸업 후 잊었던 꿈이 다시 생각났다. 뒤늦게 장교가 되기 위해 학원에 등록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문씨는 초초하다. 지난 7월 응시한 시험에서 탈락해 내년이 마지막 기회다. 응시 제한 연령(만 30세)에 걸린다.
 

특수직 공무원 응시연령 논란
경찰·소방공무원은 40세가 시한
일부 공시생 “체력 이유라면 차별”
정부 “업무 특수성 고려해 정해”

억울한 마음에 국방부에 항의했다. 하지만 “법에 따라 제한 연령이 정해진 것”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들었을 뿐이다. 문씨는 “대학 졸업 후에야 뒤늦게 꿈을 이뤄보려고 노력하는데, 능력이 아니라 나이 때문에 안 된다고 하니 이해하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군인사법 현실 무시” 철폐 청원 잇따라
7·9급 공무원 응시연령 제한이 폐지된 지 10년이 됐지만 경찰·소방·직업군인은 요지부동이다. 특히 부사관·장교 등 직업군인의 제한 연령은 58년째 개정되지 않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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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사법에 따르면 직업군인인 소위(장교)와 하사(부사관)에 지원할 수 있는 상한 연령은 만 27세다. 병역의 의무를 마친 남성에 한해 만 30세까지 지원할 수 있다. 1962년 이 조항을 만든 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일부만 손을 봤다. 판사·검사·변호사나 5급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행정고시 등) 합격자가 병사와 장교로 임용될 경우 만 35세까지 가능하다.
 
1962년 당시 남자의 기대수명은 60세가 채 안 됐다. 지금은 80세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여러 건의 군인 연령제한 철폐 청원이 올라와 있다. 한 청원인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옛날 법안을 개정하지 않는 것은 시대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꿈쩍도 않는 경찰·소방·군인 응시연령 제한. 그래픽=신재민 기자

꿈쩍도 않는 경찰·소방·군인 응시연령 제한. 그래픽=신재민 기자

문씨처럼 나이 제한에 걸려 직업군인이 못 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사회환경 변화에 대비한 군 인력 획득 전력’ 보고서(2016년)에 따르면 20~40세 사병 전역자 878명에게 ‘장교 연령 제한이 풀린다면 지원할 의향이 있는가’를 물었더니 28~40세 응답자의 220명(25%)이 “있다”고 답했다. 부사관은 218명(24%)이 같은 답을 했다. 28~40세는 상한을 넘긴 연령이다.
 
독고순 국방연구원 부원장은 “청년들의 구직기간도 길어지고 평균수명이 증가하는 등 사회가 크게 변했다”며 “군 간부는 부하를 통솔해야 하는 등 책임감이 강하고 무겁기 때문에 사회적 경험을 쌓고 지원할 수 있도록 임용 연령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의 임용 제한 나이는 40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소방간부후보생 선발시험의 응시연령을 30세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 행위”라며 개정을 권고했다.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에 대해서도 2009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2012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2012년, 소방청은 2013년 응시 연령 제한을 30세에서 40세로 완화했다. 하지만 폐지하지는 않았다.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30대 후반의 준비생은 젊은 경쟁자들과 체력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음에도 나이 제한 때문에 시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항의한다. 연령 제한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임모(38)씨는 “일반직 공무원에 지원했다가 몇 차례 낙방해 한 해 6000명을 뽑는 소방사(9급) 시험에 관심을 가졌다”며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나이 제한이 있는 줄 몰랐다”고 황당해했다. 서울 노량진의 한 경찰학원 관계자는 “꾸준히 운동해 왔던 30대 중후반의 수강생은 20대보다 체력이 뛰어난 경우도 흔하다”며 “단지 체력적인 이유로 소방·경찰 임용에 나이 제한을 두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소방청 “고용차별 않는 미국도 나이 봐”
경찰과 소방당국은 응시 연령을 늦출 순 있어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늦은 나이에 임용될수록 체력이 떨어져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인 검거와 시위 진압 등 높은 체력 수준이 필요한 업무 특수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내부 검토를 통해 연령별 기초체력 등을 참고해 최대 상한선을 40세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승준 소방청 소방경은 “미국같이 연령에 따른 고용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는 나라조차 소방·경찰의 응시는 물론 퇴직 연령까지 제한하고 있다”면서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응시 제한연령을 40세가 가장 적정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입장 변화 조짐이 보인다. 최성우 인권위 사무관은 “2009년 이후 경찰·소방직의 응시연령 제한을 폐지 권고해 달라는 진정이 2건 접수됐으나 모두 기각됐다. 앞으로는 절차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상재·박해리·윤상언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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