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말대로 36만명 늘었다해도
제조업 비정규직 증가 25.7% 달해
경제허리서 ‘불황형 현상’ 뚜렷
“경기부진 해결에 집중해야”

연령별 시간제 비정규직 증감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분석 결과 ‘기타’를 제외한 모든 산업을 통틀어 비정규직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는 제조업이었다. 제조업에서만 비정규직이 12만7000명 늘어 증감률은 25.7%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비정규직 증가율(5.5%)의 5배에 달한다. 경기 부진으로 제조업 전반의 취업자 수는 감소하는 상황(8월 2만4000명 감소)에서 비정규직만 가파르게 느는 모습이다.
한국 사회에서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은 남성이 여성보다 비정규직이 더 빠르게 늘기도 했다. 남성은 6.7%, 여성은 4.6% 늘었다. ‘시간제’로 일하는 비정규직 증감률은 여성(9.3%)이 남성(7.2%)보다 높아 가사와 일을 병행하려는 여성들의 ‘파트타임’ 선호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비정규직 증감률 면에선 가계의 주 수입원 역할을 하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았다.
특히 한창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할 나이인 40대의 시간제 비정규직 증감률은 11.4%에 달했다. 이는 재정 지원 사업으로 단기 일자리가 급격히 늘어난 60세 이상의 시간제 증가율(11.6%)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또 시간제 비정규직 중 폐업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계속 직장에 다닐 수 있는 근로자 증감률은 전체 시간제 비정규직(8.7%)보다 낮은 4.5%에 그쳤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 40대 등에서 비정규직이 급증하는 현상은 노인 일자리 확대, 일과 삶의 균형 추구 트랜드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불황형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통계에서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비중(55.2%)이 2.2%포인트 높아진 데 주목한다. 이는 노인 단기 일자리와 음식·숙박업 아르바이트 증가 등 최근 고용동향에서 나타난 특징을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들 일자리는 생계형이기보다는 부수입을 추구하는 일자리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선택한 비정규직일 확률이 높다.
이번 통계에서는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모습도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는 통계의 ‘긍정적’ 숫자만 부각하기보다 경기 부진으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정부 사업과 경기 부진 중 무엇 때문에 비정규직이 늘었는지를 구분할 수 있도록 통계 재구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나빠진 시장 역동성을 확인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