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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된 아기에 "XX"··· 퍽퍽 때린 영상 속 산후도우미 '충격'

중앙일보 2019.10.31 20:31
산후도우미 A씨(59)가 안고 있던 아이가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터트렸다. A씨는 등을 두드리며 달래는 듯하더니 손을 번쩍 들어 강하게 내리쳤다. 아이를 향한 손찌검은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퍽퍽' 소리를 내며 계속됐다.
지난 29일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주택에서 가사도우미가 25일 된 신생아(붉은 원)를 거세게 때리고 있다. 이 가사도우미는 신생아를 침대로 던지거나 심하게 흔드는 등 학대한 혐의로 입건됐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주택에서 가사도우미가 25일 된 신생아(붉은 원)를 거세게 때리고 있다. 이 가사도우미는 신생아를 침대로 던지거나 심하게 흔드는 등 학대한 혐의로 입건됐다. [연합뉴스]

 

아이가 울자 손찌검하는 산후도우미
1시간 넘도록 15~20분 간격 괴롭혀
경찰, 산후도우미 아동학대 혐의 입건

진공청소기의 굉음과 함께 아이가 자는 방으로 들어온 A씨는 포대기에 싸여 조용히 자고 있던 아이를 거칠게 뒤집고는 시끄럽게 청소했다. 소음에 괴로울 아이를 다른 방으로 옮기지도 않았다. 아이는 A씨의 거친 손길에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했다. A씨는 자는 아이를 좌우로 흔들며 거칠게 깨워 옭아매듯 포대기로 감쌌다.
 
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온 A씨가 꼬집듯 누르자 아이는 헐떡이며 울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 아이를 내려보던 A씨는 “자라 자. 이놈의 XX”라고 말한 뒤 엉덩이를 강하게 내려쳤다. A씨는 1시간이 넘도록 15~20분 간격으로 아이를 괴롭혔다.
 
아이의 부모는 정부의 ‘산모 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에 따라 광주광역시 북구청이 목록을 제공한 업체를 통해 지난 9일부터 산후도우미 A씨를 고용했다. 아이의 부모는 집안일에 적극적인 데다 첫째 아이에게도 살갑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A씨를 믿었다.
 
하지만 부모가 첫째의 유치원 진학문제로 집을 비우면서 둘째 방에 설치한 둔 휴대전화에는 A씨가 아이를 괴롭히는 영상이 고스란히 녹화됐다. 생후 25일 된 아이는 학대 뒤엔 잠을 자다가 경기를 일으키듯 놀라 울음을 터트렸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신고를 독려하는 시민 참여형 이색 홍보물이 부산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 설치돼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송봉근 기자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신고를 독려하는 시민 참여형 이색 홍보물이 부산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 설치돼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송봉근 기자

 
아이의 아버지는 “방에 설치한 휴대전화에서 전송된 영상을 봤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북받치는 감정을 참으며 아이를 먼저 돌려받은 뒤 A씨에게 “이모님을 믿고 맡겼는데 이러시면 되시겠어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A씨는 ”아이가 딸꾹질해서 그랬다. 나를 믿어달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31일 산후도우미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의 경우 영상 등 근거자료를 분석해 따져보는 아동학대 심의위원회를 열기도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그런 과정을 생략했다. 아동학대가 분명하다고 판단해서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청소하는 데 아이가 울고 보채서 그랬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A씨는 이번에 아동학대를 하기 몇 개월 전부터 산후도우미로 일했다고 한다. 지난 7월에는 다른 정부 지원기관에서 두 달간 산후도우미로 근무했고 한 달쯤은 개인 산후도우미로 일했다. 지난 9월 현재 일하는 곳에 고용됐고 보름쯤은 다른 가정에서 아이를 돌봤다.
 
조사 결과 A씨는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받지 않았다. 정부가 신생아, 산모에게 지원하는 산후도우미로 활동하려면 자치단체가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60시간의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하지만 아동학대 예방 교육과정은 없다. A씨는 광주광역시가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았다.
 
아동학대를 한 A씨가 다른 업체로 옮겨 산후도우미로 재취업하는 것을 막는 규정도 없다. 정부의 산후도우미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에만 1차는 경고, 2차부터 4차까지 영업정지 1~3개월, 등록 취소까지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아이의 아버지는 “A씨를 믿고 맡겼는데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되는 아이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자신의 아이나 손자, 손녀도 다 키웠다는 사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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