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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 인정 어려워”…법원, 신념 따른 입영거부 20대에 징역형

중앙일보 2019.10.31 17:32
[뉴스1]

[뉴스1]

평화주의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정하기에는 신념이 깊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평화주의 신념 따라 현역 입영 거부 20대 남성
법원, 병역법 위반 인정해 징역 1년6개월 선고
"양심적 병역거부 정도로 깊다고 보기 어렵다"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는 판결 엇갈릴수 있어

대구지법 형사2단독 이지민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26)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2월 24일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한 부대로 입영하라는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자신의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이므로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씨의 신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해당할 만큼 깊거나 확고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며 “하지만 병역의무의 이행이 피고인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킬 정도로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이씨가 병역 거부를 하기 전까지 병역 연기원(재학생, 자기계발 사유)만을 제출해 징집을 연기했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언급한 적이 없으며, 부모와 상의 끝에 다시 입영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가 부모와 다투고 난 뒤 다시 자신의 생각을 고수하기로 결정한 점을 꼽았다. 이씨가 한 사회활동에서도 청소년 교육, 위안부 피해 여성과 관련한 활동만 있고 집총 거부 관련 활동을 한 일이 없었던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죄전력과 피고인의 나이, 동기 등을 참작해 최소한의 실형을 선고하되 피고인이 재판 절차에 성실하게 임해온 점,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을 고려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은 앞서 지난해 11월 종교적·양심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 행위에 대해서는 무죄 선고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대구지법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씨의 경우처럼 종교적 병역거부가 아닌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는 재판부에 따라 판결이 엇갈릴 수 있다. 신념의 정도에 대한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신명철 변호사(법무법인 금성)는 “종교적 병역거부의 경우 종교의 교리가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 교인들이 병역거부를 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정식 신도로 인정 받고 있는지 등 비교적 명확한 판단 기준이 있지만 신념은 구체적 기준이 없다”며 “이 때문에 피고인의 일생 전반에 걸친 정황 사실이나 활동 경력 등으로 신념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판결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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