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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레드 다이아몬드 "한국의 위기는 '북한', 물밑 대화로 극복해야"

중앙일보 2019.10.31 15:52
'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받은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신간 '대변동'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사진 연합뉴스]

'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받은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신간 '대변동'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의 가장 큰 위기와 문제는 오래 가까이 살고 있는 북한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석학인 재레드 다이아몬드(82) UCLA 지리학과 교수가 한국의 위기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저서 『총, 균, 쇠』로 1998년 퓰리처상을 받은 다이아몬드 교수는 신간 『대변동』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다. 『대변동』은 국가들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를 몇몇 국가의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한 책이다.
 
31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이아몬드 교수는 '북한'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핀란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핀란드는 대통령부터 하위 공무원까지 각각 직급에 맞는 러시아 상대편과 만나 오랜 기간 대화를 이어갔기 때문에 러시아는 핀란드를, 핀란드는 러시아를 신뢰할 수 있게 됐다"며 "유사한 위기를 겪어왔던 핀란드를 본보기 삼아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지금 한국은 남북정상회담이 있을 때마다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데 각 부처의 담당자가 북한의 상대방을 만나 물밑에서 꾸준히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 그는 "한국이 위기를 극복하기위해서는 핀란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연합뉴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 그는 "한국이 위기를 극복하기위해서는 핀란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연합뉴스]

 
다이아몬드 교수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한 조언도 건넸다. 이번엔 독일과 폴란드의 관계를 예로 들었다. 그는 "폴란드인이 독일의 사죄를 받아들인 건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한 빌리 브란트 총리가 갑자기 준비한 원고를 버리고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사과했기 때문"이라며 "독일 지도자가 보여준 모습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개선되는 데 좋은 본보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변동』에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그는 "반성을 더 한 진실한 행동이 일본에서도 행해질 때까지 한국인과 중국인은 일본의 형식적 사과를 계속 불신하며 일본을 미워할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이 최대로 무장하는 반면, 일본은 자주적으로 방어할 수단을 앞으로도 갖추지 않을 경우 큰 위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할 것"이라고 책에서 경고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신간 『대변동』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다. 『대변동』은 국가들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를 몇몇 국가의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한 책이다. [사진 연합뉴스]

다이아몬드 교수는 신간 『대변동』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다. 『대변동』은 국가들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를 몇몇 국가의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한 책이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사이에 껴 있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묻는 말에는 "굳이 두 나라 중 한 편에 설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중국과 미국보다 한국은 작은 약소국이 틀림없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중 꼭 선택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러시아와 서구 사이에 껴 있었던 핀란드는 양쪽의 말을 다 수용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지금 한국의 상황과도 매우 비슷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1세기가 ‘중국의 세기’가 될 것으로 보는지 물었을 때는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어서 정부가 앞으로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제어할 방법이 없다"면서 "단언컨대 중국이 이번 세기의 주인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책은 한국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미국과 터키를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24년 전에 한글이 좋아서 한국을 처음 찾은 뒤 자주 한국을 방문했다. 아내가 특히 한국의 접시, 상자 등 장식품을 좋아한다"며 "이번에도 아내에게 줄 선물을 사서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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