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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거래하고, ‘유령회사’ 만들고… 줄줄 샌 정부 보조금

중앙일보 2019.10.31 15:00
정보기술(IT) 업체 대표 이모 씨는 산업통상자원부 보조금을 빼먹기 위해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차렸다. 그리고는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기반 안전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장비를 사야 한다”며 유령회사로부터 장비를 산 것처럼 꾸몄다. 이런 수법으로 보조금 5억원을 챙겼다. 정부는 이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밖에 아들이 운영하는 거래처에서 운동용품 3500만원 어치를 반복적으로 산 뒤 문화체육관광부에 국고보조금을 신청해 환급받거나, 수급자가 해외에 나갔거나 사망했는데도 이들이 사용하는 스포츠바우처카드·문화누리카드 등을 허위 사용한 경우도 적발됐다.
자료: 기획재정부

자료: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는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을 이용해 2018년 7월~2019년 6월 보조금 부정수급을 모니터링한 결과 총 108건(21억원)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해 전액 환수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전년 동기 부정수급 사례(64건, 5억1000만원) 대비 건수는 1.5배, 금액은 4배 수준이다.
 
적발 사례는 보조사업자 가족 간 거래가 28건(1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조금 전용 카드 결제취소, 세금계산서 구매취소 21건(4억원), 문화ㆍ스포츠 바우처 부정 사용 44건(500만원) 등이었다. 여러 사업자와 공모해 거래 사실을 꾸민 뒤 세금계산서 구매를 취소하거나, 본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고 과다집행하거나, 가족이 스포츠 바우처 카드로 강좌를 결제한 뒤 허위로 출석했다고 등록한 사례 등이 적발됐다.
 
이석균 기재부 정보관리분석팀장은 “보조금 수급자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가족 간 거래, 출국ㆍ사망자 수급, 세금계산서 취소 등 50여개 패턴에 해당하는 보조금 지급 건을 매달 탐지해 위험도가 높은 사업을 알려주는 ‘부정징후 탐지시스템’을 통해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부정수급이 늘어난 건 최근 보조금 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난 탓도 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2년간 보조금 증가액은 29조9000억원에 달한다. 보조금은 2015년 94조3000억원, 2016년 97조6000억원, 2017년 94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105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한 뒤 올해는 124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자료: 기획재정부

자료: 기획재정부

이 팀장은 “부정징후 탐지시스템을 상시 모니터링해 보조금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부정수급을 끝까지 추적ㆍ적발하겠다”며 “향후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형 탐지시스템을 갖추면 부정수급을 더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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