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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인권결의안 초안서 발 뺀 日, 수위 고심하는 한국

중앙일보 2019.10.31 14:54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브리핑룸에서 북한 화물선 송환과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했다. [AP=연합뉴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브리핑룸에서 북한 화물선 송환과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했다. [AP=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올해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제3위원회는 다음달 중하순 북한의 인권 유린 상황을 규탄하는 결의를 할 예정이다. 그러나 올해는 거의 매년 EU와 결의안 작성을 주도해온 일본이 주요 제안국(main sponsor)에서 빠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추진하고 있고, 일본인 납북자 문제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달 중순 회의 앞두고 EU, 北인권결의안 초안 제출
지난해 작성자인 일본은 빠지고 한국은 아직 미결정

 

일본 주요 제안국서 빠지고, 한국은 "검토 중"

지난해 공동 (co-sponsor)으로 참여했던 한국은 “내달 중순까지 시간이 남아있다”며 아직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초안 제출 단계에서는 EU 국가들 위주로 들어가 있다”며 “한국은 다른 나라의 준비 동향을 보면서 곧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과 함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은 보통 주요 제안국과 공동 제안국이 주도를 하고, 회의에서 만장일치의 합의(컨센서스)로 할 것인지, 찬·반 표결을 할 것인지 정하게 된다. 주요 제안국이나 공동 제안국에서 빠졌다고 해서 인권 결의안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적극 나서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수위 조절’을 했다는 의미가 된다.
 

3월 유엔 인권이사회 공동제안도 빠져 

한국은 올해 3월 유엔 산하 인권이사회(HRC)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 명단에서도 빠졌다. 이 때도 일본·미국 등이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은 2018년 6월 HCR의 정치 편향성을 이유로 탈퇴했던 영향도 있었다. 정부 소식통은 “일본, 미국, 캐나다 등이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는 상황이었고, 인권 보고서 작성 과정에 북한이 성실하게 참여한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 결의안은 북한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안이다. 유엔 제3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친다. 지난해 12월 17일 전원합의로 채택된 북한인권 결의안에는 강제수용소의 즉각 폐쇄와 모든 정치범 석방,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 등이 담겨 있었다. 이산가족 문제의 중요성과 북한 인권 상황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남북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포함됐다.  
 
당시 북한은 일주일 뒤 대남선전매체 등을 통해 “우리 국가에 대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도발적이며 악의적인 행위”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유엔총회 인권결의안은 2005년부터 14년째 채택해 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05년 첫해에 기권했다가 2006년 찬성표를 던졌고, 2007년 다시 기권했다. 2008년 이후 찬성 또는 컨센서스(합의)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참여해 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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