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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5000만원 송금한 조국···법원은 계좌 수색영장 또 기각

중앙일보 2019.10.31 13:56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23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등]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23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등]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구속된 뒤 검찰이 정 교수의 남편인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휴대전화와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지만 기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여전히 정경심 교수의 휴대전화도 확보하지 못해 부실 수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은 정 교수가 구속된 지난 24일 이후에 조 전 장관에 대한 휴대전화와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가 최근 법원에서 기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는 신종열(47·사법연수원 26기)·명재권(52·27기)·임민성(48·27기)·송경호(49·28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있다. 영장전담 판사 결정 방식은 컴퓨터를 이용한 무작위 배당이다. 다만 서울중앙지법은 영장전담판사 4명이 2인 1조로 나눠 한 주씩 돌아가면서 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나눠 맡는다.   
 
 이날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조 전 장관의 동생인 조모(52)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았다. 이번 주에는 신종열‧임민성 판사 중 한 명이 영장실질심사를 맡는다. 검찰이 이번 주 조 전 장관에 대한 휴대전화와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면 명재권‧송경호 부장판사 중 한 명이 기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외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외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4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낸 이충상(62·사법연수원 14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통령이나 현직 장관과 수시로 통화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관례에 따라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투자에 관한 정황이 나오는데도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계속 기각했다는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2018년 1월 청와대 인근 자동입출금기(ATM)에서 정 교수에게 5000만원을 보낸 기록은 검찰이 지난달 23일 정 교수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계좌를 확보하면서 나온 정보로 전해졌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계좌를 압수수색하면 상대방이 송금한 ATM 주소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도 지난 17일 조 전 장관 관련 휴대전화와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판사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조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에 대한 계좌와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2~3차례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책으로 국정농단 사건을 정리했던 채명성 한변 공동대표는 “당시 검찰에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휴대전화를 발 빠르게 압수수색해 의기양양했다”며 “이번 사건에서는 법원이 계속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기각하는데도 별 항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6년 10월 국정농단 사건 당시 검찰은 정호성 전 비서관의 자택에서 휴대전화 2대를 압수수색해 녹음파일 236개를 확보했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수사결과를 ‘사상누각’이라고 깎아내리자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취 파일을 10초만 공개해도 촛불은 횃불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 판사 출신 이탄희 법무·검찰개혁위원을 중심으로 검찰의 사건 배당 절차를 투명화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만큼 법원도 압수수색 영장 담담 판사와 기각 사유를 외부로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충상 교수는 “영장전담판사 시절 당시에 롯데쇼핑 뇌물 사건에서 영장을 기각해달라는 청와대 외압을 받은 적이 있다”며 “정보를 숨길수록 법원에 정치권에서 압력이 들어올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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