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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려야 하는데"…오픈뱅킹ㆍ신예대율에 발목잡힌 은행

중앙일보 2019.10.31 06:00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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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금리 인하’를 둘러싼 시중은행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인하했지만 섣불리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변수가 등장하며 은행의 셈법이 복잡했다.  

섣불리 금리 내렸다가 고객 이동할까
인하 시기 저울질하며 복잡해진 셈범
계속 버티긴 무리, 다음달 인하 가능성

 
 첫번째 변수는 30일 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 등 10개 은행이 시범실시에 들어간 ‘오픈뱅킹’이다. 은행 앱 하나만 있으면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입출금할 수 있다. 은행 간 벽이 사라지며 ‘고객 모시기’에 나서야 하는 입장에서 선뜻 금리를 내렸다가는 고객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으로 은행 간 벽이 사라졌다”면서 “이 와중에 예금금리를 내렸다간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대신 우대금리 혜택을 내세워 고객 모시기에 나선 곳도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 인싸자유적금’은 다른 은행 계좌에서 해당 적금으로 이체하면 건별당 연 1.0%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기본금리 연 1.5% 상품으로 오픈뱅킹 추가혜택(연 0.5%)까지 더하면 최고 연 3%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도 오픈뱅킹 이용 고객에게 예ㆍ적금 금리 우대 혜택을 줄 계획이다.  
 
 내년부터 적용하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도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변수다. 그동안 은행들은 예금액 대비 대출금 비율이 100%를 넘지 않도록 관리했다. 내년부터는 가계대출 가중치가 15% 포인트 오르고 반대로 기업대출은 15%포인트 내리는 방식으로 바뀐다. 가계대출 비중이 많은 은행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신예대율 기준을 맞추려면 분모인 예금 잔액을 늘릴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은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장기 채권인 커버드본드를 활용해 예대율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예금 인하를 마냥 늦추기에도 한계가 있다.  
신규 취급액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움직임.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자료.

신규 취급액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움직임.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자료.

 
 그럼에도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 인하는 다음달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리 방향성을 살피느라 늦어진 것”이라며 “2~3일내 관련 부서 회의를 거쳐 수신 금리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역시 “이번 주 내부 검토를 거친 후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전히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는 은행도 많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리 인하 시기와 인하 폭을 고민 중”이라며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전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정부의 신예대율 도입이나 오픈뱅킹으로 과거처럼 정기예금 금리를 쉽게 낮추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영업 환경 변화로 은행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장기 수익전망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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