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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연지 1주일된 세포라, 한국 뷰티 스토어들의 반응은

중앙일보 2019.10.31 05:00
지난 10월 24일 세계 화장품 유통업계의 거대 공룡 ‘세포라’가 한국에 첫 번째 매장을 열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파르나스몰 내에 있는 547m²(165평) 규모의 대형 매장이다. 세포라의 한국 진출은 1~2년간 소문만 무성하다 문을 여는 터라 업계 및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세포라 코리아 1호 매장 오프식 장면. [사진 세포라]

세포라 코리아 1호 매장 오프식 장면. [사진 세포라]

 
세포라는 1969년대 프랑스에서 처음 문을 연 화장품 전문점이다. 루이비통·디올 같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부터 와인·시계·주얼리 등 78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소속으로, 세계 34개국에 2300여 개, 아시아 지역에만 35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한국 소비자에게도 잘 알려진 화장품 매장이지만, 국내엔 이제야 소개됐다. 닥터자르트 등 국내 화장품 브랜드 다수가 이미 세포라에 입점해 있는 상태다.  
 
한국 뷰티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해외 브랜드는 물론이고 K-뷰티 브랜드와 올리브영·시코르 등 화장품 전문 매장이 굳게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소비자들 또한 화장품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고 관심이 많아 화장품 선택에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때문에 해외의 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신제품의 테스팅 베드로 삼는다. 이런 상황에서 세포라가 과연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또 과연 한국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의 반응 "궁금하다"

일단 지난 1주일간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24일 문을 여는 날부터 6일 동안 실제로 이곳을 방문한 사람은 3만9000명에 달한다. 지난 주말까지 매장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방문객들이 만든 줄이 생길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지금은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매장 안은 손님으로 북적인다. 
세포라 1호점이 문을 연 지난 10월 24일, 매장 안에 밀려든 여성 고객들. [사진 세포라]

세포라 1호점이 문을 연 지난 10월 24일, 매장 안에 밀려든 여성 고객들. [사진 세포라]

지난 10월 30일 오후 이곳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김자인씨는 “해외에서 이미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며 “한국엔 어떻게 매장을 꾸밀지, 또 어떤 제품이 들어왔는지 궁금해 와봤다”고 말했다. 세포라 측이 매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탓에 방문이 얼마만큼의 실제 화장품 판매로 연결됐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방문객의 수를 봤을 때 일단 '관심끌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통업체의 반응 "상품이 달라"

세포라의 한국 진출에 대한 한국 화장품 유통업체들의 생각은 어떨까. 30일 가두점·백화점들에게 직접 물은 결과, 이들은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포라의 진출이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먼저 가두점으로 가장 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는 화장품 편집매장 '올리브영' 측은 "일단 상품 구성이 다르다. 우리는 국내 브랜드, 그것도 가성비 위주의 스킨케어와 색조 브랜드를 구비한 매장이고, 세포라는 해외 브랜드를 주로 취급한다"며 "세포라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올리브영은 세포라의 한국 상륙 이후 컨셉트를 '트렌드 세터들의 놀이터'에서 '건강한 아름다움'으로 변경했다. 세포라가 내세우는 '자유롭게 뷰티를 즐기는 공간'과 겹치는 부분을 제거하고 새로운 컨셉트인 '건강'을 내세워 차별화를 꽤했다. 신은경 올리브영 홍보팀 부장은 "여기서 건강은 성분에 신경 쓴 피부 건강에 좋은 화장품부터 건강기능식품과 운동용품까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3CE, 롬앤 등 한국 뷰티 브랜드 위주로 구성한 시코르의 매장. [사진 시코르]

3CE, 롬앤 등 한국 뷰티 브랜드 위주로 구성한 시코르의 매장. [사진 시코르]

세포라와 가장 비슷한 형태를 가진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편집매장 '시코르' 역시 "상품군이 달라 세포라와 시장이 겹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세계백화점의 윤지상 홍보팀 대리는 "(시코르는)기본적으로 K-뷰티 위주다. 소비자들이 중소 중기 브랜드들을 시장의 메인 무대에 세우면서 K-뷰티 세우기에 핵심을 뒀다. 온라인·SNS에서 유명한 브랜드를 대거 유치해 소비자들이 이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시코르의 K뷰티 특별 진열 코너. [사진 시코르]

시코르의 K뷰티 특별 진열 코너. [사진 시코르]

시코르가 가지고 있는 국내 뷰티 브랜드는 100여 개 수준으로, 대표 브랜드는 디어달리아·파뮤·클레어스·헉슬리·라곰 등이다. 온라인에서 이미 유명한 색조 브랜드와 자연주의 화장품으로 제품력을 가진 스킨케어 브랜드 위주다. 세포라 코리아가 "독점 브랜드로 승부를 걸겠다"고 선언했지만, 보유하고 있는 한국 브랜드 수는 11개에 불과하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2016년 한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화장품 편집숍을 시코르가 가장 먼저 시작했다. 여기에 비디비치·연작 등 자사 브랜드를 포함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K뷰티 시장을 보여주며 한국 소비자의 특성에 맞춰왔다. 과연 세포라가 얼마나 한국 시장을 이해했을까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롯데·현대백화점, "세포라는 기회"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을 그대로 옮겨 온 것 같은 상품 구성에 일각에선 "백화점이 이들의 진정한 라이벌"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비록 세포라 코리아의 김동주 대표가 "백화점과 함께 간다. 한국 화장품 시장 파이 자체를 키우는 상생 전략 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 규모는 정해져 있고 화장품을 사는 소비층은 같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디올 뷰티와 어반 디케이, 프레시 등 백화점 화장품 브랜드들이 세포라 매장을 채우고 있다. 윤경희 기자

디올 뷰티와 어반 디케이, 프레시 등 백화점 화장품 브랜드들이 세포라 매장을 채우고 있다. 윤경희 기자

세포라 매장에 자리잡은 '키엘'의 부스. 윤경희 기자

세포라 매장에 자리잡은 '키엘'의 부스. 윤경희 기자

하지만 오히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세포라를 반기며 함께 매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2월 롯데백화점은 명동 본점의 영플라자에, 현대백화점은 신촌점 유플렉스에 각각 세포라 매장을 1개점씩 연다. 
롯데백화점은 "세포라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신규 고객, 젊은 고객을 유입할 기회로 기대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 역시 "세포라를 입점시키는 이유는 MD 차별화다. 경쟁이 아니라 MD 확장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이 가지고 있지 못했던 브랜드를 유치함으로써 오히려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이로 인해 젊은 여성 고객을 끌어 오겠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포라의 진출이 너무 늦었다. 2년 전에만 들어왔어도 상황이 달랐을 텐데 지금은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미 한국 업체들이 각기 다른 성격으로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기존 유통망에서 보아온 상품을 가지고 들어와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백화점 관계자는 "명동과 신촌에 문을 여는 2·3호점에 들어갈 콘텐트와 인기도를 본 후에야 앞으로 세포라가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지, 아닐지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젊은 여성 고객들이 과연 세포라로 움직일지 판단할 수 있는 지역이 신촌과 명동이 될 것"이라며 "2·3호점의 상황을 지켜보고 이들의 성패를 전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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