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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를 MZ세대, 그들은 왜 '플랙 강동원 패딩'에 빠졌나

중앙일보 2019.10.31 05:00
‘플랙 강동원 패딩’  
30일 오전 11시 기준 20대가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문구다.   

복권 당첨 기분 선사 래플 마케팅 열광
시즌 없이 신상품 떨어지기(드롭) 고대
경계없는 콜라보레이션으로 눈길 잡기

 
이 문구는 10대 검색어 순위에선 3위, 30대에선 4위를 차지했다. 1020이 주로 이용하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이벤트 결과다. 플랙 강동원 패딩 마케팅엔 이른바 ‘엠지(MZ)세대’에게 옷을 팔기 위해 패션 업계가 앞다투어 쓰는 마케팅 전략이 고루 들어있다. MZ세대는 1980년부터 1994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25~39세)와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24세 이하)를 합해 일컫는 신조어다.  
 
랜덤쿠폰과 한정판을 내서워 하는 강동원 패딩 이벤트. 단 시간 내에 1020의 눈길을 끌 수 있다. [무신사와 네이버 검색어 페이지 캡처]

랜덤쿠폰과 한정판을 내서워 하는 강동원 패딩 이벤트. 단 시간 내에 1020의 눈길을 끌 수 있다. [무신사와 네이버 검색어 페이지 캡처]

래플과 한정판에 열광하는 ‘엠지세대’

 
MZ 세대는 추첨이나 과제를 해결한 뒤 구매 자격을 주는 래플(Raffle·특정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복권) 판매 방식에 열광한다. 최근 패션업계가 온라인 쇼핑 큰손으로 부상한 MZ세대를 잡기 위해 가장 많이 쓰는 전략이다. 이들은 모바일 쇼핑에 능하다. 하지만 동시에 쉽거나 흔한 일반 온라인 쇼핑은 식상해하는 경향이 있다.
 
‘플랙 강동원 패딩’의 경우 퀴즈를 풀면 할인율이 각각 다른 쿠폰을 주고 추첨 대상에 넣어준다. 포털 검색을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수위의 과제를 주기 때문에 화제 만들기에 좋다. 검색어 상승에 호기심을 느낀 집단을 추가 유인하는 효과는 덤이다. 
 
이날 ‘플랙’이 뭔지도 모르지만, 검색어 상승 이유를 궁금해 한 40대와 50대 이상이 덩달아 검색하면서 전체 순위 2위에 올랐다. 검색어 상승은 뉴스 작성으로 이어져 경제 부문 뉴스를 점령해버리기도 한다. 최근 포털 오전 경제 뉴스 1~10위가 ‘OOO 초성 퀴즈 이벤트 정답 공개’와 같은 기사로 채워지는 이유다.  
 
퀴즈를 내고 무작위 추첨으로 '구매의 자격'을 주는 방식의 래플 마케팅은 MZ세대 잡기에 효과적이라 패션업체들이 앞다투어 시도하고 있다. [무신사 홈페이지 캡처]

퀴즈를 내고 무작위 추첨으로 '구매의 자격'을 주는 방식의 래플 마케팅은 MZ세대 잡기에 효과적이라 패션업체들이 앞다투어 시도하고 있다. [무신사 홈페이지 캡처]

 
과제가 주어지지만 해결이나 정답찾기는 어렵지 않다. 검색을 유도해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널리 이용된다. [무신사 홈페이지 캡처]

과제가 주어지지만 해결이나 정답찾기는 어렵지 않다. 검색을 유도해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널리 이용된다. [무신사 홈페이지 캡처]

래플 마케팅은 브랜드를 빨리 알리는 효과가 커 신생 브랜드가 자주 썼다. 요즘엔 오래된 브랜드도 MZ 유인을 위해 이 방식을 자주 쓰고 있다. 지난 9월 초 여성복 플랫폼 우신사가 실시한 루이뷔통·디오르·샤넬 명품 가방 1개씩을 반값 행사를 이런 방식으로 진행해 대박을 냈다. 당첨되면 반값에 살 수 있다는 홍보에 약 5만5000명이 참여하면서 주요 포털 검색어를 장악했다. 
 
지난 8월 말 타미힐피거도 래플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타미힐피거 켄드릭 스니커즈 한정판은 전 세계 1985켤레 한정 발매된 상품이다. 무신사에 200켤레를 래플 방식으로 풀자 23만8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1만4000여 명이 응모했다. ‘뉴발란스X디스이즈네버댓 977’도 한정판에 대한 갈망과 래플 방식이라는 재미 요소가 더해져 단 한 켤레 판매에 총 1만8000명이 응모하면서 관계자를 놀라게 했다. 역시 30만원 가까이 하는 고가의 운동화다.    
 
세계에서 1985 켤레만 판 타미힐피거 한정판 운동화. 무신사는 이를 래플 형식으로 판매해 화제몰이를 했다. [사진 무신사]

세계에서 1985 켤레만 판 타미힐피거 한정판 운동화. 무신사는 이를 래플 형식으로 판매해 화제몰이를 했다. [사진 무신사]

SS·FW 시즌은 낡은 말…이젠 ‘드롭’ 시대

 
MZ세대의 소비 패턴은 성향은 패션 업계 계절까지 바꾸고 있다. 봄ㆍ여름(SS 시즌), 가을ㆍ겨울(FW 시즌) 1년에 두 차례에 걸쳐 신제품을 출시하는 게 수십 년간 이어진 패션 기업의 리듬이었다. 최근 이러한 관행을 깬 ‘드롭(Drop)’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신제품을 떨군다(Drop)는 의미로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특정 시간에 소량의 신제품을 나눠서 온라인에 선보인다. 한 시즌 컬렉션을 여러 개로 쪼개 시간차 공략을 하는 방식, 특정 이슈를 발 빠르게 활용해 한두 개 신제품을 기습적으로 선보이는 형태도 있다. 
 
아마존은 지난 5월 ‘더 드롭’이라는 온라인 쇼핑 체험관을 개발해 조만간 내보낸다고 발표했다. 한정판을 소수에게 개방하고 세계 유명 패션 인풀루언서와 협업한다. 구매 가능한 기간은 30시간으로 제한된다. 제작은 구매가 모두 이뤄진 뒤에서야 시작한다. 아마존에서만, 특정 기간에만 살 수 있는 패션을 선보여 젊은 소비자층을 잡겠다는 목표다. 
     
한국에선 지난 27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이러한 트렌드의 영향을 받은 편집 브랜드 ‘드롭스’를 출시했다. 이 브랜드는 아예 전 제품을 드롭 방식으로 판매한다. 역시 신진 디자이너와 유명 인플루언서와 함께 한정판 상품을 기획하고 특정 시간에 독점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내 벤처팀이 기획한 프로젝트로 한정판에 열광하고 패션 경험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MZ 세대를 겨냥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 사내 벤처팀이 지난 25일 시작한 드롭 형태의 패션 플랫폼. [드롭스 홈페이지 캡처]

신세계인터내셔널 사내 벤처팀이 지난 25일 시작한 드롭 형태의 패션 플랫폼. [드롭스 홈페이지 캡처]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드롭 방식은 매번 새로운 콘텐트와 스토리로 고객들과 소통하고 신상품에 대한 흥미를 끌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패션 회사에서 판매하는 것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깨는 브랜드로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로나 휠라 신발, 메로나 칫솔, 수세미, 탄산음료, 티셔츠 등 다양한 메로나 콜라보레이션. [사진 세븐일레븐]

메로나 휠라 신발, 메로나 칫솔, 수세미, 탄산음료, 티셔츠 등 다양한 메로나 콜라보레이션. [사진 세븐일레븐]

패션 콜라보레이션(협업)도 MZ를 자극하는 요소다. 과거에도 예술가와 협업 등이 있었지만 MZ가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콜라보 종류와 양상이 셀 수 없이 증가했다. 최근엔 명품 브랜드와 길거리 패션 브랜드가 협업하는 형태가 가장 많다. 분야 불문, MZ세대가 호감을 가질만한 유명인사가 참여하는 형태의 콜라보도 흔하다. 식품 회사가 캐주얼패션사와 손잡고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휠라는 지난 24일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 서울’과 함께 ‘휠라X10 꼬르소 꼬모 서울 콜라보 컬렉션’을 선보였다. 스파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리포터와 협업한 ‘해리포터 협업 컬렉션’을 출시해 완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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