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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문건 덮었다는 '윤석열 직인'···알고보니 자동 출력

중앙일보 2019.10.31 05:00
옛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촛불 계엄령’ 문건을 두고 군인권센터와 검찰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센터 측은 검찰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주요 피의자들을 1년 이상 방치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는 등 “사실상 사건을 은폐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찰과 당시 ‘계엄령 합동수사단’ 관계자들은 “수사 상황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①황교안 봐주기 수사 의혹…“정황으로 기소하나”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모습.[사진 청와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모습.[사진 청와대]

군인권센터가 제시한 황 대표의 계엄령 문건 관여 근거는 2017년 3월 기무사가 작성한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문건이다. 해당 문건에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는 문구가 있다.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NSC를 주재했던 황 대표를 검찰이 소환조차 하지 않고 수사를 중단시켰다는 지적이다.
 
수사단의 입장은 다르다. 수사단 관계자는 “검찰 수사는 실무자부터 시작해 책임자, 그리고 ‘윗선’까지 차근차근 올라가야 하는데 실무 총책임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도피해 조사가 불가능했다”며 “황 대표의 관여 정황만 있을 뿐 진술과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어설프게 조사하면 수사 내용만 알려질 우려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 황 대표를 봐줄 수 있는 분위기였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황 대표에 대한 ‘불기소이유통지서’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수사단은 황 대표를 피의자로 적시한 뒤 “조현천이 피의자에게 계엄문건을 보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7년 2월~3월 작성된 계엄문건은 국정운영을 총괄한 피의자에게 결심을 받는 상황을 염두했을 여지가 있다”고 적었다. 다만 수사단은 “피의자(황 대표)가 계엄 문건 작성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고 조현천의 진술을 들어봐야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며 수사를 일시 중단하는 ‘참고인 중지’처분을 내렸다.
 

②한민구 거짓진술 의혹 덮었나…“조현천이 핵심”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탄핵 정국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추가제보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탄핵 정국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추가제보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민구 전 국방장관 진술 내용에 대해서도 주장이 갈린다. 불기소이유통지서에 따르면 한 전 장관은 “2017년 2월 17일 소강원 전 기무사 3처장에게 계엄령 검토를 지시했지만 구체적으로 하진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센터는 익명의 제보를 토대로 “해당 진술은 거짓이며 실제 계엄령 검토는 일주일 전인 2월 10일부터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조현천 전 사령관이 수사단에 보낸 우편 진술서에서 “한 전 장관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점도 주목한다. 센터 측은 한 전 장관이 다른 관련자들과 배치되는 진술을 하는데도 수사단이 그에 대해 강제수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사단 관계자는 한 전 장관의 허위 진술 여부 역시 함부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수사 결과 한 전 장관이 실제 조 전 사령관에게 계엄령 검토를 지시한 날짜를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한 전 장관이 조 전 사령관에게 계엄령 검토를 지시한 방법의 가짓수는 정말 다양할 수 있다”며 “이 역시 조 전 사령관의 말을 들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③'윤석열 직인'이 개입 증거?…"기관장 관인 자동 출력된 것"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불기소이유 통지서 표지. 발신란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라고 적혀있다. [군인권센터]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불기소이유 통지서 표지. 발신란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라고 적혀있다. [군인권센터]

 
군인권센터가 겨냥한 세 번째 인물은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센터는 불기소이유통지서 표지에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총장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윤 총장이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결재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반면 검찰은 “행정적 문제를 크게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합수단은 정식 직제 기관이 아니므로 행정적으로는 서울중앙지검 명의로 사건이 등록되는데, 관련 서류를 발급받을 때 기관장 명의 관인(官印)이 자동으로 출력된 것뿐 실제로 중앙지검장의 내부 결재를 거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자동으로 기관장 관인이 찍혀 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2011년 꾸려진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 출신 변호사는 “임시 기관이라는 합수단 조직 특성상 서류를 발급해준 기관의 직인이 찍혀있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며 “조금만 조사해보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관련 논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로 번졌다. 위 사진은 검찰이 공개한 사건 관련 불기소이유 통지서. 아래는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불기소이유 통지서. [서울중앙지검 제공]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관련 논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로 번졌다. 위 사진은 검찰이 공개한 사건 관련 불기소이유 통지서. 아래는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불기소이유 통지서. [서울중앙지검 제공]

논란이 되는 부분은 더 있다. 통지서 본문에는 각각 부장검사ㆍ차장검사ㆍ검사장 결재란이 있는데, 통지서가 합수단 전결로 처리됐다면 이 부분은 사선 처리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센터가 공개한 통지서에는 이 부분이 공란으로 되어 있다. 그러자 검찰 측은 “센터가 공개한 자료는 원본이 아닌 사본”이라며 사선 처리가 된 불기소통지서 원본을 공개한 상태다.
 

군인권센터 “부실수사 자인하는 것” VS 수사단 “납득 못 해”

지난해 계엄령 문건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합동수사단. [뉴스1]

지난해 계엄령 문건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합동수사단. [뉴스1]

군인권센터는 수사단의 해명에 “수사단의 주장은 조 전 사령관이 입국해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의미”라며 “부실 수사를 자인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에 수사팀 관계자는 “당시 30여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밤낮 가리지 않고 4개월 가까이 수사를 했다. 수사기록에 모든 것이 낱낱이 적혀있다”고 말했다.
 
합동수사단은 지난해 미국으로 도피한 조현천 전 사령관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하며 수사를 중단했다. 함께 고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장관 등 8명에게는 참고인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수사단은 조 전 사령관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지만 ‘정치 군사적 사건’이란 이유로 거절당해 끝내 그를 찾지 못했다.
 
박사라ㆍ박태인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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