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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 넘은 방위비 분담금 요구는 한·미 동맹 흔들 뿐이다

중앙일보 2019.10.31 00:37 종합 30면 지면보기
미국이 최근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으로만 1억 달러(약 1170억 원) 이상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방위를 위해 한 해 5~6회 출격한다는 사실에 터 잡아 계산한 비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군 측이 지난해 협상 때 해당 비용으로 밝혔던 3000만 달러의 3배 이상이다. 미 CBS가 ‘한반도 전개를 위한 B-1B 출격 비용’이라고 보도한 액수는 훨씬 적은 회당 13억4000만원이다. 1년 5회 기준으로 67억 원에 불과하다. 그런 터라 미국이 제시한 금액은 한국 측 시각에선 여간한 ‘뻥튀기’가 아닐 수 없다.
 

“전략자산 전개 비용 1억 달러” 지나쳐
미군 대신 핵무장 주장 안 나오게 해야

게다가 올해에는 B-1B 전략폭격기가 한국 상공을 가로질러 날았던 과거와는 달리 남·동중국해에서 동해 쪽으로 방향을 바꾼 뒤 한반도 주변을 둘러 갔다고 한다. 북한 문제를 고려한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변화라는 게 미군 측 설명이지만 사실상 한반도가 아닌 동북아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자산 전개로 보인다. 동북아 안보 비용을 한국에만 부담시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갑자기 늘어난 전략자산 전개 비용은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으로 요구해 온 50억 달러를 맞추기 위해 부풀려진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눈으로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이란 미국 안보에 무임승차해 부당한 이익을 누려 온 부도덕한 나라로 보이는 모양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국방부를 방문한 트럼프가 “주한미군 비용으로 연간 600억 달러(70조800억원)쯤 내야 괜찮은 거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는 내년 주한미군 유지비 44억6400만 달러보다도 13배 이상 많은 규모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부분적 사실에 매몰돼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하는 단견이다. 주한미군은 미국이 대부분의 비용을 대고 그 혜택은 한국만 누리는 존재가 아니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은 중국은 물론 러시아의 위협을 견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특히 서해를 가운데 두고 산둥반도 건너편에 자리 잡은 평택 미군기지는 미군의 어느 해외 부대보다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주한미군 운용비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여의도 면적의 5배에 달하는 1400여만㎡의 부지를 제공하고 그 위에 10조원을 들여 최신식 기지를 지어 미군에 제공했다. 이런데도 공짜 안보 운운한다. 이대로 가면 “주한미군 대신 핵무장을 통해 스스로 지키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게 뻔하다. 북핵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데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날로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미 어느 쪽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 불행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라도 한국이 서로 보탬이 돼 온 소중한 동맹국임을 인식하고 지나친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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