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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조국 사태와 보수 통합

중앙일보 2019.10.31 00:20 종합 31면 지면보기
최민우 정치팀 차장

최민우 정치팀 차장

8월 중순경, 한국당의 모 중진이 통합안을 들고 유승민계를 접촉했다. 내용은 ▶한국당명 교체 ▶비대위에 준하는 총선 선대위 구성 ▶대선주자급 인사 수도권 출마 ▶국민여론조사 방식의 공천 등이었다. “진짜로 황교안이 오케이한 거 맞아?”라는 말이 나올 만큼 파격적 제안이었다. 하지만 조국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논의는 쑥 들어갔다.
 
이후에도 “황 대표로부터 전권을 받았다”라며 유승민계를 찾는 이는 한두명 더 있었다. 양측의 마지막 접촉은 10월 초였다. 조국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정점을 치달을 때였다. 새 중개자가 등장해 ▶현 지도체제 유지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된 공천위 등 달라진 협상안을 내놓았고, 유승민계는 시큰둥했다. 이후엔 물밑협상마저 사라졌다.
 
10월 중순 유승민 의원이 “황교안 만날 수 있다”고 하고, 황 대표가 “너나없이 뭉쳐야 한다”고 응했을 때만 해도 겉으론 뭔가 될 듯 보였지만 “통합 무산에 대비한 명분 쌓기용”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최근 둘은 각각 신당 창당과 인재 영입으로 제 길을 가고 있다. 유 의원 주변에선 2016년 국민의당 돌풍처럼, 반(反)민주당-비(非)한국당 표를 공략하면 총선에서 해볼 만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반면 황 대표 측은 유승민 영입으로 자칫 친박계가 튕겨져 나가면 “그게 더 분열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 아스팔트 우파 진영의 팽배한 유승민 반감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야권이 지리멸렬한 사이 여권은 이철희·표창원 불출마에 이어 양정철-김경수-이재명 회동으로 ‘문팬’(문재인 지지층)과 ‘손가혁’(이재명 지지층)의 화해를 도모 중이다. 모두 조국 사태 이후 풍경이다. 그래서 “조국 사태가 진보에 해만 끼친 게 아니다. 배부른 보수가 혁신과 통합의 기회를 걷어차지 않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민우 정치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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