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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언론접촉 금지, 오보 언론사 검찰 출입 제한”

중앙일보 2019.10.31 00:08 종합 1면 지면보기
검찰이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을 불기소 또는 기소 처분하더라도 국민에게 공개될 정보가 극히 제한될 가능성이 커졌다. 언론사는 조 전 장관 수사 등 앞으로 진행될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의도치 않은 오보를 냈더라도 검찰청 출입금지 등 취재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법무부, 조국 수사 앞두고 훈령
“국민 알권리, 언론자유 침해 우려”

법무부, 피의사실 공표 방지 명분
기소된 사건도 정보 공개 최소화

“정치적인 조치 정당성 떨어져
조국 등 공적인물엔 적용 말아야”

검찰은 모든 언론사에 같은 내용의 ‘승인된’ 자료로만 수사 결과를 공표하게 된다. 이는 30일 법무부가 발표한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적용됐을 때의 상황이다. 법무부는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를 고민하는 와중에 새 훈령을 공개했다. 해당 훈령은 11월 한 달간 준비기간을 거친 뒤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법무부와 대검이 협의한 이번 안은 조 전 장관 수사 과정에서 여당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피의사실 공표’ 의혹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법무부는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계에선 ‘피의사실 공표’를 명분으로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독소조항이 담긴 규정이라고 반발했다. 당장 검찰 출입기자들은 “기자단과 어떤 협의도 없었던 일방적 발표”란 입장이다.
 
“정권이 사건 덮으려 할 때 언론 견제 역할 힘들어져”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피의사실 공표는 잘못된 것이지만 법무부가 공개한 훈령에 따르면 국민의 알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될 우려가 있다”며 “공론화 과정 없이 정부가 너무 급격한 정책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법무부가 발표한 훈령의 핵심 내용은 기존 법령상 공개가 허용됐던 공소가 제기된 사건 내용 공개를 상당 부분 제한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기소된 사건의 경우에도 죄명과 공소사실 요지, 공소제기 방식, 수사 경위 등만 제한적으로 공개토록 했다. 사건 관계인의 진술 및 증언 내용, 증거의 내용 등은 민간위원이 과반으로 구성된 각 검찰청의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위원 과반이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 사건”으로 합의한 경우에만 공개토록 했다. 기존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는 공소제기 이전에만 적용됐다. 그래서 공소가 제기된 사건은 통상 국회의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는 형태로 언론에 ‘공소장’이 공개됐다.
 
하지만 이날 새 훈령이 신설되며 공개 전 ‘형사심위위원회’란 한 단계를 더 거치게 됐다. 검찰은 또한 불기소 처분한 사건의 경우 이미 언론에 널리 알려진 사건을 제외하곤 사건 공개 자체를 금지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이날 발표에 “정권 입장에선 조 전 장관 수사 등 정부에 불편한 수사 공개를 차단하고 검사는 언론이란 귀찮은 감시자가 사라지는 조치라서 법무부와 대검의 협의가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장검사는 “다만 이 조항이 적용된 뒤 검찰이나 정권이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 할 때 언론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조국 수사를 앞둔 정치적 맥락에서 나온 조치라 정당성이 떨어지고,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자의적 조항들이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또한 수사 관련 공보 업무는 각 검찰청에 배치될 전문 공보관이 승인받은 공보자료를 통해서만 언론에 알릴 수 있도록 했다.
 
현재까진 각 검찰청의 수사 지휘 라인에 있는 차장검사가 공보 업무를 해 왔다. 이는 지난 19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발표한 네 번째 검찰 개혁안으로 법무부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법무부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선 오보 대응을 제외한 공보를 금지했고, 검사와 수사관이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와 접촉할 수 없도록 했다. 이날 법무부가 새 훈령을 발표하며 출입기자단의 가장 큰 반발을 산 것은 언론이 검찰총장 등 수사 업무 종사자와 사건 관계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경우 검찰청의 출입을 제한토록 한 조치다.
 
법무부는 기존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 있던 조항을 일부 변경한 것이란 입장이다. 인권보호준칙엔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를 할 경우 브리핑 또는 검찰청 출입을 제한하게 돼 있다.
 
하지만 검찰 기자단은 “법무부가 기자단에 의견을 묻겠다며 전한 훈령 초안엔 해당 조항이 없었고, 이미 사문화된 조항을 새 훈령에 넣어 다시 적용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법무부가 변협, 언론 등과 협의를 거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자단은 물론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도 “협의가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가 발표한 새 훈령이 조 전 장관 등 공적 인물에게까지 적용돼선 안 될 것”이라며 “사안별로 경중을 가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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