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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천재 세 남자의 ‘사랑과 전쟁’

중앙일보 2019.10.31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게임 천재 세 남자

게임 천재 세 남자

연말 게임시장을 놓고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앞둔 세 남자가 있다.
 

엔씨 한솥밥 먹다 불화로 갈라서
14조 게임시장 놓고 자존심 승부

송재경 ‘달빛조각사’ 내놓고 도전
박용현, 넥슨 손잡고 ‘V4’ 출시 대기
김택진 “리니지2M 못 따라올 것”

혈투의 선봉장은 김택진(52) 엔씨소프트 최고경영자(CEO) 겸 게임개발총괄(CCO·Chief Creative Officer)의 리니지2M이다. 여기에 천재 게임 개발자로 불리는 송재경(52) 엑스엘게임즈 대표의 ‘달빛조각사’와, 넥슨코리아 계열인 넷게임즈의 박용현(49) 대표가 만든 ‘V4’가 도전장을 던졌다.
 
한해 14조원 국내 게임 시장에서 연말은 대목으로 꼽힌다. 겨울방학 등으로 이용자가 느는 데다가, 연말 장사를 잘한 게임이 다음 해에도 호(好) 성적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국내 게임 시장은 최근 침체를 겪고 있다. 대표주자 격인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모두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9~46.6%가 줄어드는 아픔을 맛봤다. 이들 대형 신작은 얼어붙은 게임 시장 전체에 온기를 불어넣는 촉매가 될 것이란 기대다.
 
30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건 리니지2M이다.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2M을 두고 “기술적으로 따라올 수 있는 게임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르면 11월 중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 사전 예약자 수는 7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전자인 송재경 대표의 ‘달빛조각사’는 지난 10월 이미 출시해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서비스 중이다. 같은 이름의 판타지 소설을 토대로 한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이하 MMORPG)이다. 원작 소설의 광활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사냥과 채집, 요리 등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이날 현재 구글플레이 내 순위는 3위(최고매출 부문)다. 1위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다.
 
넷게임즈의 V4는 다음 달 7일 출시 예정이다. 넥슨코리아를 통해 서비스된다. 당초 다른 게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플레이어 간 대규모 전투와, 길드장이 길드원 개개인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커맨드 모드’ 등을 도입해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사전 예약자 수는 공개 안하고 있지만, 현재 V4 네이버 공식 카페의 회원 수는 27만 명에 달한다.
 
세 사람의 인연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세 사람은 모두 엔씨소프트에서 일한 바 있다. 송재경 대표는 ‘리니지의 아버지’라 불린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과 동기인 김정주(51) NXC 대표와 함께 넥슨을 공동창업했다. 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다가 이견이 불거지면서 넥슨을 나온 뒤  엔씨소프트로 옮겨 리니지 개발을 주도했다. 이후 김택진 대표와 불화 등으로 엔씨소프트 지분 0.73%를 정리하고 퇴사한 뒤 자신의 회사를 만들었다.
 
김정주, 김택진 두 사람과의 관계는 어느 정도 회복됐다. 넥슨 개발자컨퍼런스(NDC) 등에도 출연하며 김정주 대표와의 우정을 과시하는 게 대표적이다. 김택진 대표와도 최근 경기도 판교 일대에서 함께 차를 마시는 모습이 목격됐다.
 
‘리니지2’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던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 역시 ‘리니지3’를 만들다가 김택진 대표와 갈등으로 2007년 3월 엔씨소프트를 떠난 바 있다.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2 그래픽 등을 개선하는 데 큰 공로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블루홀(현 크래프톤)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리니지3 관련 영업 기밀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엔씨소프트와 소송전까지 벌였다. 소송 자체는 대법원에서 “영업 기밀은 모두 폐기, 손해배상 책임은 없음”으로 결론 났지만, 아직 양측 모두 서운함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후 박 대표는 모바일 게임인 ‘히트’를 성공시키며 넥슨과 손을 잡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침체에 빠진 게임 시장에 잇따라 대작 게임이 출시된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라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두 사람이 라이벌 격인 김정주 NXC 대표와는 친분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MMORPG 장르의 게임을 내놓고 대결한다는 점은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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