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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모친 빈소, 가족외엔 조문 거절 원칙 속 정당 대표와는 만나기로

중앙일보 2019.10.30 12:07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손주를 안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손주를 안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이틀째 어머니 고(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를 지켰다. 문 대통령은 전날(29일) 고인의 빈소와 임시 집무실 등이 부산 남천성당에 차려진 뒤, 모처에서 휴식을 취했다. 30일 오전 5시 40분쯤 성당에 돌아온 문 대통령은 연도(위령기도)와 새벽 미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고 한다.

현직 대통령 첫 모친상 현장에선
김부겸 전 장관은 두 번 걸음하기도
정동영·손학규·심상정 대표 조문
고인 다니던 신선성당 신도들도 찾아

 
30일 오후 3시 현재,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간소히 치러지고 있다. 이날 오전 성당의 모든 출입구는 청와대 경호처 통제 아래, 문 대통령 가족과 청와대 관계자들만 간간이 오갔다. 조문하러 온 누군가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의 모습도 보였다. 옷깃에 십자가 모양의 근조 스티커를 붙인 청와대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안에는 조용한 분위기다. 연도는 천주교 의식이어서 계속 이어진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0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고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생전 고인이 다니던 성당의 교우들과 연미사를 드리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0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고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생전 고인이 다니던 성당의 교우들과 연미사를 드리고 있다. [사진 청와대]

청와대는 사전 방침에 따라 조문과 조화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고인 가족의 지인도 빈소가 마련된 성당 추모관 앞에서 조문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문 대통령의 막내 여동생인 문재실씨의 지인이라고 밝힌 한 부부는 “직계 가족 외에는 철저히 통제하는 것 같다. 가깝다는 기준이 모호하니 경호처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성당을 떠났다.  
 
정치권 인사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지만, 상주인 문 대통령과 대면한 인사는 소수다. 전날 문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만 문 대통령을 만났다. 
 
전날 밤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각각 조문하러 왔지만, 성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7시쯤 다시 성당을 찾았다가 정문 앞에서 “가족끼리 한다고 원칙을 정하셨다니까, 그게 무너지면 안 될 것 같다”며 돌아섰다. 이날 오전 6시 30분쯤에는 오거돈 부산시장도 빈소를 찾았지만, 조문하지 못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30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동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30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동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다만 이날 오전 10시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조문하면서 ‘가족 외 조문 사양’ 기조가 다소 완화됐다. 정 대표는 부인 민혜경 여사, 박주현 수석대변인과 함께 빈소를 찾았고 25분간 밖에서 기다렸다. 이 소식을 들은 문 대통령이 “오래 기다리셨으니 뵙겠다”고 해 오전 10시 40분쯤부터 약 5분 동안 조문했다. 조문을 마친 정 대표는 바깥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훌륭한 어머니를 여의셔서 애통한 심정이 크실 텐데 위로 드린다는 말씀을 드렸고, 문 대통령은 ‘와줘서 감사하다’고 말씀 주셨다”고 전했다.
 
이후 청와대는 ‘검소하게 장례를 치르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과 조문을 하려는 정당 대표의 움직임 사이에 절충점을 찾아 정당 대표와 7대 종단 대표만 조문받는 것으로 정리됐다. 청와대에서는 정의용 안보실장이 대표로 조문키로 했다. 실제 김희중(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비롯한 7대 종단 대표자 20여 명이 조문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종교계 인사들은 별도의 종교의식 없이 고인에게 예를 표한 뒤, 문 대통령과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물론 고인과도 가까웠던 송기인 신부는 이날 오전 따로 빈소를 찾아 머물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0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를 조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0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를 조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오후 1시 20분쯤 바른 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빈소를 찾았고, 20분간 머물렀다. 조문을 마친 손 대표는 “문 대통령은 모친에게 고향 땅을 밟게 해드리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씀하셨다”며 “나라의 대통령으로 아픔을 잘 견디고 차분한 자세로 상주 역할을 하고 계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오후 2시 30분 빈소를 찾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는 조문을 마친 뒤 “먼길 떠나는 고인 배웅해드리는 마음으로 왔다”는 소감을 전했다.  
 
오후 3시에는 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가 아내, 아들과 함께 빈소로 입장했다. 곧바로 고인이 생전 다니던 부산 영도구 신선성당 신도 20여명이 빈소로 들어가 연도 드렸다. 한 신도는 “최근까지 신선성당에는 막내딸만 나왔고 강 여사는 지난해 이후 성당에 나오지 못했다”며 “고인은 평소 절대 대통령(아들) 얘기를 하지 않는 성품이었다”고 회고했다. 
 
수녀님들이 30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동 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연도 의식을 마친 뒤 성당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수녀님들이 30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동 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故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연도 의식을 마친 뒤 성당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다른 성당에 다닌다고 밝힌 신도 20여명은 연도 드리러 빈소를 찾았지만, 발만 동동거리다 되돌아 가야 했다. 부산 사상구에 있는 모라성요한성당의 교인인 김모(60)씨는 “문대통령 모친에게 연도 드리려 조화도 들고 왔는데 못 들어가서 너무 아쉽다”며 “모친의 삼우제인 11월 2일은 부산교구의 성령기도 날이다. 모친이 아들을 위해 기도를 많이 드렸기에 이렇게 신비롭게도 날짜가 맞아떨어진다”는 말로 아쉬움을 달랬다. 
 
조화 역시 청와대 관계자들의 사양으로 성당 입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오전 8시 45분쯤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국무위원 일동’ 명의의 화환이, 오전 10시 30분쯤 손학규 대표의 화환이 도착했지만, 다시 차에 실려 돌아갔다. 김희중 대주교의 화환도 마찬가지였다.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부산 남천동 남천성당 빈소를 조문한 김희중(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의 화환도 성당 입구에서 돌아갔다. 하준호 기자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부산 남천동 남천성당 빈소를 조문한 김희중(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의 화환도 성당 입구에서 돌아갔다. 하준호 기자

부산=하준호·이은지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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