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우울증 ③
"정신과 진료기록이 F코드로 남아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고, 회사에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아직 미혼인데 결혼할 때 문제가 될 것 같기도 하고요."
정신과 진료기록에 F코드
환자들 유출 걱정에 병원 안 가
복지부 “유출 땐 엄격히 처벌”
낙인 피하려 Z코드 만들었지만
상담만 가능, 우울증약 처방 못해
![F코드를 걱정해서 수면제 등만 처방받았다가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생긴다. [사진 Pixabay]](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30/3a7a17b7-fd56-4408-95f3-c8910f748dd6.jpg)
F코드를 걱정해서 수면제 등만 처방받았다가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생긴다. [사진 Pixabay]
우울증 약을 장기간 먹은 환자도 민간보험에 가입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다만 최근 3개월 내에 약의 종류를 바꿨을 경우 제한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원칙일 뿐 현장에서 더 제한받을 수도 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부 민간보험이 우울증 치료를 받았거나 입원한 사람을 제외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우울증 치료 현실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성원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Z코드를 쓰면 약을 처방할 수 없고 재진(再診)에 해당하지 않는다. 약을 처방하려면 F코드로 바꿔야 한다"며 "Z코드가 초기 환자의 평가에 시간을 버는 효과가 있을 뿐 잘 기능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병원에 잘 안가니 건보 재정 지출도 극히 미미하다. 지난해 우울증 환자가 쓴 건보 재정은 3319억원으로, 전체의 0.6%에 불과하다.
![F코드 때문에 치료 자체를 꺼리는 우울증 환자가 꽤 많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30/600fa434-b4d1-436c-a100-a056ab39773a.jpg)
F코드 때문에 치료 자체를 꺼리는 우울증 환자가 꽤 많다. [중앙포토]
서울의 한 직장인(39)은 극심한 산후우울증을 앓다 견디기 힘들 정도가 돼서야 남편 몰래 병원을 찾았다. 그의 고백이다.
"처음엔 아무도 몰래, 남편도 모르게 병원에 갔어요. 어마어마하게 고민하고 긴장하면서 갔는데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진작 치료받았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항우울제, 항불안제, 잠 잘 오게 하는 약 등을 먹다가 지금은 거의 다 줄였어요."
우울증 극복과정을 담은 만화『환타스틱 우울백서』작가 서귤은 "우울증 환자라는 사실을 공개했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나에게 공격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담스러울만큼 잘해주려고 한다. 도움받을 필요가 있으면 도움 받았으면 좋다"고 말한다.
우울증을 위중한 정도가 중간(B급)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도 문제다. 상급종합병원 적합여부를 평가할 때 우울증은 중간 등급으로 분류돼 있어 우울증 환자를 많이볼수록, 즉 B,C급 환자가 많을수록 불리해진다. 정성원 교수는 "우울증도 중증이 있고, 경증이 있는데 무조건 중간 등급으로 분류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황수연·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F코드와 Z코드
통계청의 표준질병사인분류표에 따른 정신질환 질병 코드가 F이다. F00(알츠하이머 치매)~F99(정신장애NOS)로 돼 있으며 우울증은 F32,33을 말한다. 잡다한 질병은 Z로 분류하는데, 우울증으로 상담만 받을 경우 Z71.9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