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가영 사회2팀 기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룬 해석은 흥미롭다. 한국을 공포에 빠뜨렸던 연쇄살인범 정두영,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은 공교롭게도 1968~70년에 태어나 1999~2009년 범행을 저질렀다.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이들의 출생 시기는 한국전쟁 이후 모두가 가난했던 시기를 지나 경제적 수준 등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한 시점”이라며 “범행을 시작한 30대 역시 본인의 또래 집단에서 직업 등 실질적인 격차를 체감하게 된 연령대”라고 말했다. 경쟁에서 뒤처진 이들의 마음속엔 ‘나는 이 사회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 속 조커도 비슷하다. 부자로 대변되는 토마스 웨인은 가난한 이들이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비판한다. 조커는 과연 노력하지 않았을까. 어렸을 때 입양돼 학대를 당하고 홀어머니와 쓰러져가는 아파트에 살면서도 그는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실한 코미디언 지망생이었다. 그러나 어릿광대라는 이유로 맞아도 하소연할 곳 없었고, 우러러보던 이에게는 비웃음의 대상이 됐다. 그는 살인을 저지른 후에야 세상에 주목받는다.
이 시대의 조커는 개인의 문제인 걸까, 사회의 문제인 걸까. 정남규는 어렸을 때 성폭행을 당했고, 정두영은 친모에게 두 번이나 버려졌다고 한다. 물론 “그런다고 모두가 연쇄살인마가 되지는 않는다. 합리화하지 말라”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분명하다. 개인의 일로만 치부한다면 조커의 탄생을 막을 수 없다. 고담시의 예산 삭감으로 조커는 무료 정신과 상담마저 받지 못하게 된다. 그곳의 상담사 이야기가 귓가를 맴돈다. “아무도 우리 같은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아요.”
이가영 사회2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