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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안보겠다는 北…"문서로 하자" 금강산 실무회담도 거부

중앙일보 2019.10.29 17:3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이 정부의 금강산 관련 실무회담을 거부하고, 남측 시설 철거에 대해 서면 협의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통일부는 29일 “북측이 오전 금강산국제관광국 명의로 통일부와 현대아산 앞으로 각각 답신 통지문을 보내왔다”며 “북측은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계획과 일정 관련 우리 측이 제의한 별도의 실무회담을 가질 필요 없이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할 것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정부 실무회담 제의 하루 만에 거부 답신
“한국 압박해 미국 상응조치 받아내려는 목적”

통일부는 전날 북한에 통지문을 보내 북측이 제기한 (철거) 문제를 포함해 금강산관광 문제 협의를 위한 당국간 실무회담 갖자고 제의했다. 또 금강산관광 주사업자인 현대아산은 금강산지구의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한 협의하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하루 만에 답신을 보내 당국 간 실무회담 거부 의사를 분명히했다. 또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문제에만 국한해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할 것을 거듭 주장했다.  
북한 통지문에는 정부와 현대아산이 제기한 금강산관광 문제 협의, 금강산지구의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한 반응 내지는 언급 자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금강산관광 전반을 논의하자고 제의했는데, 북한은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현대아산에 보낸 답신에도 시설 철거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날 통지문을 보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관련 협의를 통보한 데 대해 "달라진 환경을 충분히 검토하며 금강산 관광의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날 통지문을 보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관련 협의를 통보한 데 대해 "달라진 환경을 충분히 검토하며 금강산 관광의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금강산 시설 철거 문제를 언급했기 때문에 철거 문제로 의제를 제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화 제안을 단번에 걷어찬 것은 한국에 대한 ‘압박 카드’라는 분석이 많다. 금강산 시설 철거 초강수로 정부를 초조하게 만들면서, 나중에 실무회담이 열리더라도 회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란 것이다. 특히 북한이 철거 문제로만 논의하자는 건 한국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던지, 철거하던지 양자택일하라는 북한 입장을 다시 알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남북관계 판을 흔들어 미국으로부터 대북 제재 완화 상응조치를 이끌어 내려는 목적도 있다”고 짚었다. 이달 초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북한은 최용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 최고위급 인사를 총동원해 “연말 전까지 대북 제재를 완화하라”며 미국을 압박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말 시한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북한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는 느낌”이라며 “금강산 협박도 제재 완화 상응조치를 내놓도록 한국이 미국을 설득하라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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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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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남북관계 모든 현안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원칙 하에 현대아산 측과 대응 방향을 마련해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 당국자는 “문서 협의는 그야말로 일정 등을 논의하는 실무적인 차원에서 가능한 일”이라며 “정부는 현 사태를 금강산관광 전반 문제로 보고 있고, 상호 대화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실무회담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취지다. 다만 북한이 문서 협의를 두 차례나 고수한 만큼 다음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이 당국자는 “또 다시 실무회담 제안을 할지 등을 포함해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g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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