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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인 줄 알았는데···두산 '600억' 적자에 면세점 손 뗀다

중앙일보 2019.10.29 17:28

대기업도 못 버틴 면세점 사업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 입구. [중앙포토]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 입구. [중앙포토]

 
영업적자가 누적한 두산그룹이 면세점 사업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했다. 2015년 면세점 사업 허가를 받았던 기업 중에서는 한화그룹에 이어서 두 번째다.
 
재계 순위 15위 두산그룹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면세특허권 반납을 결정했다. 두산그룹은 이번 결정으로 서울 시내 두산타워 면세사업장의 영업을 2020년 4월 30일 정지한다고 29일 공시했다. 영업정지 금액은 405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의 2.2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두산 포기…“수익성 악화”

 
주요 면세점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주요 면세점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두산그룹은 오너 일가 4세 박서원 전무가 당시 면세점사업부문 유통전략담당으로 활동하면서 면세점 사업을 따냈다. 하지만 과감하게 면세점 사업을 포기하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결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의 재가는 받았겠지만 최고경영자(CEO)가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라며 “회장의 결단이라기 보다는 사업적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면세점 사업은 중장기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며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면세점. 두타면세점은 지난 2015년 이 사업권을 가져왔었다. [중앙포토]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면세점. 두타면세점은 지난 2015년 이 사업권을 가져왔었다. [중앙포토]

 
2015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보유하고 있던 특허를 가져왔던 두타면세점은 2016년 5월 서울 동대문 두타몰에 시내면세점을 개점했다. 당시 두타면세점은 2016년까지 5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설정했다. 2016년(1110억원)과 2017년(4436억원) 부진한 매출액을 기록한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최초로 목표액을 초과했다(6817억원).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535억원이었다.
 
하지만 과도한 수수료 부담으로 수익성 개선에는 실패했다. 최근 3년간 600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477억원)과 2017년(-139억원)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 흑자전환(10억원)했다. 또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김포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도전했지만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두산그룹은 올해 다시 적자전환을 예상하고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한화도 1000억 손해보고 사업권 내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했던 한화갤러리아 면세점. 지난 9월 영업을 종료했다.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했던 한화갤러리아 면세점. 지난 9월 영업을 종료했다. [연합뉴스]

 
두산그룹과 함께 면세점사업을 시작했던 재계 7위 한화그룹도 이미 면세사업권 반납을 결정했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은 지난 9월 30일 영업을 중단했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지난 3년간 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상반기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면세점이 주로 몰려있는 곳에서 다소 떨어진 여의도에 위치한 데다,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까지 감소하자 사업권을 반납했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과 달리, 롯데면세점(명동)·신라면세점(장충동)·신세계면세점(회현)은 관광객이 붐비는 서울 시내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중국인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방문하기 편리하다.
 

정책 실패 지적…정부, 사업자 추가 선정 

 
지난 2015년 당시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던 관세청 관계자. [중앙포토]

지난 2015년 당시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던 관세청 관계자. [중앙포토]

 
재계 7위 한화그룹과 재계 15위 두산그룹이 동시에 면세점 사업을 포기하면서 정책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관세법을 개정해서 면세사업자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6개(2015년)였던 시내면세점 개수도 2배 이상 증가했다(13개). 중소·중견 사업자에게 면세 사업의 문호를 개방한다는 취지지만, 경쟁 심화로 사업자의 실적은 악화하고 있다.
 
실제로 SM면세점은 3년간 6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동화면세점도 루이비통·구찌·샤넬·에르메스 등 해외 브랜드가 줄줄이 철수하면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105억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상반기 4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중견 면세 사업자가 줄줄이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지만, 정부는 오는 11월 5개 시내면세점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 중견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면세점 업계가 예상을 웃도는 과열 경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장사한다”며 “정부가 연내 추가 면세 사업자를 선정해서 면세점을 또 만든다면 이와 같은 과당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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