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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은 비교과 줄세우기" vs "수능도 사교육 부담 커"

중앙일보 2019.10.29 16:14
정시확대 찬성·반대 입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시확대 찬성·반대 입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수능은 모든 학생에 공개된 교과서, 기출문제, 참고서를 기반으로 하기에 공정하다. 부모가 아무리 사교육을 시켜도 결국 학생 스스로 친 시험으로 대입이 결정된다.”(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
 

김병욱·김해영 의원 정시 확대 토론회

“15~20년 전 공교육 황폐화 등 정시의 문제점을 보완하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수시가 확대됐다. 학종의 불공정한 부분은 비교과영역의 개선으로 해결하면 된다.”(김태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부위원장)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열린 ‘정시확대 왜 필요한가’ 토론회에선 대입 정시확대를 놓고 이같은 토론이 벌어졌다. 정시를 지지하는 이들은 대입 공정성 확보를 위해 수능 중심 전형을 확대하자고 말했고, 반대 측은 정시가 확대되면 학교수업이 수능 대비 문제풀이로 전락한다고 맞섰다.
정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과 김해영 의원실 주최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시확대 왜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김병욱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과 김해영 의원실 주최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시확대 왜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김병욱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토론회는 김병욱·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개최했다. 여당에서 정시 확대를 주장해온 대표적인 의원들이다. 앞서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의 학종 비중을 줄이고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공정교육특별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과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맡았던 이범 교육평론가가 주제 발표를 맡았다. 박윤근 양정고 교사, 김태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부위원장, 신현욱 한국교총 정책본부장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김병욱 의원은 “현재 대입의 핵심인 학종은 잠재력 있는 다양한 학생을 선발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모·사교육의 개입이 가능해 ‘금수저·깜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교육현장이 학종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정시 비중을 50% 이상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시를 ‘줄 세우기’라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데, 학종도 내신·동아리·봉사활동으로 줄을 세우는 비교육적인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김해영 의원도 “정치권이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시확대 토론회에서 이야기하는 김병욱과 김해영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왼쪽)과 김해영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시확대 왜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2019.10.29   toad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시확대 토론회에서 이야기하는 김병욱과 김해영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왼쪽)과 김해영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시확대 왜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2019.10.29 toad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날 초청된 주제 발표자, 토론자 상당수는 정시 확대에 찬성하는 편이었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은 ‘정시가 확대되면 공교육이 붕괴한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 소장은 “고교생이 학교에서 일주일간 34시간 학습한다고 했을 때 창의적체험활동‧예체능을 제외한 28시간 동안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를 배우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수능시험을 내는데 정시확대가 왜 공교육이 황폐화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미래역량의 관점에서도 수능이 학종보다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연구 결과 정시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자기관리‧정보활용‧글로벌역량 등이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보다 높았다”며 “학종으로 미래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교육정책에 대해 진보적 목소리를 내왔던 이범 교육평론가도 정시 확대를 지지했다. 우리나라처럼 대입 결과가 생애 소득과 고용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경우 선발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에서 의대에 진학하거나 공무원이 되려는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결과에 따른 격차가 크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대학 서열에 따라 학생 1인당 투입되는 교육비, 동료 효과, 후광 효과, 동문 인맥 네트워크 등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논술형 수능과 쿼터제 도입 등도 제안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입시가 선다형인 나라는 5곳뿐이고, 내신 성적을 상대평가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수능에는 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되, 그 비중을 과목별로 5∼10%에서 최종 70%까지 15년간 점진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고교학점제와 내신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대입에는 ‘지역별·계층별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김태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부위원장은 “수능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학종이 등장했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부작용을 줄여왔는데 학종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정시를 확대하자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수능이 학종보다 학생 부담이 덜하다는 지적에 대해 “학종 비교과 준비만큼 수능 고난도 문제를 풀기 위한 학생들의 부담도 큰 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우리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학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크다고 철학 없이 왔다 갔다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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