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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앱 한 군데서 타은행 계좌 업무 본다…은행ㆍ핀테크업체 '오픈뱅킹' 본격 도입

중앙일보 2019.10.29 15:59
내일(30일)부터 주요 은행 모바일뱅킹 앱을 이용해 국내 전체 은행(18개)에 개설된 내 계좌 업무를 바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특정 은행 앱에 내에 다른 은행 계좌를 등록하고 해당 계좌의 잔액 및 거래내역 확인은 물론 1000만원 이하 이체까지도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이런 내용의 오픈뱅킹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오픈뱅킹은 은행이나 핀테크기업 등이 표준 방식(API)으로 모든 은행의 자금이체 및 조회 기능을 자체 제공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을 말한다. 
 
오픈뱅킹이 도입되면 KB국민은행 모바일뱅킹 앱에 들어가 신한은행 계좌를 등록한 뒤, 신한은행 계좌에 들어있는 10만원을 다른 사람 계좌로 이체할 수 있다.
 
오는 30일부터 시범실시에 참여하는 곳은 주요 10개 은행(NH농협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IBK기업ㆍKB국민ㆍBNK부산ㆍ제주ㆍ전북ㆍBNK경남)이다. 당장 이들 은행 모바일뱅킹 앱을 통해 국내 18개 은행 전체 계좌를 이용할 수 있다. 
 
나머지 8개 은행(KDB산업ㆍSC제일ㆍ한국씨티ㆍ수협ㆍ대구ㆍ광주ㆍ케이뱅크ㆍ한국카카오)은 준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핀테크기업은 보안점검이 끝난 업체부터 오는 12월 18일 이후 서비스를 시작한다.
은행별 오픈뱅킹 주요 서비스 [금융위원회]

은행별 오픈뱅킹 주요 서비스 [금융위원회]

 
오픈 뱅킹이 도입되면서 금융 소비자들은 하나의 은행 또는 핀테크앱에 자신의 모든 은행 계좌를 등록해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오픈뱅킹 시스템을 이용해 앞으론 단순 결제나 송금뿐 아니라 대출, 자산관리, 금융상품 비교 구매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런만큼 소비자의 선택권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금융회사들의 금리, 부가서비스 등 혜택에 따라 손쉽게 자산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고객 편의성과 혜택 등 유인책을 고민해야 한다. 오픈뱅킹 서비스가 본격화하면서 그동안 가로막혔던 고객의 다른 은행 계좌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은행간 고객 유치 경쟁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오픈뱅킹 시범 실시에 나서는 10개 은행은 이미 전의를 다지고 있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NH농협은행), 현금(신한은행ㆍ국민은행), 백화점상품권(BNK경남은행), 기프티콘 등 다양한 경품을 걸고 오픈뱅킹 고객 유치에 나섰다.
 
오픈뱅킹 이용은 당분간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방식에 한정된다. 하지만 은행 간 협의를 통해 은행창구 등 대면거래에서도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예를들어 우리은행에 가서 창구 직원의 컴퓨터를 통해 KEB하나은행 정기예금 계좌에 들어있는 돈을 더 나은 금리조건의 우리은행 정기예금 계좌로 이체하는 식이다.
 
대면 오픈뱅킹이 활성화하면 스마트폰 조작에 비교적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층이나 금융소외계층에게도 오픈뱅킹의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대면거래에서의 구체적인 오픈뱅킹 활용방안은 18개 은행 모두가 오픈뱅킹 서비스를 도입한 뒤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오픈뱅킹 개념도 [금융위원회]

오픈뱅킹 개념도 [금융위원회]

관건은 보안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 은행 18개와 핀테크기업 138개 등 총 156개 사업자가 오픈뱅킹을 도입하겠다고 신청서를 냈다. 금융위는 향후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우체국 등 제2금융권을 오픈뱅킹 제도 안에 편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고객 계좌 정보가 수백개 업체에 공유되는 과정에서 보안상 허점이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금융위는 먼저 진입 측면에서 보안성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금융보안원 등의 보안점검을 통과한 업체에만 오픈뱅킹 참여를 허용한다. 다만 그 자체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일을 막기 위해 오픈뱅킹에 참여하는 중소 핀테크기업에 대해서는 보안점검 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경보 기능도 강화한다. 운영시스템은 기존 저장용량 4테라바이트(TB)에서 60TB로 15배 규모까지 증설한다. 평소와 다른 의심거래가 발생할 때 거래를 차단하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및 모니터링 중계시스템의 안정성도 확보한다는 방안이다. 오픈뱅킹 이용기관은 보증보험에 가입하게 해 부정사용 등 금융사고 시 이용기관의 신속한 보상체계를 구축하기도 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10개 은행을 대상으로 오는 30일부터 시작하는 오픈뱅킹 시범실시 과정을 집중 모니터링하면서 시스템 성능이나 과부하, 서비스 보완 필요사항, 보안사항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뱅킹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급결제 뿐 아니라 데이터 분야로 오픈뱅킹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전자금융법과 신용정보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송현도 금융위 금융혁신과장은 "소비자는 앞으로 은행이나 핀테크 앱 하나로 모든 금융거래 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서 금융생활 자체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쟁과 혁신을 통해 금융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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