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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줄서도 즐겁다"···거대한 'BTS 테마파크' 된 서울

중앙일보 2019.10.29 14:51
지난 27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파이널 공연을 시작한 방탄소년단. 아침 일찍부터 팬들이 공연장을 찾아 포토존 등을 즐기고 있다. [뉴스1]

지난 27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파이널 공연을 시작한 방탄소년단. 아침 일찍부터 팬들이 공연장을 찾아 포토존 등을 즐기고 있다. [뉴스1]

“기다림까지 즐거움 가득한 테마파크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지난 8월 사업설명회에서 밝힌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 윤석준 대표의 말은 현실이 됐다. 26~27, 29일 사흘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의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의 마지막 공연에 맞춰 지방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아미(팬클럽)’가 서울 전체를 거대한 놀이공원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사흘간 잠실주경기장 공연
전세계 206만명 만난 투어 마지막 무대
극장서 공연 보고 팝업스토어도 즐겨

 
이번 서울 공연 관람객은 1회 4만3000명으로 3회 총 13만명 수준이지만 파급효과는 이를 훨씬 웃돌았다. SR은 지방 팬들을 위해 수서발 부산행 SRT 좌석을 2배 증편하고, 공항철도는 25일 일일 열차 이용객 사상 최대 기록(32만6386명)을 경신했다. 설사 피 튀기는 예매 전쟁에 실패했다 해도 성공적인 피날레를 자축하기 위해 운집한 것이다. 
 

“새벽 1시부터 줄 서도 아깝지 않아” 

18일 서울 강남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BTS’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 [뉴스1]

18일 서울 강남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BTS’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 [뉴스1]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팝업스토어는 각종 굿즈와 뮤직비디오 관련 소품으로 장식돼 있다. 팬들이 2층에서 방탄소년단 피규어와 함께 사진 찍고 있는 모습. 민경원 기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팝업스토어는 각종 굿즈와 뮤직비디오 관련 소품으로 장식돼 있다. 팬들이 2층에서 방탄소년단 피규어와 함께 사진 찍고 있는 모습. 민경원 기자

팬들의 발걸음은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공연은 오후 6시 30분 시작해 3시간 남짓 진행되지만, 방탄소년단의 흔적을 쫓기 위해서는 하루 24시간도 부족했다.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곳은 지난 18일 강남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BTS(HOUSE OF BTS)’다. 지난 4월 발매한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에 맞춰 핑크색으로 꾸며진 이곳은 80일 동안만 한시 운영한다. 콘서트 기간을 맞아 수천 명의 팬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면서 7~8시간은 기다려야 간신히 입장할 수 있을 정도였다.  
 
28일 오전에 만난 미국인 카라 케이시(25)는 “새벽 1시에 와서 아예 여기서 잤다”며 “처음 만난 사람들도 아미라는 공통점 덕분에 곧 친구가 되니 전혀 지루하거나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온 앨리스 크루즈(21)는 “수백 번은 돌려봤던 뮤직비디오 속으로 직접 들어온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며 “이곳은 단순히 굿즈를 사는 곳이 아니라 테마파크이자 박물관 같은 곳이다. 팬들을 향한 이 같은 대접이 우리를 더욱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팝업스토어 내부에 마련된 ‘화양연화’ 존.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버스정류장처럼 꾸며져 있다. 민경원 기자

팝업스토어 내부에 마련된 ‘화양연화’ 존.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버스정류장처럼 꾸며져 있다. 민경원 기자

이번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은 스페인 팬들. 관광 코스 역시 방탄소년단의 궤적을 쫓는 데 맞춰져 있다. 민경원 기자

이번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은 스페인 팬들. 관광 코스 역시 방탄소년단의 궤적을 쫓는 데 맞춰져 있다. 민경원 기자

이태원 라인프렌즈 스토어도 이들의 필수 방문 코스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디자인부터 참여한 BT21 캐릭터 상품으로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 온 노엘리아 고메즈(21)는 “굿즈를 다 샀으니 이제 ‘DNA’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피자집에 갈 것”이라며 “‘봄날’ 재킷 사진을 촬영한 강릉 주문진의 향호해변 버스정류장도 가보고 싶은데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콘서트 표 없어도 한국 온 보람 있어”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팬 커뮤니티 앱 ‘위버스’에는 공연장에서 찍은 인증샷이 속속 올라왔다. 멤버별 사진과 노래 가사 등이 적혀 있는 대형 포토존이 곳곳에 마련돼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길을 재촉하는 것이다. 공연장 맵을 열면 티켓 박스ㆍMD 현장 수령 등은 물론 이벤트존의 대기 시간까지 알 수 있다. 티켓 구매의 불공정함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추첨제 역시 팬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면서 암표상이 사라지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지난 11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 이번 서울 콘서트에서는 사우디 공연과는 또 다른 의상과 소품 등을 선보였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난 11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 이번 서울 콘서트에서는 사우디 공연과는 또 다른 의상과 소품 등을 선보였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26일 공연은 네이버 V라이브로, 27일 공연은 극장에서 생중계하며 플랫폼을 다변화한 것도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지난 6월 영국 런던 웸블리 공연 당시 처음 도전해 14만명이 지켜본 온라인 생중계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베트남에서 온 회사원 리하쿠엔(25)은 “베트남에서 이번 투어가 열리지 않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웸블리 공연을 온라인으로 봤다”며 “표정까지 놓치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역시 현장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휴가를 내고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27일 CGVㆍ메가박스ㆍ롯데시네마 등에서 열린 라이브 뷰잉 예매도 치열했다. 1만3000여석이 순식간에 매진됐을 정도다. 극장에서도 중앙 컨트롤 방식으로 아미밤(응원봉) 조명을 색색깔로 연출해 공연장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했다. 450석 규모의 코엑스 MX관은 해외 팬들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 8살 딸과 4살 아들을 데리고 온 김모(40)씨는 “콘서트는 만 9세 이상만 관람 가능해 어제는 혼자 갔지만 오늘은 아이들과 다 같이 볼 수 있어 더 좋았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나드히라 나즈리(20)는 “콘서트 표는 못 구했지만 극장에서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다음 투어에는 꼭 말레이시아도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티켓 매출만 1500억…간접효과 더 클 것”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라이브 뷰잉으로 관람하기 위해 서울 코엑스를 찾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온 팬들. 민경원 기자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라이브 뷰잉으로 관람하기 위해 서울 코엑스를 찾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온 팬들. 민경원 기자

방탄소년단은 29일 공연으로 1년 2개월 동안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시작해 지난 4월까지 ‘러브 유어셀프’로 12개국 20개 도시(42회 공연)에서 104만 관객과 만난 데 이어 올 5월부터는 스타디움으로 규모를 키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로 7개국 10개 도시(20회 공연)에서 102만여 관객을 만났다. 스타디움 투어에서만 1500억원 이상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전석 11만원인 이번 서울 공연은 티켓 수익만 143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네이버 V라이브에서 3만3000원(14만명 가정), 극장에서 2만8000원을 결제한 유료 관객을 더하면 50억원 가량의 추가 수익이 예상된다
 
이로 인한 간접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경영대 편주현 교수팀은 지난 6월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5기 팬미팅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 4813억원 중 티켓 판매 등 직접 효과는 686억원으로 1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편주현 교수는 “팬미팅 관람객 중 10% 정도가 외국인이어서 상당한 간접 효과를 유발했는데 이번 콘서트는 그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상품을 수출하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문화 콘텐트로 시작해 한국으로 관광객 유입까지 부르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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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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